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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허술한 식약처, 제2인보사 또 나올라

  • 2019.07.25(목) 09:01

이수앱지스 '클로티냅' 조건부허가 후 13년만에 임상3상
식약처, 미완성 약 허가 책임 커…관리·감독 강화할 필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결국 허가 취소에 이른 '인보사 사태'를 되짚어보면 일차적으론 코오롱생명과학의 잘못이 큽니다. 이미 다수 환자들에게 약을 투여한 시점에서야 신장세포를 관절세포로 잘못 알았다는 해명을 받아들이긴 힘든 부분이죠. 그러나 이 약이 30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시판 허가를 내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귀책 사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보사는 조작'…코오롱, 날개 없는 추락]

의약품은 보통 동물실험 단계인 전임상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임상1상, 소수 환자들에게 안전성과 효능을 시험하는 임상2상을 거쳐 마지막으로 다수 환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부작용 등의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임상3상 과정을 거치는데요.

예외적으로 뇌종양과 췌장암 등 치료제가 없는 희귀암의 경우 임상1상과 2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증명되면 임상3상을 나중에 진행하는 조건으로 미리 허가를 해주는 '신속심사(조건부허가)' 제도가 있습니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7월 세포치료제에 대해 조건부허가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개정했고, 덕분에 인보사는 이듬해 임상3상을 거치지 않고 조건부허가를 받았죠.

식약처가 제시하는 조건부허가의 기준은 기존엔 충족하지 못하는 의학적 요구에 부응할 가능성이 있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병 등입니다. 희귀암 등 치료제가 없는 중증질환의 경우 환자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조건부허가는 실낱같은 희망일 수 있죠. 조건부허가 자체가 잘못된 제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식약처가 조건부허가를 도입할 때 참고했던 미국도 'Accelerated Approval(가속승인)'이라는 의약품 조기승인 제도를 운용 중인데요. 문제는 미국은 심사관이 500여명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5명에 불과합니다. 즉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이에 따른 허술한 허가심사 및 사후관리 제도가 인보사 사태의 또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식약처의 허술한 허가심사가 또 다른 인보사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기업인 이수앱지스가 최근 임상3상 승인을 받은 항혈전제 '클로티냅(성분명 압식시맙)'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클로티냅은 관상동맥 혈관확장술(PTCA) 시술 중에 고위험환자들의 허혈성 심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헤파린과 아스피린에 보조적으로 쓰이는 주사제인데요. 임상1·2상을 마치고 지난 2006년 조건부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시판 중입니다. 연 매출만 50억원 상당에 달하죠.

의아한 대목은 조건부허가를 받은 지 13년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임상3상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조건부허가 후 임상3상 신청까지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시판 후 무려 13년간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쓰였다는 건 납득이 어렵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긴 했는데요. 노바티스의 항암제 '타시그나'는 국내에서 2010년 12월 조건부허가를 받은 후 6년이 지난 시점에 임상3상 자료제출 시기를 5년 더 연장 신청한 바 있습니다. 당시 노바티스는 임상3상 그 이유로 치료제에 대한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약계 전문가들은 약물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식약처에 임상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지만 식약처는 무대응으로 일관했죠.

그렇다면 조건부허가를 받은 제약사들이 임상3상을 계속 미루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판매 중인 약에 대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혹시나 실패할 수도 있는 임상3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려면 평균 10~15년의 기간이 걸립니다. 그중 임상3상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략 1000~2000명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할 경우 약 1조원 이상이 필요한데요. 신약 연구개발 단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조건부허가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조건부허가만 받으면 치료제를 팔아 매출을 올리면서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죠. 환자들은 돈을 내고 임상시험의 실험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국내 의약 전문가들도 조건부허가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큰 만큼 조건부허가를 받게 되면 임상3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미완성 의약품을 정부가 허가해 준 만큼 제약사의 조건이행 등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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