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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 앞세운 롯데ON, 온라인 패권 잡으려면

  • 2020.04.28(화) 16:02

개인 취향·통합에 초점…편의성 강조
조급한 출시 지적도…배송 통합 실패

마침내 포문을 열었다. 지난 2년간 롯데그룹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롯데ON'이 출범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였던 롯데는 유독 온라인에서만큼은 약자였다.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 탓에 경쟁자들에 온라인 시장을 빼앗긴 지 오래다.

롯데가 온라인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했던 건 내부적인 요인이 컸다. 파편처럼 흩어진 수많은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안에 알력이 존재했음은 물론이다. 기존 1등 기업의 딜레마였다. 결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나섰다. 신 회장은 '온라인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그 시작이 롯데ON이다.

◇ 핵심 키워드는 '3C'

롯데ON의 핵심 키워드는 '소비자(Consumer)', '편의성(Convenience)', '통합(Combination)' 등 이른바 '3C'로 요약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소비자다. 롯데는 이번 롯데ON을 론칭하면서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중점을 뒀다.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넷플릭스처럼 개인형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인지하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추구한다.

이런 서비스는 롯데가 축적해온 고객 관련 빅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하다. 롯데 멤버스 회원 3900만 명의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 상품 속성을 400여 가지로 세분화해 고객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해 상품을 추천한다. 즉 롯데가 롯데ON을 론칭하면서 강조한 '온·오프라인 데이터 통합'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검색 없이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편의성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롯데가 보유한 전국 1만 5000여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쇼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결제도 마찬가지다.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 없는 롯데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L.pay)를 탑재했다. 별도 앱을 깔지 않아도 된다. 롯데ON에서 매장ON 탭을 열면 바로 화면 최상단에 엘페이 결제를 위한 바코드가 직관적으로 보인다. 엘포인트도 상시 확인도 가능하다.

통합은 롯데ON이 대외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심 키워드다.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을 하나로 합쳤다.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 시스템도 합쳤다. 자체 개발한 온 픽(On Pick) 지수에 따라 판매자들이 관리된다. 오픈마켓의 단점을 온 픽 지수를 통해 평가한다. 지수가 낮을수록 노출 빈도가 떨어진다. 온 픽 지수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 어렵게 탄생한 '롯데ON'

롯데ON은 수년간 롯데가 준비해 온 숙원사업이다. 그동안 롯데는 여러 차례 온라인 통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계열사별 이해관계가 첨예해 통합에 어려움이 많았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온라인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경쟁사인 신세계도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강화에 나설 때도 롯데는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넘어가면서 롯데는 더욱 조바심이 났다. 결국 지난 2018년 롯데쇼핑이 온라인 사업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통합작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롯데는 향후 3년간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규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각 계열사로 흩어져있던 인력들을 모아 신사업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롯데ON의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온라인 통합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의사결정 구조의 후진성과 느린 속도가 또다시 대두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수업료로 지불해야 했다. 롯데가 오랜 기간 롯데ON을 준비해왔지만, 그 과정이 대외적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롯데 내부적으로 더 이상 온라인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력하게 주문했다. 향후 많은 자원의 투입을 약속했다. 롯데ON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롯데의 온라인 공략 첨병이다. 롯데는 롯데ON을 앞세워 오는 2023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만큼 기대가 큰 출발인 셈이다.

◇ 핵심인 '배송'이 빠졌다

그러나 롯데ON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아직은 우호적이지 않다. 롯데가 자신하는 온라인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에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온라인 유통업체의 서비스와 비교해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서둘러 출시한 탓에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빨리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듯 하다"라고 평가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배송이다. 롯데는 롯데ON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배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롯데ON을 추진하면서 마지막까지 통합에 실패한 부문이 배송이다. 계열사별로 배송의 형태와 서비스 방식이 달라 통합에 어려움이 많았다. 배송의 핵심은 빨리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롯데의 설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롯데 관계자는 "데이터 통합과 마케팅, 이커머스 사업 관련 인력 채용 등에 비용을 써왔으나 1조원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온라인 사업에 총 3조원의 비용을 투입키로 했다. 따라서 나머지 자금은 향후 배송 체계 구축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 등이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매년 물류센터 확대 등에 나서는 것도 배송 효율성 확보를 위해서다.

롯데는 배송 통합까지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ON 출시일까지 맞추기가 어려운 만큼 우선 롯데ON을 출시하고 배송 시스템은 이후에 정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송에서 삐끗하면 온라인은 전체가 무너진다"면서 "롯데ON은 배송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획기적인 서비스를 보여줘야 하는 숙제가 산적해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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