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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통 플랫폼, '과거'와 '미래' 사이에 서다

  • 2021.10.01(금) 06:30

유통 플랫폼 대표 국정감사 증인 '줄소환'
규제 필요성엔 공감…새 잣대로 산업 봐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 국정감사는 '플랫폼 국감'이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주요 유통 플랫폼 대표들이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들은 중소상공인 영역 침범, 입점 판매자에 대한 갑질, 산업 종사자의 노동조건 등에 대한 질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유통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국감의 주요 안건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통 플랫폼 산업이 갖고 있는 그림자를 부정할 수는 없다. 거래액 규모가 빠르게 늘며 힘의 불균형이 당연시됐다.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판매자는 '을'로 전락했다. 속도가 중요시되는 트렌드 탓에 근로자들의 가혹한 노동 조건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오래다. 유통 플랫폼의 확장 중심 전략은 골목상권 침해를 낳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 효과가 의심돼서다. 정부는 유통 플랫폼이 급성장하던 최근 10년간 수수방관했다. 시장의 문제점이 나타나고서야 다급히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문제는 그 칼이 특정 진영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유통 플랫폼 규제는 '억제'를 목표로 한다. 운영 시간을 제한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확대해 유통 플랫폼의 시장 진출을 막는다. 시장 내 이해관계자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데에만 급급한 방식이다. 또 규제 제정 과정에서 유통 플랫폼의 의견은 대부분 묵살됐다.

이런 방식의 규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가 좋은 예다. 대형마트는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주마다 1회씩 주말 영업을 중단했다. 당시 정부는 전통시장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대형마트를 가지 못하게 하면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1차원적인 발상에 근거한 법안이었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대형마트 휴무일 전에 미리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다.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부의 명분은 무색해졌다. 결국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셈이 됐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유통 플랫폼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과 다르다. 유통 플랫폼은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 편익을 높인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어 판매자와 소비자의 경계도 모호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시장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유통 플랫폼은 우수 소상공인에게 기회를 주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수행한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지금의 구조로도 얼마든지 '상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유통 플랫폼은 스타트업에게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쿠팡·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앞세워 몇 년 만에 유통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뚜렷한 수익 구조가 없는 당근마켓은 미래 비전만으로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강한 규제가 시장 진입의 장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면 기대할 수 없었을 결과다. 과거에 만들어진 잣대로 유통 플랫폼에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만 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유통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거대한 관료 조직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유통 플랫폼을 규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중재자의 입장인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분보다 미래다. 현재 유통 플랫폼 산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규칙'만이 건전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 과거의 잣대는 일방의 희생을 강요했다. 그런 잣대로 만든 규정은 제대로된 규칙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이번 국감이 중요하다. 유통 플랫폼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지점이 될 수 있어서다. 이번 국감은 유통 플랫폼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야한다. 정부와 업계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만 해도 좋다. 물론 이후 그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가늠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 한 번의 실패는 실수일 수 있지만 연속되는 실패는 '무능'을 증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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