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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vs쿠팡vs배민

  • 2019.04.11(목) 14:58

절대 강자 없다…이커머스·배달앱 '전쟁'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지난해 톱스타 배우 신세경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그동안 일상의 소소한 정보를 각자 독특한 개성으로 전하던 이른바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인식됐는데요. 이들은 유튜브 속에선 '스타'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인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생태계에 톱스타가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던 겁니다. 신세경은 채널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50만 명을 끌어들이면서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이 있습니다. 신세경의 경우 특별한 콘텐츠 없이도 '대성공'을 이루긴 했지만 모든 스타가 유튜브에 도전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은 채널을 만든 뒤 한 달 수익이 1만 5000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연예인이 인터넷방송을 하면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에는 별다른 게 없으면 바로 등을 돌린다"며 유튜브 생태계의 법칙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기존 방송 콘텐츠와 비슷한 포맷으로 유튜브에 도전한 스타들의 실패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던 스타들이 속속 유튜브로 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있어서입니다. 유튜브는 또 하나의 강력한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선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공식이 있습니다. 기존 스타들도 그에 맞게 적응하며 기존 크리에이터들과 '공정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바로 유통업계입니다. 과거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유통업계의 '톱스타'였습니다. 대부분 소비자가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점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시장이 스크린이자 브라운관인 셈입니다.

그러다가 최근 온라인 시장, 즉 이커머스가 강력한 채널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0년쯤 2조원가량에 불과하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3조 7000억원대로 커지면서 18년간 연평균 25.9%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오는 2023년엔 시장 규모가 214조원에 이르면서 순수 소매시장 내 점유율이 49.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꽉 잡고 있던 오프라인 시장은 정체 내지는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그러다 보니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커머스 시장 역시 오프라인 시장의 '톱스타'들이 진출한다고 해서 곧장 승승장구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이커머스에서 자리 잡은 '강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대표 선수들입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공룡인 롯데와 신세계 등이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데요. 유통업계 1위인 롯데는 앞으로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2년까지 이커머스 매출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1조원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달 온라인 통합 법인을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우 조직의 성격이나 경영 방식 등이 이커머스 시장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섭니다. 비교적 변화가 적은 오프라인과 다르게 온라인의 경우 시장이 급변하는 특징이 있는데, 대형 유통업체들은 워낙 조직이 큰 탓에 이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커머스엔 이커머스 생태계만의 법칙이 있다는 겁니다.

김범석(오른쪽) 쿠팡 대표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가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결정 이후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쿠팡 제공)

실제 롯데나 신세계의 경우 온라인 시장에만 '올인'할 수는 없는 탓에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는 다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시너지까지 창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이런 분석이 나옵니다. 서혜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 유통업체의 온라인 진출과 관련해 "보유 고객들의 경험 확대, 다른 온라인 채널로 이탈 방지를 위한 고객 체험 다양화, 고객의 충성심 확보를 통한 락인(Lock-in) 효과 강화가 목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 채널의 판매 기능 강화보다는 쇼핑 경험의 차별화를 구현하거나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확보하고 고객 경험을 제고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통공룡'들과 경쟁에 맞닥뜨린 업체들이 또 다른 시장에서는 입장이 뒤바뀐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쿠팡과 위메프는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며 배달앱 시장 진출을 선언했는데요. 배달앱은 성장 속도가 이커머스보다 더 빠를 정도로 최근 주목받는 시장입니다.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지난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500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배달앱 거래 규모도 3300억원가량에서 3조원으로 5년 만에 10배나 커졌습니다.

쿠팡은 최근 배달앱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를 모집하는 등 사업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는데요. 쿠팡이 이미 갖추고 있는 물류 기술과 배송 노하우 등을 활용한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제공)

그러나 이 시장 역시 배달앱 생태계 만의 법칙이 있습니다. 이 시장은 현재 배달의 민족이 60%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를 요기요, 배달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쿠팡과 위메프의 진출에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요.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배달앱은 익일배송, 당일배송을 하던 기존 사업구조와 달리 1시간 이내에 모든 서비스가 끝나야 하는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와 배달의 민족엔 각각 6만 개, 8만 개가량의 식당이 있는데 이걸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투자"라며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자신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 쿠팡과 위메프. 기존 시장에서 스타로 대접받는 이들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까요? 누군가는 대성공을 이룰 수 있지만 또 누군가는 기존 영업방식을 답습하다 실패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유통업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경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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