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경직된 기업 문화
정준호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의 행보가 연일 화제입니다. 파격 인사에 어울리는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롯데그룹은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신세계 출신인 정 대표를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로 임명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의 근간입니다. 핵심 계열사 대표로 경쟁사 출신을 앉혔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의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롯데그룹은 최근 '변화'에 방점을 찍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롯데그룹을 짓누르고 있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입니다. 정 대표에게 롯데백화점을 맡긴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입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내부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하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겁니다.
롯데그룹은 오랜 기간 국내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해왔습니다. 롯데그룹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직되고 수직적인 기업문화 덕분이었습니다. 상명하복이 당연하고 개인보다 조직이 강조되는 롯데의 기업 문화는 롯데가 성장한 근간이었습니다. 그랬던 만큼 롯데그룹은 자신들의 기업문화가 가진 맹점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알아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성공을 거듭했으니까요.
하지만 롯데의 기업 문화는 이제 과거의 것이 됐습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불어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기업 문화로는 이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롯데가 경쟁사들에 비해 실적이나 트렌드 선도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민첩해야 합니다. 하지만 롯데는 너무 크고 둔합니다. 한번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들어갑니다.
계속되는 쇄신 예고
정 대표는 이런 롯데의 기업 문화를 변화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수장에 앉자마자 연일 쇄신을 예고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표이사 교체 시 당연하게 진행됐던 업무보고를 미뤘습니다. 각 부문별로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하고 있고 내년도 목표는 어떻다는 것을 대표에게 보고하는 자리 자체를 연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업무보고를 미룬 것에 대해 쇄신을 통해 각 부문에 새로운 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존의 시선으로 롯데백화점을 바라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롯데백화점을 바라보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지금껏 롯데백화점이 빠져있었던 '안일한 1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 대표는 최근 화상 회의에서 롯데백화점에 만연해 있는 군대식 문화 지양을 당부했습니다. 더불어 팀장과 매니저들로 하여금 일주일에 한 번씩 경쟁사의 매장을 직접 방문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직접 겪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롯데백화점이 가진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와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대표가 이처럼 거침없이 롯데백화점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신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에 최초로, 그것도 경쟁사 출신의 정 대표를 선임하면서 조직 문화 쇄신이라는 책임을 맡겼습니다. 이는 곧 정 대표가 롯데백화점의 쇄신을 위해 진행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전권을 위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충돌 불가피…결과에 관심
문제는 정 대표의 이런 거침없는 쇄신 행보가 과연 롯데백화점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입니다. 롯데백화점은 수십 년간 지속된 경직되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단단히 자리 잡은 곳입니다. 게다가 경쟁사 출신 대표입니다. 롯데백화점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너인 신 회장이 수년째 변화를 부르짖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롯데백화점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 대표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정 대표는 신세계 재직 시절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한 인물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이런 성격 덕분에 정 대표는 신세계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왔습니다.
따라서 정 대표의 강력한 추진력과 롯데백화점 내부의 반발이 충돌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관심사입니다. 둘 중 하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충돌의 결과가 긍정적일지 아니면 롯데백화점 전체를 무너뜨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만간 롯데백화점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롯데백화점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경쟁사에 비해 오래된 이미지와 상품 구성 측면에서도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반면 경쟁사들은 롯데백화점과의 격차를 빠르게 메워가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강력한 쇄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롯데백화점의 미래는 갈수록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과연 불도저 정 대표가 롯데백화점에 만연한 '구습(舊習)'을 밀어낼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