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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인보사' 세포치료제 강국의 민낯

  • 2019.04.03(수) 11:19

인보사 사태, 허술한 허가 기준 전 세계 알린 꼴
'비싼 진통제' 효능 논란도…식약처 책임론 부상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인보사는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무려 19년간 110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밝힌 야심작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후 첫 신약으로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를 받았는데요. 1년 8개월만에 판매 중단과 함께 허가 취소 위기로 내몰리게 된 겁니다.

인보사 사태를 짚어보면 여러모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인보사를 구성하는 세포가 알고 보니 다른 세포였다는 건데요. 명색이 세포 유전자치료제인데 무려 15년간 해당 세포를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항변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애초 이를 허가해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04년 당시 업계에서 일반적이던 특성검사를 통해 유전자 5개 족보를 확인한 결과 인보사를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TC)*가 연골유사세포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합니다.

*형질전환세포: 세포조직을 빨리 증식하게 하는 유전자가 도입된 세포.

그런데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 3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신 유전자 검사기법인 STR(Short Tandom Repeat)을 통해 유전자 20개 족보를 확인해보니 연골유사세포가 아닌 신장세포 계열인 293유사세포(G2P-293)로 나타난거죠.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만 STR 기법으로 검사했을까요. 식약처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허가기준이 미국 FDA 가이드라인과 동일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의약품 그중에서도 인보사와 같은 유전자치료제를 허가할 때 STR 분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도 이번에 STR 분석을 진행한 건 우리나라에선 인보사만 제조하는 전용공장이 따로 있지만 미국에선 위탁제조업체(CMO)에 맡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러 세포치료제를 제조하는 CMO를 이용할 경우 STR 분석 결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이 미리 STR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형질전환세포의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FDA와 식약처 보고와 함께 자체적으로 판매 중단을 조치한 거죠.

미국에서도 인보사를 자체적으로 제조·생산했다면 STR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도 자체 공장을 세워 임상 3상을 진행했다면 허가까지 문제가 없었을까요?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인보사는 그전부터 효능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보사에 대해 '비싼 진통제'라고 지적해왔는데요. 국내 임상 3상 장기추적 결과 36개월까지 관절기능 및 통증 개선효과는 확인했지만 연골재생 등 혁신적인 치료 효과는 없었던 겁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엄격하게 따집니다. FDA는 현재 4개 품목의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판매 허가를 내줬는데요. 암젠의 티벡(제품명 임리직)과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등 3개 품목은 종양세포를 괴사시키고, 스파크의 럭스터나는 유전성 망막질환을 치료해 실명을 막는 효능을 확인했습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중대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혁신적인 치료 효과(유효성)를 입증했다는 겁니다. 반면 인보사는 치료가 아닌 통증 완화로 수술을 늦추는 효과 정도만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이번에 식약처가 인보사의 판매를 중지하면서 대체 의약품으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제시한 사실만 봐도 인보사가 과연 '치료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코오롱이 과연 지금까지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몰랐겠느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일부에선 은폐 가능성도 제기하는데요. 코오롱의 말대로 15년간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가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식약처는 뒤늦게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면서 칼을 빼들었는데요. 식약처 역시 허가 당사자로서 책임론에서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일부 시민단체가 인보사의 임상 허가 관련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식약처의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적하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작용기전(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향후 인보사의 운명을 두고도 의견차가 상당합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름은 다르지만 동일한 세포로 임상과 허가가 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엄밀히 따지면 허가받은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는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데요. 아직까지 별다른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곤 하지만 연골세포로 허가를 받은 만큼 허가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인보사가 허가를 받은 세포는 연골세포이지 신장세포가 아닌 만큼 우선 허가취소 후 재허가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세포치료제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우리나라의 수준 낮은 허가기준만 전 세계에 알린 꼴"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식약처는 이번 인보사 사태로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STR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향후 STR보다 더 진보된 검사 방법이 나왔을 때 제2의 인보사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땜질 처방이 아닌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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