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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홈쇼핑]①재주만 부리고 돈은 통신사가

  • 2020.06.10(수) 09:37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IPTV 사업자에 내는 송출수수료 매년 9%씩 늘어
입점업체들에 받는 판매수수료는 계속 인하 압박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소비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도 전인 25년 전부터 언택트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홈쇼핑이 그 주인공입니다. 업력이 짧지 않지만 입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경쟁자도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최근 홈쇼핑 업계의 고민을 비즈니스워치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홈쇼핑의 실적 구조는 수수료로 시작해 수수료로 끝납니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팔려는 업체들은 수수료를 주고(판매 수수료) 입점합니다. 홈쇼핑 업체들은 TV사업자에 수수료를 주고(송출 수수료) 채널을 받아 물건을 판매합니다. 

판매 수수료는 수익이고 송출 수수료는 비용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벌려면 수익은 늘리고 비용은 줄여야죠. 하지만 최근 홈쇼핑 업계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7개 TV홈쇼핑 업체들이 TV사업자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조 3114억원에서 2018년에는 1조 4335억원, 지난해에는 1조 5497억원으로 해마다 8~9%씩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매출이 늘어서 수수료가 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수수료만 계속 오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31.8% 수준이던 방송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18년 48.7%로 절반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홈쇼핑이 1만원을 벌면 그중에 4870원이 송출수수료로 나가는 구조입니다.

송출수수료가 계속 높아지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통신 3사를 비롯한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이 홈쇼핑보다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홈쇼핑 업체들의 '밥줄'인 채널 배정 권리를 쥐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가 깨지기 어렵습니다. 

IPTV 업체들은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수수료율도 올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IPTV 가입자 수는 2017년 1433만명에서 2018년 1566만명, 지난해 1683만명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유료방송 가입자의 절반이 IPTV 가입자입니다.

하지만 IPTV 가입이 공짜는 아닙니다. 가입자가 늘면 가입비와 월회비, 장비 임대료 등으로 IPTV 사업자들의 수익이 늘어납니다. 가입자 수 증가를 송출수수료 인상과 직접 연관시킬 순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절대 을의 위치에 있다 보니 매년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가 나서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합니다. 기본적으로 수수료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채널 변경 주기를 단축하는 논의에 나서는 등 오히려 IPTV 업계에 더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채널이 자주 바뀌면 송출수수료를 더 자주 올리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송출수수료는 시장 논리에 맡기자면서 판매수수료 인상엔 엄격한 잣대를 정부의 모순된 태도도 문제입니다. 사실 홈쇼핑들은 송출수수료를 올려주는 만큼 판매수수료를 올리면 수익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진 못합니다. 판매수수료를 내는 주체가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홈쇼핑 입점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보니 정부는 상생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판매수수료 인하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송출수수료 인상엔 팔짱을 끼고 있으면서 판매수수료만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 판매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처음으로 홈쇼핑 업체별 판매수수료율 현황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홈쇼핑 업체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판매수수료 산정 기준을 통일하고, TV홈쇼핑 재승인 때 판매수수료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홈쇼핑은 허가 산업이어서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홈쇼핑들이 판매수수료 인하와 함께 상품 판매·홍보, 자금 지원, 대금 선지급 등의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판매수수료는 최소 5%포인트, 최대 27%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판매수수료 규제 자체는 나쁘게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송출수수료는 놔주고 판매수수료만 옭죄다 보니 재주는 홈쇼핑 업체들이 부리고 돈은 IPTV 사업자들이 챙기는 구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은 제자리를 맴돌거나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인상은 결국 판매수수료 인상으로 돌아오며 이를 억지로 틀어막으면 홈쇼핑 업계의 수익성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송출 수수료 인상 압박이 커질수록 중소기업에 힘이 되자는 취지를 지키기가 어려워진다"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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