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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롯데·신세계, 다음 격전지는 오픈마켓

  • 2020.10.21(수) 09:52

SSG, 오픈마켓 진출…롯데ON과 경쟁 불가피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타격…온라인에 사활

유통업계의 두 공룡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오픈마켓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모두 '오픈마켓'을 선택한 모양새다. 두 경영자는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로 회사를 이끌어 자주 비교되는 '맞수'다.

◇ 롯데·신세계, 오픈마켓에 앞다퉈 진출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것이 주요 역할이다. 플랫폼을 제공해 준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투자 대비 수익성은 좋지만 상품관리 등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탓에 그동안 대기업들은 오픈 마켓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또 자사 입점사의 상품과 오픈마켓 상품이 경쟁할 경우 자사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실제로 과거 CJ와 GS 등 대기업 계열 홈쇼핑업체도 오픈마켓 진출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의 장벽에 막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와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온라인 사업은 각 계열사에 맡겨왔다. 최근에 와서야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신세계는 오픈마켓보다는 직매입 방식을 통한 유통망 구축에 힘썼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오픈마켓 시장 진출에 머뭇거리는 사이 오픈마켓 시장은 신흥강자의 무대가 됐다. 오프라인 유통은 여전히 빅3의 주도하에 있지만, 온라인 유통시장은 이키 네이버와 쿠팡 등이 장악했다. 이에 유통 빅3들도 뒤늦게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업체들이 쌓아놓은 진입장벽이 공고해 쉽사리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빅3 중 가장 먼저 오픈마켓 진출을 발표한 곳은 롯데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출범한 롯데ON의 플랫폼 일부를 개인사업자 및 법인사업자에게 공개해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ON은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해 출범한 서비스다. 시장에 빨리 안착하는 것이 참여한 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만큼 오픈마켓 서비스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도 SSG닷컴(쓱닷컴)의 오픈마켓 전환을 목표로 입점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연말이면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보다 오픈마켓 진출은 늦지만 준비는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지난 3월 SSG닷컴은 지난달 통신판매중개서비스와 면책조항 신설 등 약관을 개정했다. 오픈마켓 진출을 위한 조치다. 4월에는 오픈마켓 사업을 위한 필수업종인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 전자금융업 등록도 마쳤다.

◇ 신동빈·정용진 '오픈마켓'에서 대결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 모두 비슷한 시기에 오픈마켓 진출을 시도하면서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롯데와 신세계 두 전통 오프라인 유통그룹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두 그룹의 오프라인 유통부분에 대해 큰 폭의 이익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적자전환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롯데와 신세계 모두 온라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직매입을 통한 온라인 유통은 이미 선수를 빼앗겼다. 이제 남은 것은 오픈마켓뿐이다. 롯데는 오픈마켓에 '불량 판매자'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이 오픈마켓을 멀리한 이유 중 하나는 판매자의 '질(質)'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는 자체 개발한 '온 픽'(On Pick) 지수를 이용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온 픽 지수는 소비자 관점에 맞춰 만든 판매자 평가 시스템이다. 교환과 환불, 배송 등에 고객 불만이 쌓이면 온 픽 지수가 떨어지면서 화면에 노출되는 빈도도 떨어진다. 반대로 온 픽 지수가 높은 우수한 판매자라면 화면 상단에 노출해준다.

신세계는 아직 구체적인 오픈마켓 관련 정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련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신세계는 최근 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그룹의 이커머스 자회사인 SSG닷컴 대표에 겸직하게 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외부에서 영입된 유통 전문가다. 강 대표의 겸직을 통해 그룹 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마켓 진출은 두 그룹의 오너들도 직접 챙기는 현안이다. 신 회장은 "롯데가 쌓아온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모두 버리겠다"며 온라인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정 부회장도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공평동 SSG닷컴 본사에 새로 마련하고 온라인 관련 사안을 직접 챙기는 중이다.

◇ 기존업체 벽 견고…"어려워도 가야만 하는 길"

롯데와 신세계의 오픈마켓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기존 업체들이 쌓아둔 벽이 견고해서다. 가장 크고 높은 벽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비교쇼핑서비스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네이버를 통한 소비자 유입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와 신세계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상대다.

네이버는 최근에는 약점으로 꼽히던 물류분야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물류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포괄적인 사업 제휴에 나서고 있다. 양측의 지분교환을 통한 제휴강화 가능성이 높다.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점유율 유지에 비상이 걸리는 일이다.

쿠팡도 무시할 수 없는 오픈마켓의 강자다. 사실상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지금까지 이끌고 온 리더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에 디소 밀리지만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취급 품목수만 해도 2억 개에 달한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이 가능한 수준의 자체 물류망까지 갖추고 있다. 배송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 탓에 오픈마켓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후발주자로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오픈마켓 진출은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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