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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맞은 가향담배, 달콤한 미래 계속될까

  • 2022.05.10(화) 06:50

궐련 담배 시장 위축 속 '나 홀로 성장'
전자담배 대세로 냄새 거부감 심화 영향
규제 움직임…액상형 전철 밟을지 주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향을 넣어 냄새를 줄인 '가향담배'가 담배업계의 신무기로 자리잡았다. 궐련담배 시장 위축에도 유일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담배 보급이 활성화되며 궐련담배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높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담배업체들은 신제품 대부분을 가향담배로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향담배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향담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 청소년 흡연 유발 등 문제를 불러온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가향담배 규제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가향담배가 이런 논란을 뚫고 담배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년 만에 '강산'이 바뀌었다

궐련담배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4억 갑 수준이었던 궐련담배 판매량은 2020년 35억9000만 갑으로 줄었다. 가향담배는 예외였다. 2011년 2억7000만 갑 수준이던 가향담배 판매량은 2020년 13억8000만 갑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38.4%까지 올랐다. 올해 4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현재 가향담배 시장의 선두는 KT&G다. KT&G는 지난 2019년 냄새 저감 기술을 적용한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1년 동안 5000만 갑이 넘게 팔렸다. 에쎄의 기존 충성고객인 중년층은 물론, 젊은 흡연자에게도 호응을 얻은 결과다. 이후 KT&G는 '레종 프렌치 끌레오', '에쎄 체인지 프로즌' 등 가향담배 신제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2월 ‘말보로 비스타 수퍼슬림’을 선보였다. 이어 3월에는 BAT로스만스가 '던힐 알프스 부스트'를, 5월에는 JTI코리아가 '메비우스 LBS 맥스 옐로우'를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기존 담배 대비 냄새가 크게 줄어든 제품이다. 냄새 저감을 위한 캡슐 탑재는 물론, 궐련을 감싼 종이에도 냄새 저감 기술이 적용됐다.

가향담배, 어떻게 '대세'가 됐나

가향담배는 시장 환경 변화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5년 담배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흡연자가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43억6000만 갑이었던 궐련담배 판매량은 이듬해 33억2600만 갑으로 줄었다. 2016년에는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7년 한국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내놓으며 전자담배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2019년 궐련담배 판매량은 30억6300만 갑으로 줄어들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비슷한 시기 전자담배 시장에도 위기가 닥쳤다. 2019년 연말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증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시켰다.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가 강화되는 등 규제가 시작됐다. 이 논란은 궐련형 전자담배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그 결과 2020년 일반담배 판매량은 32억 갑을 넘어서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이런 가운데 담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이 가향담배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냄새가 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확산되며 담배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졌다. 정부 금연 정책 활성화로 곳곳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냄새가 덜한 담배에 주목하게 됐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흡연자들도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담배업계가 가향담배를 중심으로 신제품을 내놓게 됐다는 설명이다. 가향담배 시장의 '나 홀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다.

고개 드는 '규제'…미래는 어떨까

가향담배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장이 커지며 정부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향담배가 '신규 흡연자' 유입을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7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 63.2%가 가향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었다. 특히 담배를 막 피우기 시작한 10대 남성의 70.3%, 1020세대 여성의 81.7%는 가향담배를 선호했다. 가향담배가 담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관리에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의 가향담배 규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멘톨 등 모든 가향담배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전면 판매 금지는 오는 2024년 이후가 유력하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와 캐나다는 각각 2020년, 2017년부터 멘톨 담배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당시 미국의 행보를 따른 국내 정부가 이번에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가향담배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각 사

'빠른 규제'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국내 가향담배 규제는 아직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 담배 가향물질 첨가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추가 대책은 없다. 아울러 가향담배 규제를 위해서는 담배사업법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담배사업법 소관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규제 강화에 미온적이다. 당장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할 경우 담배 세수가 40% 가량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다. 다만 합리적 규제 마련을 위한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향담배 규제가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가향담배가 접근성이 높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만큼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할 수 있다. 업계·소비자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합리적 규제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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