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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배고픈 태훈이' 베일을 벗다

  • 2018.08.21(화) 17:37

이태훈 롯데쇼핑 홍보실 뉴미디어팀 사원 인터뷰
롯데쇼핑 라이브 '배고픈 태훈이' 시리즈 주인공
어색한 먹방 연기 인기…"진지하게 먹는 게 콘셉트"

닭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작은 그때부터다. 군대시절 한창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일병이었을 때다. 어느 날 아침 분대장이 내무실에 들어와 일병 중 한명이 일일취사에 가야한다고 했다. 하루 동안 취사병들의 조리를 도와주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 일을 꺼렸다. 일일취사를 다녀오면 몸에서 온통 소위 '짬내'가 진동해서다.

얼른 고개를 숙였다. 눈을 마주치면 걸려들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 옆 소대 일병과 함께 둘이서 일일취사로 차출됐다. 취사장은 정말 바삐 돌아갔다. 쌀을 삽으로 씻는 신기한 광경도 목격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날따라 매끼마다 닭이 포함돼 있었다. 아침은 닭국이었다. 점심은 닭튀김, 저녁에는 닭개장이 예정돼있었다.

취사병 선임에게 물었다. 하지만 씩 웃고는 말없이 닭만 튀겼다. 점심시간 나의 역할은 닭튀김 배식. 닭튀김은 인기 메뉴여서 따로 배식하지 않으면 물량이 달리기 일쑤였다. 우리 소대 선임들은 나의 모습을 반겼다. "야, 많이 줘. 알지?". 안락한 군생활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우리 소대원들에게는 듬뿍 퍼줬다. 배식 끝나고 남은 닭튀김을 먹을 생각이 손이 점점 빨라졌다.

저녁까지 모두 마치고 점호 전에 소대로 복귀했다. 선임들은 소대 안에 들어오지 말고 저 밖에서 옷을 벗고 샤워까지 마치고 들어오라고 했다. 그만큼 짬내는 강렬했다. 하루를 마치기 전 소대 TV로 뉴스를 시청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소식을 보고 말았다. 조류독감이 확산하면서 닭들이 집단 폐사했다는 소식이었다. 하루 종일 닭 메뉴가 나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을까. 내내 찜찜했다. 그때의 트라우마 탓에 한동안 닭을 멀리했다.

최근 SNS를 보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봤다. 주제가 삼계탕이었다. 누가 봐도 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이 나와 어색한 표정에 어색한 연기로 삼계탕을 먹는 영상이었다. 관심 없는 분야다. 닭이라니. 그런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화면 속 그 배우(?)는 정말 진지하게 삼계탕을 먹었다. 닭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참 맛있게 집중해서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삼계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상이었다.

▲ 이태훈 롯데쇼핑 홍보실 뉴미디어팀 사원.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누군지 궁금했다. 절정의 B급 연기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닭고기를 다시 찾게끔 했던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완벽에 가까운 '어색 연기' 비결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만났다. 지난 21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쇼핑 홍보실에서 그를 만났다. 사전에 인터뷰 약속을 하고 방문했음에도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금을 울리는 '어색 연기'의 주인공은 롯데쇼핑 홍보실 뉴미디어팀 이태훈 사원이다. 선해 보이는 인상이 참 좋았다.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했더니 "롯데백화점 85기 이태훈입니다"라고 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아직 신입사원 티를 벗지 못했다. 그에게 홍보실을 지원한 것이냐고 묻자 머뭇거렸다. "실은 홍보실은 4지망이었는데…"라고 했다. 역시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백화점 죽돌이'였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 때 공강시간이면 근처에 있는 롯데백화점으로 갔다. 거기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각종 옷과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보냈다. 그때부터 은연중에 "백화점에 입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원서를 넣었는데 많이 떨어졌다"며 "최종적으로 세 군데 정도에 합격했는데 롯데백화점 합격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입사했다"고 말했다.

이 사원은 자신의 합격 비결 중 하나로 얼굴을 꼽았다. 그는 "임원 면접에 들어갔는데 면접관이신 임원께서 '이태훈 씨 누구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래서 유심히 그의 얼굴을 살펴봤다. 하지만 누구를 닮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임원분의 질문에 혹시 다찌마와리 임원희 씨 말씀하시는 것이냐고 물었는데 면접장이 웃음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그 덕에 합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니 배우 임원희 씨와 눈매며 인상이 비슷했다. 그 얼굴로 그렇게 진지하게 삼계탕을 먹었으니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듯싶다. 그는 롯데쇼핑 홍보실 막내다. 입사 6개월 차다. 현재는 롯데쇼핑의 각종 소식을 SNS에 소개하는 '롯데쇼핑 라이브'를 팀원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화제를 모았던 '배고픈 태훈이' 시리즈도 롯데쇼핑 라이브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그는 "롯데쇼핑 라이브는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배고픈 태훈이의 경우 팀원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하다가 최근 먹방이 트렌드이고, 일본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를 패러디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태훈 사원을 앞세운 롯데쇼핑 라이브의 '배고픈 태훈이' 시리즈는 현재 3편까지 나왔다. 삼계탕은 그 첫 편이다. 롯데마트의 HMR인 '수삼 삼계탕'을 소개했다.

이 사원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니다 보니 매우 어색했다. 그런데 그런 어색함이 더욱 재미를 준 것 같다"며 "집에서 편안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팀 선배의 집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NG를 잘 내지 않는 편이라 원테이크로 끝냈다"고 자랑했다. 롯데쇼핑 라이브는 롯데쇼핑 홍보실 뉴미디어팀이 담당한다. 팀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 편집까지 한다. 이날도 한창 편집 중이었다.

그는 "배고픈 태훈이가 처음 나가고 나서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무척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간혹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보다 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좀 더 정착되면 그때는 롯데쇼핑의 대표 홍보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맛있게 먹자는 생각으로 먹는다"면서 "콘셉트가 진지하게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원에게 그동안 '배고픈 태훈이'를 촬영하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아달라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랍스터가 제일 맛있었다"고 했다. 최근 게시된 '배고픈 태훈이' 3편 롯데마트 그로서란트에서 선보인 메뉴다. 구입한 식재료를 그 자리에서 요리해주는 서비스를 소개하는 영상에 등장한다. 랍스터를 정말 만족해하며 먹는 이태훈 사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는 "배고픈 태훈이를 찍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낙방을 많이 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는데 이번 일을 하면서 내가 잘 모르고 못 하는 분야에서도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는 영상 쪽에 더욱 포커스를 두고 좀 더 공격적으로 아이템을 기획해 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원은 현재 롯데쇼핑 라이브의 구독자 수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각종 SNS를 자신이 직접 해보고 구독자 수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SNS에 사진 등을 자주 올리고 관심을 유발하고 해시태그를 다는 등 노력을 해봤더니 한 달 만에 팔로워가 1000명이 됐다. 롯데쇼핑 라이브에도 적용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홍보실 업무가 적성에 맞는지를 물었다. 그는 "우리 팀 6명이 힘을 합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체 인력만으로 이런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것이 롯데의 힘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쇼핑 라이브를 만들면서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이 만들어져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뿌듯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무척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무척 웃음이 많은 맑은 청년이었다. 롯데쇼핑 라이브에 대해 설명할 때는 눈이 번뜩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배고픈 태훈이'는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번에는 어떤 아이템을 들고 그 특유의 어색한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 오늘 퇴근길에는 그가 추천한 롯데마트 랍스터를 한번 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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