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yj_loves'에 쏠리는 관심
멸공(滅共) 「명사」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멸공'. 익숙한 단어입니다. 어린 시절 '반공'과 함께 수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반공보다는 좀 더 강한 느낌이었달까요? 요즘 MZ세대들에게는 생소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꼰대는 국민학교-당시에는 초등학교가 아니었습니다-를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는 매년 반공, 멸공과 관련한 대회가 열렸습니다. 포스터 그리기, 글짓기, 웅변대회 등 다양했죠.
그런 멸공이 최근 큰 화제가 됐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서 언급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죠. 졍 부회장이 SNS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정 부회장은 대기업 오너 일가들 중에서도 가장 SNS를 잘 활용하는 사람입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툭툭 던지는 듯한 무심한 멘트와 사진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정 부회장의 SNS에 관심을 가진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멀게만 느꼈던 대기업 오너 일가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 부회장은 이를 통해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어느 순간부터는 일종의 '팬덤(fandom)'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4일 현재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7만6000명이 넘습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은 물론 신세계와 계열사 제품들을 간접적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SNS를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셈입니다.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소개한 제품들이나 서비스 등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업계에서도 정 부회장의 SNS 활용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죠.
'아슬아슬'한 화법
SNS에서 정 부회장의 발언은 늘 화제였습니다. 직선적이고 함축적이며 꾸밈없는 발언으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갔습니다. 발언이 길지도 않습니다. 단문으로 짧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단문은 읽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가끔씩 던지는 유머도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근엄하기만 할 것 같았던 대기업의 총수가 던진 격의 없는 유머에 대중들은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잘 쓰는 단문도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짧고 강렬하기는 하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아 그만큼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입니다. 그 탓에 정 부회장의 SNS에서의 발언은 언제나 아슬아슬합니다. 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아슬아슬함을 대중들은 재미있게 바라봅니다. 물론 정 부회장의 이런 '줄타기'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사실 정 부회장의 SNS 소통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신세계입니다. 정 부회장의 줄타기에 신세계는 늘 노심초사합니다. 신세계는 유통업을 근간으로 합니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 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정 부회장의 아슬아슬한 발언이 화제가 될수록 신세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사석에서 만난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따금씩 유통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부회장님의 SNS 마케팅에 대해 부럽다고들 하는데 그건 속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늘 부회장님의 SNS가 회자될 때마다 혹여나 사업에 영향을 끼칠까 봐 무척 긴장한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순식간에 불붙은 '멸공' 논란
이번 멸공 논란의 시작은 사실 별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일 정 부회장이 평소와 다름없이 올렸던 문구 하나가 문제였습니다. 그는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이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이를 두고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 조치를 하면서 일이 커집니다.
정 부회장은 이에 반발했고 SNS에 "[보도자료] 갑자기 삭제됨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 !!", "난 공산주의가 싫다" 라는 글을 게시했죠. 그러자 인스타그램에서는 시스템 오류였다고 사과하면서 다시 정 부회장의 게시물을 복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해프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더욱 커집니다. 그 시작도 정 부회장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대한민국이여영원하라, #이것도지워라' 등의 태그를 올리면서 논란에 불을 붙입니다. 이어 관련 신문 기사들을 링크했다가 삭제하는 등 혼란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정 부회장의 어투로 봤을 때 이때부터 매우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듯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개인의 생각임을 전제로 멸공의 대상과 자신의 생각을 밝힙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멸공과 같은 단어는 정치권에서 활용하기 좋은 먹잇감입니다. 이때부터 여야 할 것 없이 이 논란에 참전합니다. 상황이 더욱 커졌죠. 정 부회장도 당황했을 겁니다. 정 부회장의 SNS에는 특유의 단문이 없어지고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정 부회장의 해명과 '해설'이 '장문'으로 게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찬찬히 읽어보면 정 부회장의 입장이 충분히 설명돼있습니다.
'멸공' 사태가 남긴 것
정 부회장이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멸공의 불길은 사그라들줄 몰랐습니다. 아직도 태울 재료들이 많았습니다. 급기야 일각에서 신세계와 이마트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신세계의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여론은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었고 여기에 정치권도 편승하면서 정 부회장은 코너로 몰렸습니다.
자신의 무심한 발언 하나가 의도치 않게 일파만파가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참 억울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논란의 시작이 자신에서 비롯됐기에 오롯이 그가 감내해야 할 몫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이마트 노조가 공식적으로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결국 정 부회장은 SNS에 이마트 노조의 성명 기사를 링크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사과의 대상은 노조였지만 사실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대중들이었을 겁니다. 이마트 노조도 정 부회장의 사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 부회장도 더 이상 끌고 갔다가는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겠죠.
SNS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입니다. 정 부회장도 SNS를 그런 공간으로 활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개인이면서도 공인입니다. 그것도 수십만 명이 자신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잘 활용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정 부회장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자신에게 쏠려 있는 시선들의 무게를 간과했던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입니다.
정 부회장의 SNS 활용을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충분히 충실히 그 공간을 활용해 소통해왔고 긍정적인 효과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 부회장도 자신에 대한 관심이 때로는 독이 돼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겁니다. 이번 부메랑이 정 부회장에게 쓰지만 좋은 약이 됐기를 팔로워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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