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열풍의 주인공 마켓컬리가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시장에선 감탄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그만큼 손실도 커지고 있어서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지난해 42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보다 173%나 늘어난 기록이다. 같은 기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평균 성장률 20%와 비교해 8배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건 회원수 증가 덕분이다. 마켓컬리의 누적 회원수는 2018년 말 140만 명에서 지난해 390만 명으로 178%나 증가했다.
매출은 빛났지만 그림자가 짙다.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986억원으로 2018년 339억원과 비교해 190% 급증했다. 매출보다 손실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컬리 측은 선제적인 투자로 손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컬리의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손실 확대를 투자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기본적인 매출 구조 자체가 적자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컬리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3236억원으로 매출액보다 1053억원이나 낮았다. 그런데도 영업손실이 오히려 더 커진 이유는 판관비가 매출총이익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컬리의 지난해 판관비는 총 2039억원으로 전년보다 167%나 급증했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판관비도 거의 같은 비중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소매가격이 1000원인 상품을 도매로 750원에 떼오기는 하지만 시장에 왔다갔다하는 차비로 그 차액인 250원보다 더 많은 돈을 더 써버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컬리의 판매관리비 중 변동비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다. 변동비란 매출이 증가할 때 함께 증가하는 비용이다. 판관비 중 변동비의 비중이 너무 높다면 매출이 늘더라도 비용도 늘어나 수익성이 좋아지기 어렵다.
반면 매출의 증감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고정비다. 직원의 급여나 퇴직급여, 사무용품비, 임대료, 건물관리비 등이 이에 속한다.
임금이나 사업을 흑자로 돌리려면 고정비가 높은 편이 오히려 유리하다. 사정이 어렵다면 임금삭감 등으로 고정비를 줄이면서 매출을 늘린다면 곧바로 수익이 늘어난다. 매출과 원가가 안정적이라면 고정비 비중 축소가 이익의 최대화를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컬리는 이런 식으로 수익을 늘리긴 어려운 구조다. 판관비 중 매출과 연동돼 늘어나는 변동비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다. 컬리는 지난해 포장비로만 전년보다 194%나 늘어난 503억원을 썼다. 광고비도 2018년 148억원에서 작년엔 439억원으로 209%나 증가했다.
외주 물류비가 녹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급수수료의 경우 지난 2018년 96억원에서 지난해 509억원으로 무려 430%나 급증했다. 컬리의 신선식품 배송을 담당하는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에만 256억원의 지급수수료가 나갔다.
결국 포장과 광고, 배송에만 판관비의 4분의 3정도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단기적인 비용 증가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보니 컬리는 외부자금을 꾸준히 수혈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마켓컬리는 지난 2016년 12월 170억원, 지난해 9월에 6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도 투자유치는 필수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현금성 자산규모는 720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수준의 영업활동을 통해 매출을 올리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컬리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투자에만 의존해 계속 생존하긴 어렵다. 구조적인 흑자전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그만큼 적자폭도 커지는 구조여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SSG 등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구조가 이어지면 지속가능한 경영보다는 광고 등으로 외형만 키운 뒤 상장이나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노린다는 세간의 우려를 떨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