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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필립모리스 '일루마'…1위 재탈환 '비책' 통할까

  • 2022.10.26(수) 07:40

"청소 필요없다" 편의성 높인 아이코스 '일루마'
큰 몸체와 무거운 무게 단점…'호불호' 갈릴듯
KT&G도 내달 신제품…전자담배 경쟁 더 심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국 필립모리스가 3년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를 출시했다. 경쟁사인 KT&G의 '릴' 시리즈에 업계 1위를 내주며 '신무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일루마는 기존 제품보다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가열 시스템 개선으로 번거로운 청소가 필요 없게 했다. 담배를 꽂으면 바로 가열되는 '오토' 시스템도 도입했다. 디자인적인 심미성도 높였다. 

일루마의 등장으로 하반기 전자담배 시장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KT&G는 다음달 '릴' 시리즈 신제품을 출시한다. BAT도 신제품 출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전자담배 시장의 성장도 더 빨라지고 있다. 연초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교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업계는 계속해서 전자담배의 '위해저감성'을 주장 중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가장 '혁신적인' 아이코스

"담배 없는 미래를 목표로 5년 전 아이코스를 출시했다. 그동안 아이코스가 흡연자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일루마는 지금까지의 아이코스 제품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다. 많은 흡연자들을 비연소 제품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지난 25일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 출시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일루마는 이전 아이코스 모델과 달리 블레이드가 없어 파손 우려가 적고 담배 잔여물이 남지 않아 더 이상 청소가 필요하지 않다"며 "기존 소비자의 불편을 상당부분 해결해 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선도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영재 한국 필립모리스 대표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아이코스 일루마의 가장 큰 특징은 담배 가열 시스템의 변화다. 기존 아이코스 시리즈와 달리 '스마트코어 인덕션 시스템'을 적용했다. 담배를 태우지 않고 내부에서 가열한다. 이는 가열 후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담배의 맛을 끝까지 유지시키는 효과도 낸다. 이외에도 담배 삽입시 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스타트' 기능을 적용했다. 일루마 전용 담배인 '테리아'도 내놨다.

이날 필립모리스가 선보인 신제품은 '아이코스 일루마 프라임'과 '아이코스 일루마' 두 가지다. 각각 4가지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일루마 프라임은 일루마 시리즈의 프리미엄 라인이다. 알루미늄 소재와 이를 감싸는 '랩 커버'가 특징이다. 두 제품 모두 1회 충전에 2회 연속 사용할 수 있다. 필립모리스는 일루마 시리즈를 다음 달 10일부터 아이코스 직영 매장과 일부 편의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일루마 '직접' 만나보니

흡연자인 기자가 직접 일루마를 사용해 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이었다. 아이코스 본연의 '둥근 감성'은 살리면서도 세련되게 변모했다. 특히 '일루마 프라임'의 그립감이 좋았다. 모노톤 알루미늄 소재가 손에 착 감겼다. 일반 일루마 제품의 곡선 디자인도 돋보였다. 프라임과 일반 제품의 기능적 차이는 없다. 다만 재질과 디자인의 차이다. 

아이코스 일루마 제품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오토스타트' 기능도 편리했다. 테리아를 기기에 꽂자마자 곧바로 가열이 시작됐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기자가 선택한 테리아는 멘솔향의 '그린'이었다. 한 모금 머금자 기존 아이코스와 다른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가열 시스템 변화의 영향으로 보였다. 전자담배 특유의 쿰쿰한 뒷 냄새도 적었다. 뒤처리도 편했다. 블레이드가 사라져 그냥 담배를 뽑아서 버리면 됐다. 

다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두 대를 연속으로 피자 아이코스 제품 특유의 '입 마름'이 느껴졌다. 디자인이 돋보여도 상대적으로 큰 몸체가 부담이었다. 아이코스 일루마의 크기는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크기다. 주머니에 넣기에 어려움이 많다. 무게도 무거운 편이다. 경쟁사들이 '슬림화'에 나서고 있는 점은 고려하면 단점이라면 단점인 셈이다. 연무량도 기존 아이코스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편의성을 높였음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평가다. 기존 아이코스 사용자들은 무리 없이 일루마로 갈아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쟁사의 가벼운 제품에 익숙한 이들이 넘어갈 가능성은 적다고 느꼈다. 인덕션 기술도 앞서 BAT의 글로와 KT&G의 릴 하이브리드에도 적용한 방식이다. 일루마에 큰 특별함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스틱이 기존 아이코스 제품과 호환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테리아는 오직 일루마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비연소가 미래다

이날 백 대표는 필립모리스의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앞으로 2025년까지 비연소 대체 제품을 100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최소 4000만명 이상의 성인 흡연자를 비연소 대체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비연소 제품의 순매출 비중도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관건은 전자담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연초형 일반 담배만큼 유해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연초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담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흡연자의 전자담배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 대표는 "아이코스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기 때문에 일반 담배 대비 유해 물질 배출이 평균 약 95% 감소됐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아이코스와 같은 비연소 대안 제품을 인정하여 일반 담배를 계속 피우는 성인 흡연자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궐련형 전자담배 규제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에 근거한 소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초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과학적 근거에 맞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적 'KT&G'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필립모리스, KT&G, BAT가 삼분하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2017년 아이코스 출시 이후 줄곧 시장의 1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KT&G의 '릴'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릴' 45%, '아이코스' 43%, '글로' 11%로 나타난다. 필립모리스는 일루마로 업계 1위를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만 필립모리스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쟁사들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KT&G는 지난 2020년 출시했던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 2.0'의 후속작을 다음 달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릴 솔리드 2.0 역시 성능과 디자인을 대폭 강화한 제품이다. 이른바 KT&G 궐련형 전자담배의 2세대로 평가받는다. 

AI 기술 등을 적용했다는 것이 KT&G의 설명이다. 핸드폰과 연동해 고객의 흡연 습관까지 분석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AT도 4분기 신제품 출시 가능성이 있다.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는 지난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씹는 담배, 머금는 담배 등 비연소 담배 라인업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담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연말은 필립모리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1위를 굳혀가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판을 뒤집을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일루마의 성공이 그만큼 중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담배에 대한 위해저감성 논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움직임도 예의주시 해야할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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