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졌던 면세점 업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기존 운영자였던 롯데면세점은 물론 호텔신라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업체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임대료 방식이 매출연동식인 데다 조만간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경쟁의 열기가 과거처럼 뜨겁지만은 않다. 업체들은 일단 이번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과거처럼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면세점 시장이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예전과 같은 활황을 보이기는 어려울 거라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도 이번 입찰의 '흥행'을 위해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김포·김해공항 면세점 입찰 대부분 참여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김해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자 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김해공항의 경우 지난 8일 입찰 현장설명회를 열었고, 김포공항에 대해서는 오는 29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김해공항은 내달 8일까지, 김포공항은 같은 달 22일까지 입찰참가 신청서를 받는다.
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연이어 나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탓에 여행객이 끊기면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공항 면세점의 사업자 선정이 줄줄이 유찰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모두 유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일단 앞서 진행하고 있는 김해공항 입찰부터 '흥행' 조짐이 보인다. 입찰 설명회에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업체 모두 참석했다. 이번 주에 열리는 김포공항 면세점 설명회에도 대부분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공항이나 김해공항 모두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김해나 김포공항 입찰에 대기업 면세 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두 점포 모두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과연 황금기 올까"…공항공사, '흥행' 안간힘
면세점 업체들이 이번 입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단 좋은 임대 조건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두 공항 면세점에 대해 매출에 따라 임대료를 매기는 '매출연동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당분간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큰 부담이 없는 셈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매출과 상관 없이 고정 임대료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예고하면서 면세점 업계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면세점 임대 기간은 '5+5년' 방식이다. 일단 5년 운영권을 갖고 이후 한차례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점포를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부분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경우 두 점포 모두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어서 적극적인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의견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면세점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자국 시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따이궁' 수요를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김해와 김포 모두 입찰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무리해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등 사업성을 철저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흥행'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공사는 김포공항 입찰 공고에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공지를 포함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주요 업체 모두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도록 해 흥행을 유도하기 위한 공지로 보인다"며 "면세점 업체는 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단 설명회에는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