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꿈꿨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사실상 퇴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위해성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규제 강화 방안을 내놨고,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담배 시장 경쟁은 궐련형 제품 위주로 전개될 전망이다.
◇ 보건복지부 "할 수 있는 조치 모두 취할 것"
보건복지부는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 관리를 위한 2차 대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번에 규제 강도를 더욱 강화한 대책을 발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폐 손상과) 액상형 전자담배와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아동과 청소년, 임산부 및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안이 개정되기 전까지 사용 중단 강력 권고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는 우선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자에 액상 내 구성 성분 정보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 제품안전법 및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한 조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성분 제출 의무화 관련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어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현행법을 근거로 삼았다"며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강제성이 있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제품 회수와 판매 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에 나선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음 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 성분을 분석한다. 인체 유해성 연구는 질병관리본부가 내년 상반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담배의 법적 정의를 확대해 다양한 담배 유형에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을 원료 일부나 전부로 해 만든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연초의 줄기·뿌리 니코틴 등 제품까지 포함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담배 제조·수입자는 담배 및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청소년·여성 등의 흡연을 유도하는 담배 내 가향 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이런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복지부 차관을 반장으로 관계 부처 실장(1급)이 참여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을 구성한다.
◇ "액상형 전자담배 이미 침체…더 외면받을 것"
정부가 이런 방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다시 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위해성 논란이 있는 만큼 흡연자들의 거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한국필립모리스 측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추이를 보면 크게 성장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정부 조처가 다른 제품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라고 했다.
한 담배 업계 관계자 역시 "지난 5월 쥴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잠깐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낮은 니코틴 등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졌다"며 "이미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미미했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더욱 외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