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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신세계, 한밭벌 전투서 '윈윈'한 비결

  • 2021.12.17(금) 07:05

타임월드, 명품 강화하고 VIP 마음 사로잡아
대전신세계도 기대 이상 성과…상권 확장까지
"시장 잠재력 검증…진검승부는 내년부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전 백화점시장의 '20년 맹주' 갤러리아 타임월드(타임월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전신세계라는 역대 최강의 경쟁자를 맞았음에도 매출을 성장시키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경쟁자가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대전신세계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윈윈(Win-Win)' 게임을 만들었다.

이는 서로 다른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타임월드는 대전신세계에 대비해 명품 경쟁력을 높였다. VIP 고객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대전신세계는 체험을 내세웠다. 과학관·아쿠아리움·레저 공간 등을 집중 배치했다. 그 결과 인근 신탄진·청주까지 상권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며 호실적을 냈다.

업계에서는 양 백화점의 경쟁이 대전·충청권 백화점 시장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나아가 앞으로는 '질적 경쟁'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시장 구매력이 증명된 만큼 명품 등 고가 카테고리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타임월드, 반전 일으킨 비결은

타임월드가 대전신세계와의 경쟁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대전신세계 개점 이후인 8월부터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전신세계 개점 후 갤러리아의 시장 지배력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의 패션·명품 경쟁력과, 매장 규모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두 매장의 거리가 3km 정도로 가까운 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대전신세계와의 경쟁 속에서도 성장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하지만 타임월드는 철저한 대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갤러리아는 2018년부터 '타임월드 마스터플랜'을 수립·진행했다. 핵심 전략은 명품 브랜드 유치였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롤렉스·루이비통 외에도 까르띠에·티파니·튜더 등 브랜드를 연이어 유치했다. 모두 충청권 최초의 사례였다. 그 결과 타임월드의 명품군 매출은 4개월간 23% 신장했다. 또 매장을 전면 리모델링하며 공간 경쟁력도 강화했다.

VIP에 집중한 전략도 효과적이었다. 타임월드는 2019년 대전 도룡동에 VIP 전용 공간 '메종갤러리아'를 열었다. 유통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메종갤러리아는 VIP고객에게 갤러리아를 차별화된 브랜드로 인식시켰다.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냈다. 패션과 가전 카테고리 강화도 주효했다. 타임월드는 지난 6월 중부권 최초로 코스(COS), 아페쎄(A.P.C)를 입점시켰다. 삼성·LG의 매장도 리뉴얼했다. 그 결과 패션·가전·가구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끌어올렸다.

'체험'의 힘 과시한 대전신세계

대전신세계의 전략은 타임월드와 달랐다. 입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전신세계는 오픈 초기 매장이다. 당장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어렵다. 이들 브랜드 대부분이 '검증된 지역 강자'에 매장을 내는 것을 선호해서다. 실제로 대전신세계에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 등 핵심 명품 매장이 아직 없다. 프리미엄 백화점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롤렉스도 입점하지 않았다.

명품의 '대안'은 체험이었다. 대전신세계는 영업면적의 절반을 과학관·아쿠아리움·스포츠 테마파크 등으로 채웠다. 여가 시설이 부족한 대전의 현실을 겨냥했다. 점포와 붙어 있는 오노마 호텔은 대형 행사 시설로 활용하며 시너지를 냈다. 백화점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보테가베네타·톰포드 등 브랜드로 명품 라인업을 보완했다. 최대 규모의 식음료(F&B) 매장을 배치하며 쇼핑 편의성도 높였다. 더불어 꿈돌이 테마관 등 지역 밀착 콘텐츠도 마련했다.

대전신세계는 '체험'에 방점을 찍은 백화점이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이런 대전신세계의 선택은 '상권 확장'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인근 갑천고속화도로를 통해 청주·신탄진 등에서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대전신세계 개점 이후 100일간 찾아온 고객 중 67%가 대전 외 지역 거주자였다. 단순히 집객에만 성공한 것도 아니다. 체험을 위해 찾아온 고객들이 지갑을 열었다. 대전신세계는 개점 100일여 만에 올해 목표 매출의 40%를 초과달성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8월에 오픈했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검증'은 끝났다…내년부터가 진짜 승부

업계에서는 타임월드와 대전신세계가 대전·충청권 백화점 산업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대전신세계 개점 이후 대전지역 백화점 판매 지수는 매달 60% 이상 성장했다. 특히 인근 지역 소비자를 끌어들이며 대전이 '광역 상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잠재력이 확인된 만큼, 더 많은 소비자·브랜드가 시장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진검승부'는 내년부터라는 예상이 나온다. 핵심은 명품이다. 대전신세계는 에루샤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센텀시티점에 에루샤를 모두 입점시키며 ‘지역 1번점’을 차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는 국내 백화점 최다인 4곳의 점포에 에루샤 매장을 유치한 바 있다. 이들 브랜드와의 ‘신뢰’가 돈독하다. 이는 대전신세계의 우수한 실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전신세계의 명품 유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전신세계와 타임월드는 '명품'을 사이에 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타임월드의 전략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타임월드는 이미 대전신세계에 입점한 보테가베네타를 입점시켰다. 이에 앞서서는 보메 메르시에 매장을 유치하기도 했다. 발렌시아가 등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매장은 리뉴얼했다. 에루샤 매장 유치전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타임월드는 고가 상품군에 10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적용하며 구매 부담도 낮췄다. 메종 갤러리아 등 VIP 고객을 겨냥한 공간·서비스 보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전신세계와 타임월드의 경쟁은 대전·충청권 시장의 소비력을 검증하는 촉매가 됐다. 앞으로는 질적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명품 브랜드 유치는 물론, F&B나 체험형 매장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먼저 앞서나가는 백화점이 보다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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