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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즉석밥 시장…"우리도 즉석밥 만들어요"

  • 2020.11.05(목) 09:27

햇반, 24년간 시장 1위 고수…압도적인 점유율
11번가·홈플러스, PB로 도전장…하림도 진출 준비

즉석밥 시장이 뜨겁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죽석밥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밥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이 즉석밥 시장 진출의 적기라는 분석이다. 이에 즉석밥 시장의 최강자 '햇반'에 도전장을 내미는 업체가 늘고 있다.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도 PB상품 등을 통해 즉석밥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 난공불락 '햇반' 점유율 굳건

HMR은 크게 즉석밥과 국·탕·찌개, 그리고 죽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시장이 나뉜다. 그리고 세 시장 모두 CJ제일제당이 '햇반'과 '비비고'를 앞세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탕·찌개와 죽은 CJ제일제당과 동원F&B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이중 즉석밥은 HMR 제품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상품이다. 국물요리나 등에 밥은 필수여서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난공불락이다. 점유율이 70%가 넘는다. 국내에 즉석밥 시장을 만든 것이 CJ제일제당이다. 지난 1996년 '햇반' 출시 이후 다른 회사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즉석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햇반의 첫 도전자는 농심이다. 농심은 2002년에 CJ제일제당에 이어 두 번째로 '햅쌀밥'을 출시했다. 점유율이 20%까지 올라갔다가 후발주자인 오뚜기의 오뚜기밥(2004년 출시)과 동원F&B의 쎈쿡(2007년 출시)에 순위를 내줬다. 이후 2016년에는 생산설비를 아예 CJ제일제당에 매각하고 시장에서 발을 뺐다.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동안에도 햇반의 점유율은 굳건하다. 밥은 한국인의 주식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햇반'의 아성에 밀려 함부로 뛰어들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 상황 바뀌었다…"저희 밥도 드셔보세요"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즉석밥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즉석밥 시장규모는 약 21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커졌다. 파이가 커지니 후발주자 입장에서도 시도해 볼 여지가 많아졌다. 특히 그동안 식품회사의 즉석밥을 팔아주기만 하던 오픈마켓 등 전문 유통업체들이 PB(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즉석밥을 내놓으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11번가는 경기 김포지역 농가와 손잡고 즉석밥 제품 '갓반'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대형마트에서 즉석밥 PB 상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오픈마켓에서 관련 상품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11번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즉석밥 시장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갓반의 인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29일 출시 된 갓반은 5일만에 초기물량이 모두 매진됐다. 이달 중순 2차 물량이 입고 예정이다. 제품의 완성도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후기의 90%가 별점 5점을 줬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도 지난 10월초 '시그니처 햅쌀밥'을 출시하며 즉석밥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산 햅쌀을 사용해 밥맛의 풍미를 살리고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그니처 햅쌀밥'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도 후하다. 홈플러스 인터넷몰 기준 상품평의 대부분이 별점 5점을 줬다. 재구매를 하겠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즉석밥은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이 없다면 뛰어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하림, 연내 즉석밥 출시 예고…HMR로 위기 돌파

식품업계에서도 새로운 즉석밥 플레이어가 시장진출을 준비 중이다. 하림이다. 닭고기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 하림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즉석밥 생산라인 공사에 한창이다.

하림 측에 따르면 전북 익산에 조성하고 있는 종합식품단지 '하림푸드 콤플렉스'의 제3공장(2만 2781㎡)에 즉석밥 생산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단지는 하림이 HMR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해 조성하는 설비다. 단지 조성에 투입되는 예산은 3830억 원 수준이다. 

HMR은 하림의 동앗줄이다. 현재 하림의 상황은 좋지 않다. 육계시장이 침체돼 지난해 434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최근 코로나19로 대형마트 등의 수요가 줄면서 올해 실적은 더 나빠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HMR 시장 진출로 반전시키겠다는 게 하림의 계획이다.

특히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즉석밥이다. 즉석밥 생산을 위해 지난 2016년 일본 쌀 가공업체 신메이홀딩스와 지분비율 50대 50으로 HS푸드를 설립했다. 이후 지금까지 4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해 HS푸드의 지분율을 93.48%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제품을 생산하기도 전이지만 그룹 내 판매라인까지 확정된 상태다. 쌀은 전북 익산에서 생산하는 햅쌀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익산시와 손잡고 즉석밥 가공용 쌀 생산단지 350㏊를 확보했다.

하림 관계자는 "공교롭게 시기가 맞아떨어졌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급히 준비한 것이 아니다"면서 "긴 시간을 가지고 준비에 나서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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