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여섯번째를 맞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막이 열렸다. 올해 코세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유통 732개사, 제조 1179개사, 서비스 142개사 등 2000개가 넘는 기업이 한 곳에 모여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시행 초기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딛고, 민간에 행사 주도를 위탁하는 등 꾸준히 개선해 온 결과다.
행사의 내실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코세페는 '보복소비' 덕에 좋은 성과를 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세페 기간 국내 카드 승인 금액은 전년 대비 6.3% 늘었다. 특히 전통시장 방문고객 수는 30%, 매출액은 25.5% 증가했다. 올해는 코세페 시작과 '위드 코로나'가 맞물려 있다. 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판'이 깔린 셈이다.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정부도 코세페의 흥행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매년 제각각이었던 코세페 기간을 11월 1일부터 2주간으로 정례화했다. 업계가 미리 행사 시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더 큰 폭의 할인이 가능토록 했다. 또 온라인 판로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은 각각 농·축산물과 중기우수제품 등을 온라인에서 대폭 할인 판매한다. 17개 시·도 지자체도 온라인 전용 행사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코세페의 '근본적 한계'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유통 구조의 차이 탓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코세페의 모델이 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사가 주도한다. 제조사가 직접 '재고떨이'에 나서는 만큼 압도적 할인이 가능하다. 반면 코세페는 가격 결정권이 없는 유통업체가 중심이다. 할인 대상이 '가격'이 아니라 '수수료'인 만큼 할인폭이 작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코세페보다 더 싼 이유다.
행사 '콘셉트'도 코세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코세페 시행 초기부터 전통시장과 중소기업 등이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에 집중해왔다. 반면 행사를 주도하는 대규모 유통업체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 탓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코세페 기간 동안 자체 세일에 더 집중했다. 대중의 관심은 대형 유통업체의 세일에 더 쏠렸다. 이는 '쓱데이' 등 대기업 행사가 코세페보다 더 주목받는 결과를 낳았다.
전통시장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중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체력'이 약한 전통시장·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코세페의 본질은 '쇼핑 축제'다. 명분에 집중해 기획된 축제는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코세페가 지금의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일시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세페의 발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참여 기업을 늘려 행사 규모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참여 주체간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전통시장이 각자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해 코세페의 혜택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등으로 판로 확장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한류 콘텐츠가 촉발시킨 '한국'에 대한 관심을 '한국 상품' 판로 확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는 양질의 '미국 공산품'을 파격가에 판매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광군제도 압도적 '가성비'와 이커머스 역량을 활용해 세계적인 쇼핑 행사로 발돋움했다. 코세페도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미 국내 제품·서비스의 품질은 인정받고 있다. 배송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코세페가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보다 의미있고 규모있는 행사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코세페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도 추진위·지자체에 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누리상품권 할인 등에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매년 이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행사가 '그들만의 행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미래의 코세페가 내수 시장의 단발적 할인 행사를 넘어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