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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롯데쇼핑 기존 멤버십 폐지

  • 2020.05.14(목) 14:57

수년 간 어렵게 만든 충성고객 떠나갈 수도
"10월 온라인통합회원제 도입해 단골 확보"

롯데온이 기존 롯데쇼핑 시절 단골고객의 등급을 모두 없애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롯데온은 롯데의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롭스, 롯데프레시, 롯데면세점,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로 지난달 28일 출범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 론칭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 기존 멤버십 등급제를 폐지했다. 그러면서 플래티넘처럼 매년 수백만원씩 쓰면서 높은 등급을 받은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과거 롯데닷컴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받으려면 연간 총 200만원, 반기마다 100만원 이상 결제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6개월간 플래티넘 등급을 부여한다. 상위 1∼3%의 고객 정도만 이 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티넘 등급이 되면 제품 가격에 상관없이 무료로 배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회원등급을 유지하는 기간이라면 1000원짜리 물건을 사도 무료로 배송해 줬다. 또 전용 명품 화장품 매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 롯데슈퍼의 최고 등급 혜택도 받았다.

주문한 상품을 정상적으로 받았는지 확인하는 해피콜 서비스도 제공했다. 롯데닷컴의 플래티넘 등급 회원을 11번가와 롯데면세점 최고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온의 론칭 이후 기존 등급과 혜택은 모두 사라졌다. 롯데쇼핑은 기존 플래티넘 등급 고객들에게 무료배송 쿠폰 5장과 3% 할인쿠폰을 지급했지만 고객들 입장에선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6월부터 홈페이지 고객센터와 개인 이메일을 통해 공지하긴 했지만 뒤늦게 이 사실은 안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고객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면서 부수적인 효과도 누렸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 기업회계기준서 제1115호를 도입한 뒤 재무제표에 고객충성제도 관련 계정을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계약부채 중 고객충성제도 계정으로 약 1029억원이 잡혀있다.

계약부채는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잡히지만 계약이 이행되면 매출로 바뀌는 일명 '착한부채'다. 지난 2017년 631억원에서 지난 2018년에는 744억원, 지난해에는 1000억원을 웃돌았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번에 회원 등급 자체가 사라지면서 계약부채의 상당액이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쿠팡과 SSG 등 이미 온라인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들과 본격적인 승부를 앞둔 시점에 기존 등급제를 없애면서 단골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단골장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SG는 우수고객을 전담하는 전용 상담센터를 도입했고, 신세계I&C로부터 SSG페이를 넘겨받아 단골고객 확보를 위한 데이터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티몬, 쿠팡 등은 유료회원제를 도입하고 단골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연회비를 3만원을 내면 포인트를 3만5000점을 주는 식으로 출혈경쟁까지 벌일 정도다.

사실 롯데온도 단골확보를 위한 정책이 있다. 롯데온의 정식 론칭 전에 시작한 롯데오너스다. 월 2900원 또는 연회비 2만원의 유료서비스에 가입하면 월 2매의 배송쿠폰과 전용 할인쿠폰, 포인트 추가적립 등의 혜택을 준다. 

연간 서비스에 가입하면 2만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실제론 무료로 연간회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멤버십에 가입하려는 고객이면 충분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롯데쇼핑은 추가로 오는 10월 계열사의 회원제를 통합한 온라인통합회원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롯데닷컴 플래티넘 회원들에 대해선 그 전까지 계속 무료배송과 할인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플래티넘 등급 회원들 입장에선 등급제 폐지에 따른 불만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골고객 등급 폐지에 따른 부작용은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좀더 특별한 배려가 없었다"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계열사의 서비스를 통합하다보니 일종의 조직침묵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초기엔 작은 문제도 크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파트를 하나 지어도 하자보수 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롯데온도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이란?
조직구성원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나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언하지 않는 현상이다. 조직구성원이 견해나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발언할 내용을 의도적으로 표현하지 않거나 중요한 정보의 전달을 축소 또는 보류하는 것을 말한다. 동기에 따라 크게 체념적 침묵(acquiescent silence)과 방어적 침묵(defensive silence)으로 구분된다. 체념적 침묵은 발언을 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에서 비롯되며, 방어적 침묵은 발언 이후 받게 될 수 있는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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