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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전자담배 '세금 인상'…고민에 빠진 식약처

  • 2020.07.24(금) 15:55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두 배 인상…업계 반발
전자담배協 "세금 인상 악영향 미칠까 분석 발표 미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현재의 두 배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흡연자들을 일반 담배로 돌아가게 하는 '악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예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군의 유해성 분석 결과에도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우리정부는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유해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세금 인상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가 그간의 입장과 반대되는 연구 결과를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두 배로 인상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현재의 두 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의 쥴랩스가 국내에 쥴이라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들려오면서 세율이 일반 담배의 4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반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과세 형평성을 맞추겠다며 이번에 세금 인상 방안을 내놨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릴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카트리지 1개(0.7㎖)당 기존 1261원에서 2521원으로 오른다. 담배기기에 액상 니코틴을 주입하는 충전형 제품의 세금은 1㎖ 기준 1799원에서 3598원으로 인상된다. 이에 따라 세율은 일반 담배의 86% 수준이 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인상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세재정연구원·지방세연구원의 연구 결과 등에 따르면 액상 니코틴 0.8㎖는 일반 담배 20개비(한 갑)와 흡연 효과가 같다. 0.8㎖의 흡입 횟수는 200회 이상으로 궐련 담배 한 갑의 흡입 횟수와 같다는 설명이다.

결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액상 니코틴 1㎖는 일반 담배 25개비에 해당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기존에 액상 니코틴 1㎖와 일반 담배 12.5개비를 같은 것으로 간주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세금을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 전자담배 업계 반발…"식약처 분석 결과 내놔라"

전자담배 업체들은 이번 세금 인상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한다"며 "이는 수천 명에 달하는 영세 액상형 전자담배 점주들의 밥줄을 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국내 전자담배 사용자들을 가장 해로운 연초담배로 돌아가게 하는 악법"이라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기획재정부가 세금 인상의 근거로 내세운 연구 결과 역시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전자담배 액상 0.8㎖의 흡입 횟수가 200회 이상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이는 쥴랩스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마케팅 차원에서 주장한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 연합회의 지적이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측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쥴 0.7㎖ 액상은 최대 81회만 가능하다. 

연합회 측은 이런 연구 결과 등을 내세워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을 저지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악법을 저지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의 이번 개정안 발표에 따라 앞서 식약처가 예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식약처는 올 하반기에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발표 일정을 내놓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 방안을 의식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이번 세금 인상의 '명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담배에 중과세를 하는 이유는 담배가 유해하다는 명목에서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세금을 늘리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이나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올리는 명목 중 하나는 이런 제품들도 일반 담배처럼 유해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이런 입장을 고수해왔던 만큼 과세 형평성 등을 내세워 이번 세금 인상이 가능했다. 따라서 식약처가 이런 기조와 반대되는 분석 결과를 당장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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