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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는 조작'…코오롱, 날개 없는 추락

  • 2019.05.28(화) 15:51

코오롱, 인보사 허가 취소에 형사 고발까지
인보사 사실상 재기 불능…티슈진, 존폐 기로
바이오 신뢰도 타격…식약처 책임론도 부각

코오롱생명과학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인보사케이주는 품목 허가 취소와 함께 사실상 재기 불능상태에 빠졌다. 인보사의 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코오롱생명과학은 형사고발과 함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줄소송에 이어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인보사의 미국 수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존폐 기로에 섰다.

업계에선 이번 인보사 사태가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인보사를 허가해준 경위를 철저하게 규명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동일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품처는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인보사 관련 자료가 허위로 밝혀짐에 따라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코오롱 측이 인보사 허가 당시 제출 자료에 연골세포로 기재했던 2액이 신장세포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은 1액과 2액으로 나뉘는데 2액의 세포가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허가 당시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자체 시험검사와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추가 검증도 진행했다.

그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허위 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긴 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연골세포)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해야 하는데 코오롱은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식약처가 2액의 최초 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가 나왔다면서 코오롱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현지실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에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액 세포에 삽입한 TGF-β1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바뀐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숨겼다. 세포에 삽입하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인데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위탁생산업체의 검사를 통해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고 지난 3일 공시한 사실을 근거로 코오롱생명과학도 2017년부터 세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사진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이에 식약처는 품목 허가 취소 외에 형사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고의로 세포 변경을 숨긴 만큼 괘씸죄까지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가 당시 제출 자료가 허위임이 밝혀질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 개인은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기업의 경우 최장 1년간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식약처의 발표와 함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정 시까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인보사 허가 취소가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요 사항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서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밣을 수 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수출을 위해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인 만큼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자들은 집단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28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보사 투약 환자 244명에 대한 공동소송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위자료 등을 포함해 25억원 규모다. 지난 27일부터 2차 원고를 모집하고 있어 소송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식약처가 품목 허가 취소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면서 인보사는 사실상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19년 동안 1100억원을 쏟아부은 공든탑은 결국 모래성으로 전락하게 됐다.

업계는 이번 인보사 허가 취소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 식약처가 인보사를 허가해준 만큼 이 과정을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면 허가 당국인 식약처 역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GCP(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와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기반해 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안이 산업계에 대한 신뢰문제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약품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초하는 만큼 윤리와 과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임했어야 하지만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통렬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연구개발과 인허가 과정이 보다 윤리적이고 과학적이며 투명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재기를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품목허가 제출 자료는 완벽하지 못 했지만 조작이나 은폐사실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는 동일한 세포로 오랫동안 임상을 거쳐 판매중인 세포 유전자치료제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믿어달라.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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