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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맥도날드의 추락과 햄버거병 걸린 '신뢰'

  • 2019.11.18(월) 15:16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 침체…수익성 높이기에만 골몰
검찰은 햄버거병 재수사…이래저래 소비자 신뢰 저버려

사진=맥도날드 홈페이지

얼마 전 미국의 커피전문점 블루보틀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오픈 첫날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 화제가 됐죠. 그에 앞서 2016년에는 미국 '쉑쉑버거'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역시 많은 고객들이 2~3시간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긴 줄을 서는 풍경을 연출한 원조가 있습니다. 바로 맥도날드인데요. 맥도날드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지난 1988년 3월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내며 국내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맥도날드 1호점에는 대표 메뉴인 '빅맥'을 맛보기 위해 수백 명의 소비자가 몰려들어 줄을 섰다고 합니다. 이 매장은 금세 압구정의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맥도날드는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는데요. 그러다 2000년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점차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바로 압구정 1호점이 2007년에 폐점한 겁니다.

당시 맥도날드 측은 비싼 임차료를 공식적인 폐점의 이유로 들었는데요. 업계에서는 다르게 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경쟁업체들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데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장사가 점점 안 되니 임차료가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후에도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점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습니다. 1호점과 같은 해인 1988년 종로에 오픈한 2호점은 지난 2016년에 폐점했고요. 한국 진출 30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신촌점을 폐점했습니다. 신촌점 역시 이 일대의 명물이었던 터라 아쉬워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맥도날드 1호점 압구정점 오픈 당시. (사진=맥도날드 홈페이지)

이 와중에 맥도날드는 최근 한 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용혈성요독증후군 일명 '햄버거병' 사건인데요. 지난 2016년 한 여성이 '아이가 맥도날드의 해피밀 세트를 먹고 햄버거병에 걸렸다'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맥도날드는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부인해왔고요. 검찰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사건을 다시 꺼내들면서 논란이 재점화했습니다. 표 의원은 맥도날드가 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요. 이에 따라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 시민단체가 맥도날드의 식품 오염 관련 증거 사진이라며 덜 익은 버거나 곰팡이 핀 토마토 등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고요.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언더 쿡(덜 익은 음식) 논란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러자 맥도날드는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언더 쿡 논란에 대해선 전체 매장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겠다면서도 '조작이나 의도적인 촬영의 정황이 담긴 사진도 있다'라고 반박했고요. 이후 맥도날드 임직원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주방을 공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진행한 맥도날드 주방 공개의 날 홍보 포스터. (사진=맥도날드 제공)

아울러 앞서 햄버거병 의혹을 제기했던 소비자와는 법원의 조정을 통해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의 치료 금액은 물론 관련 비용을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검찰은 이번 합의와는 별개로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는 추후 다시 논란이 되지 않도록 잘잘못을 제대로 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맥도날드의 행보를 보면 과연 이번 햄버거병 논란이 해소된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맥도날드는 지난 2016년 햄버거병 논란 직후인 2017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햄버거에 대한 식중독균 검출 결과를 발표하려고 하자, 법원에 발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에서만 식중독 유발균이 기준치의 3배 이상 초과해 검출됐다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초에는 주요 메뉴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요. 아울러 일부 햄버거의 경우 빵을 저가형으로 교체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 최소 가격도 인상했습니다.

물론 가격 인상은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세적인 흐름이긴 합니다. 그러나 당시는 맥도날드 제품에 대한 '품질' 논란이 한창이던 시기여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더 컸습니다. 일각에서 위생 논란으로 떨어진 매출을 가격을 올려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특히 맥도날드는 지난 2016년 운영권을 매각하려다 실패한 바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이후 맥도날드의 수익성 개선 움직임이 향후 매각 재추진을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수익성 회복 등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햄버거병 논란이 재점화하자 부랴부랴 상대방과 합의에 나선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만약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소비자들은 맥도날드의 진정성을 믿어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 재수사에 따른 대응책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햄버거병 논란과 더불어 그간 맥도날드가 보인 일련의 행보가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겁니다.

맥도날드는 임직원들의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일부 직원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한 직원은 최근 논란으로 맥도날드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고 호소했습니다.

아직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정말 일부 잘못된 주장으로 맥도날드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맥도날드가 그간 소비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선 분명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할 겁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억의 맥도날드'가 다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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