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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온라인 통합을 보는 불안한 시선들

  • 2018.05.25(금) 11:00

규제 강화 등 악재 산적…통합에 더 속도내야
2020년 통합몰 오픈…추가 비용 증가 가능성


롯데가 마침내 온라인 사업 통합을 결정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승부수다. 계열사별로 온라인 사업의 형태와 성과가 모두 달라 과연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가 확연해지자 롯데는 과감하게 온라인 통합을 결정했다.

롯데는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사업 통합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유통업계 1위를 굳히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와 이미 확보해 둔 3800만 명 규모의 멤버스 회원, 1만10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 등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마케팅 비용 1.5조원에 담긴 의미

다만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온라인 통합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는 일단 큰 그림만 그려놓고 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시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우려는 과연 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그만큼의 성과로 나타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투자금 사용처에 대해 "시스템 개발에 5000억원, 온라인 통합 물류 구축에 1조원, 고객 확보 마케팅에 1조5000억원 정도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롯데의 온라인 사업 통합 전략 및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특히 고객 확보 마케팅 비용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경쟁 키워드는 여전히 가격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대부분 온라인 중개업체들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 기존 유통업체는 물론 IT와 제조업체 등이 대거 온라인 유통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살아남기 위해선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롯데가 온라인 통합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액수인 1조50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책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론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1조5000억원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일종의 완충 장치인 셈이다. 이는 곧 롯데가 통합 온라인몰 출범과 동시에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롯데쇼핑, 자금 부담 커질 수도


이번 롯데 온라인 통합의 핵심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을 정점으로 각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는 구조다. 총 3조원의 투자금 중 롯데쇼핑이 절반인 1조5000억원을 부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 계산상으로 롯데쇼핑은 앞으로 5년간 매년 3000억원씩을 투자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롯데쇼핑이 그만한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을까.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지난 1분기에는 전년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할인점과 슈퍼 사업부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018~2022년 온라인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15%인 상황에서 5년간 1조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소요할 경우 2020년 영업수익성 지표가 하향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단위 : 억원 *연결기준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부담은 그렇게 크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강 대표는 "롯데쇼핑은 매년 EBIDTA(상각전 영업이익) 기준 8000억원 가량 이익이 난다"며 "앞으로 5년간 나눠서 투자하면 큰 무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 중국 사업 매각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복합쇼핑몰 규제 등 부정적인 사업 환경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백화점 경쟁력 약화, 할인점 사업 부진 등은 한동안 롯데쇼핑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추가 투자를 한다고 해서 당장 재무상황이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오프라인 부문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만큼 온라인 사업 통합에 속도를 내서 양쪽의 밸런스를 빨리 맞춰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너무 늦은 통합몰 오픈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 오픈 시기가 2020년이라는 점도 우려 요인 중 하나다. 온라인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함께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빠르다. 앞서 온라인 통합을 진행한 신세계도 통합 온라인몰인 SSG.com을 안정화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롯데가 2020년에나 통합 온라인몰을 오픈하면 그만큼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온라인 시장에서도 가성비와 제품 위주의 소비 성향이 확산하면서 온라인몰 업체들도 PB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이미 다양한 PB상품을 확보하고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다만 통합몰을 오픈할 경우 새로운 PB브랜드를 선보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 대비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초기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따라서 통합몰의 오픈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추가적인 자금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통합을 준비해야하는 만큼 부담이 크긴 하지만 온라인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만큼 오픈 시기를 앞당길수록 이득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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