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향담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10%가 채 되지 않았던 것이 지난해에는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담배 제조 업체들도 가향담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가향담배 시장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서다. 가향담배는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 비흡연자들의 흡연을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꼼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향담배의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첨가물 성분 공개 등의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가향담배 비중 40% 육박…제조 업체도 집중 공략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담배 시장에서 가향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6%가량에서 지난해 약 38%로 증가했다. 가향담배의 일종인 캡슐담배 역시 같은 기간 1.6%에서 30.6%로 급증했다. 가향담배는 담배에 인위적으로 맛이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향료 등의 성분이 첨가된 제품을 말한다. 오랜 기간 인기를 끌고 있는 멘톨 향 담배나 최근 부쩍 늘어난 담배 필터에 향료 캡슐을 삽입한 캡슐 담배 등이다.
가향담배는 니코틴 특유의 씁쓸한 맛을 완화해 흡연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청량한 맛을 강조한 멘톨 향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담배 냄새가 덜 나는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향이 첨가된 담배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담배 제조 업체들도 가향담배 시장을 잡기 위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담배 제조 업체들은 국내 담배 시장 규모가 정체됐음에도 가향담배 수요는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담배 소비량은 지난 2011년 약 44억 갑에서 지난해 35억 9000만 갑으로 지속해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가향담배는 같은 기간 2억 7000만 갑에서 13억 8000만 갑으로 크게 늘었다.
한 담배 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성장세를 보여온 가향담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흡연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럽·미국 등 규제 강화 추세…"국내서도 논의 필요"
하지만 이런 흐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가향담배의 위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가향담배에 대한 해외 규제 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통해 협약 당사국에 담배 제품 성분 규제와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가향담배의 경우 첨가물의 종류인 설탕과 감미료, 멘톨, 민트 등의 물질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향담배가 담배 중독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여성 등 젊은 층 비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국내 청소년 흡연자 중 62.7%가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심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향담배는 담배 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야 할 담배 본연의 매캐한 맛과 자극을 둔감하게 함으로써 건강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시장에서 특정한 향을 내는 담배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멘톨 담배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부터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담배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편인 미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멘톨 담배를 비롯한 가향 시가류에 대한 판매 금지안을 내년까지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향물질을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을 제품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이라며 "국민 건강을 고려해 첨가물 등 담배 성분 제출 및 공개에 대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가향 물질을 첨가할 수 없도록 하거나 해당 제품의 제조‧수입‧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정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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