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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올린 '롯데ON'…투자는 숙제

  • 2020.04.27(월) 15:43

롯데 통합 쇼핑앱 롯데ON 론칭 임박
빅데이터 활용 개인별 맞춤상품 추천
물류투자 없이 2023년 매출 20조 목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롯데ON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다는 '롯데ON'의 출범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롯데ON은 베일에 싸여있었습니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사업부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 외에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 "3년동안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만 남기고 진행상황을 알려주지 않았죠. 다만 3조원 투자 소식에 큰 잔치가 열릴 줄 알았습니다.

롯데는 론칭을 하루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가 아심차게 진행하는 신사업이다보니, 수십명의 기자가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컸습니다.

롯데ON의 핵심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롯데그룹의 7개 쇼핑몰 데이터를 모두 연결해 소비자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롯데ON의 주요 콘셉트입니다. 

롯데계열 유통사의 회원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롯데멤버스에는 약 3900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있다고 합니다. 이 데이터는 롯데 계열사 중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 모두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가 담겨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고객의 행동과 상품 속성을 약 400가지로 세분화해, 각 고객에 맞는 상품을 추천합니다. 또 고객이 자주가는 매장에 집중된 혜택을 소개하는 것이 롯데ON의 주요 기능입니다. 이런 기능은 모두 스마트폰용 앱으로 구현됩니다.

롯데ON 앱을 통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행하는 상품소개 라이브 방송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내장카메라를 이용해 제품 QR코드를 읽으면 롯데 계열사에 올라온 해당 제품의 리뷰와 이벤트 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고객의 소비와 이동 패턴을 분석해 자주가는 매장과 자주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앱의 기능이 각자 재배치됩니다. 예를 들어 명품을 자주 사고 명품매장을 자주 찾더라는 데이터가 있는 고객이 롯데온을 쓰면 첫 화면에 근처 롯데 계열 유통업체의 명품숍 정보와 해당 매장의 이벤트, 온라인 명품 정보 등이 먼저 보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설명은 거창했지만 혁신을 찾기는 힘듭니다. '잘 만든 앱 하나'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소문난 잔치였는데 먹을 게 별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특히 신사업의 출범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투자규모조차 밝히기 어렵다 답변은 의아했습니다. 실제로 롯데ON에서는 3조원 투자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1조원라도 썼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롯데는 롯데ON의 서비스를 '데이터 플랫폼 커머스'라고 규정했습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 맞춤 정보를 준다는 겁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이 과연 지금 이커머스 시장에서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지 의문입니다. 

사실 이런 서비스는 이미 차고 넘칩니다. 롯데의 경쟁사인 신세계도 'S마인드'라는 빅데이터 분석툴을 활용해 고객마다 선호제품 100개 목록을 만들어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쿠팡도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주문을 미리 파악해 물류를 준비시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사와 네이버 등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굉장히 많고, 이미 잘 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통업체들은 경쟁사와의 차별을 위해 빅데이터 활용과 함께 물류 등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수년간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신세계도 SSG닷컴을 분리해 투자를 집중하면서 물류에 대한 효율을 극대화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롯데ON에서는 이런 투자의 흔적을 찾기 힘듭니다. 롯데의 배송시스템은 롯데ON 론칭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기존 롯데 계열사가 가진 배송망을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게 롯데ON의 생각입니다. 

롯데는 전국에 계열사를 통해 1만 50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 중입니다. 이를 물류망으로 활용해 바로배송(2시간이내 배송)과 새벽배송(롯데슈퍼), 선물배송, 스마트픽(편의점 배송 )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바로배송은 롯데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합니다. 하지만 모든 롯데마트에서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롯데마트 중계점과 광교점에서만 가능합니다. 새벽배송은 롯데슈퍼 프레시센터에서 전담합니다. 전국에 13곳의 프레시센터가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의 투자를 생각한다면 내세우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쿠팡은 전국에 168개의 로켓배송센터를 두고 600만 종류의 상품을 대기시키고 있습니다. SSG닷컴도 수조원의 돈을 들여 SSG닷컴 전용 물류센터를 활용, 하루 8만건의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습니다. 투자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과연 롯데ON이 투자경쟁 없이 온라인 쇼핑업계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일단 롯데ON은 롯데의 다른 쇼핑몰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쇼핑, 롯데마트, 롭스,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등 기존 롯데계열 유통사의 사이트와 앱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계열사가 많은 롯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롯데ON의 성공이 확실하게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강제로 통합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물류에 대한 투자 부재가 아쉽습니다. 쇼핑도 제각각, 물류도 제각각이니 롯데의 야심작이라는 롯데ON의 존재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18년 롯데는 3년동안 3조원을 온라인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계열사의 물류를 통합해 배송서비스를 통합하려던 것이 첫 계획이었죠. 하지면 결국 물류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면서 투자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데이터 통합과 마케팅, 이커머스 사업 관련 인력 채용 등에 비용을 써왔으나 1조원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도 이런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보통 신규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는 해당 서비스가 얼마나 유용하고 대단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단행했는지를 설명합니다. 또 그 효과가 어떨 지에 대한 자화자찬성 설명이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날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답을 안 한 것인지 아니면 못 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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