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마침내 승부수를 던진다. 수년째 고민만 해왔던 온라인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롯데는 국내 유통시장의 최강자다. 트렌드를 선도했고 압도적인 투자와 네트워크로 승부를 봤다. 하지만 유독 온라인에서만큼은 맥을 추지 못했다. 롯데는 온라인에서는 최약체였다. 덩칫값을 못한 셈이다.
그랬던 롯데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선두권과의 간극을 빠른 시간 내에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롯데니까 가능하다"라는 자신감도 묻어있다. 반면 걱정도 많다. 롯데의 고질병인 의사결정 구조의 후진성은 여전히 숙제다. 가장 큰 우려는 "과연 통하겠느냐"다.
◇ '모두 다 집어넣었다'
롯데는 이달 말 통합 온라인 쇼핑 애플리케이션 '롯데ON'을 론칭할 예정이다. 롯데ON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롯데닷컴·롯데하이마트·롯데슈퍼·롭스 등 롯데그룹 7개 유통사업부 온라인 쇼핑몰을 한곳에 모았다. 로그인 한 번으로 7개의 롯데 온라인 쇼핑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시장 대응에 늦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롯데가 내놓는 야심작이다.
그런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한 마디로 온라인 쇼핑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롯데가 수년간 고민한 결과물이다. 온라인 쇼핑의 특성에 롯데의 강점인 오프라인과의 접목을 꾀했다. 여기에 상품 주문, 배송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품 추천까지 경쟁사 온라인 쇼핑의 장단점들을 모두 분석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렸다.
특히 AI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한다. 롯데가 보유한 3900만 명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텐트를, 롯데마트에서 바비큐용 숯을 구매했다면 이 고객이 캠핑에 관심이 있다고 파악, 캠핑 관련 제품들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또 개인별로 찜해둔 브랜드가 있다면 해당 브랜드의 인기상품, 관련 기획전, 다른 구매자의 상품 후기, 신상 입고 소식 등을 전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슈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롯데프레시를 활용해 바로 배송,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은 물론 퇴근하면서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바로 픽업 서비스도 진행한다. 또 전국에 깔려있는 1만 3000여 개의 롯데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해 주문 즉시 가장 빠르게 해당 상품을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아울러 롯데ON을 사용하려는 개인, 법인 판매자의 상품을 함께 입점하는 오픈마켓도 도입한다.
◇ 이번에는 바뀔까
사실 롯데의 온라인 고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온·오프라인 채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옴니 채널'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움직임은 더뎠다. 각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는 온라인 채널들의 통합이 쉽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수차례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계열사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실타래를 푸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또 의사결정 체계에도 문제가 많았다. 결정에서 실행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부 알력 다툼으로 의미 없는 수정은 물론 순항하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백지화된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롯데 각 계열사 온라인 전문가들이 TF를 꾸려 만든 뷰티 정보 플랫폼 '모게요'는 출시 6개월 만에 중단됐다. 뷰티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외부적으로는 이용자 수 저조가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내부 소통 부족 탓에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는 롯데ON 론칭을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우선 신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는 물론 최근 있었던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온라인 강화'를 강조했다. 온라인에 대한 투자 확대도 공식화했다. 롯데의 유통사업은 수년째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온라인 확대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더불어 신 회장은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를 유통BU장으로 선임, 전면에 배치했다. 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롯데가 온라인 통합을 선언할 당시 이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는 온라인 시장에서 롯데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이라는 신 회장의 메시지다. 이에 따라 롯데는 그동안 온라인 통합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 어느 때보다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통할지 여부가 관건
하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있다. 크게 두 가지다. 오랜 기간 지속됐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지다.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롯데가 신세계 등 경쟁업체나 쿠팡 등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이유다. 따라서 롯데ON을 론칭했음에도 이런 '구습(舊習)'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또 다른 우려는 과연 소비자들에게 통할지 여부다. 롯데는 2023년까지 온라인 사업 확장에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ON은 그 시작이다. 롯데ON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다른 온라인 쇼핑 서비스와 큰 차별점이 없거나 롯데ON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큰 메리트가 없다고 느낀다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소비자다.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롯데ON은 무의미하다. 만일 롯데ON이 실패한다면 롯데그룹 전체에 미칠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롯데의 유통사업은 오프라인 침체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롯데ON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열쇠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롯데는 롯데ON의 성공이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ON은 롯데가 사활을 걸고 내놓는 것인 만큼 분명 기존의 다른 온라인 서비스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며 "특히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쇼핑을 추천, 유도하는 기능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또 배송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롯데가 온라인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고객들이 이런 기능들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