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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과 라이트뿐…'베이컨 스팸' 실종 사건

  • 2022.02.13(일) 10:05

[食스토리]스팸 사이드제품이 고배 마셨던 이유
밥반찬으로 정착된 국내 스팸 소비 트렌드 원인
2010년대 후반부터 이미지 바꾸기 시작…미래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 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스팸은 흔한 밥반찬입니다. 흰 쌀밥에 스팸 한 캔이면 한 끼를 뚝딱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볶음밥이나 찌개에 넣어 먹기도 참 좋죠. 다만 우리가 스팸에 대해 모르는 점도 참 많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다양한 스팸이 팔리고 있습니다. 베이컨은 물론, 칠면조를 사용한 제품도 있죠. 데리야끼 소스를 치기도 하고요. 오래 전 미국에 갔을 때 참 놀라면서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다양한 스팸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베이컨 스팸이 꽤 오랫동안 판매됐던 기억이 납니다. 10여년 쯤 전에는 소포장 형태로 고구마·양파맛 스팸이 팔리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들 제품 대부분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스팸 중 90%는 오리지널 또는 염분을 낮춘 버전뿐입니다. 이들은 왜 사라지게 된 걸까요.

국내에서 스팸을 제조·유통하고 있는 CJ제일제당에 물었습니다.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CJ제일제당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스팸의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스팸의 사이드 제품들은 왜 인기를 끌지 못했을까요. 아무래도 스팸을 바라보는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감성' 이 달랐던 점이 이유로 꼽힙니다.

스팸은 원래 '식량'이었습니다. 스팸의 창시자 제이 호멜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한 미군의 병참장교였습니다. 이 때 고기를 운송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상사에게 종종 갈굼을 당했죠. 여기서 호멜은 가공육 전투식량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연구를 시작했고, 1926년 세계 최초의 통조림 햄을 개발합니다. 약 10년 후 드디어 스팸이 탄생하게 돼죠.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스팸은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전세계에 퍼집니다. 군인에게 고기를 간편하게 먹일 수 있는 전투식량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전쟁과 함께 스팸이 소개됐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팸을 대하는 방식은 서구권과 달랐습니다. 한 끼 식사보다는 반찬으로 소비했죠. 싱거운 밥이 주식인 우리에게 짭짤한 스팸이 반찬으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찌개에까지 스팸이 들어가며 부대찌개가 탄생하기도 했죠.

1987년부터 스팸의 국내 제조·판매권을 얻은 CJ제일제당도 이 점에 주목합니다. 아예 스팸을 '밥반찬'으로 마케팅하죠. 이 전략이 적중하면서 스팸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또 IMF 시기에는 합리적 가격의 선물세트로 각광받으면서 한국인의 일상템으로 자리잡죠. 이후 스팸은 지금까지도 캔햄의 대표 주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밥반찬 마케팅이 너무 성공적이었던 만큼 확장성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미지가 굳어진 인기 제품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초코파이와 같은 스테디셀러 과자들은 사이드 제품을 종종 내놓습니다. 이 중 정규 제품으로 자리잡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죠.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팸은 주로 식사시간에 소비됩니다. 때문에 사이드 제품이 성공하기 더 힘듭니다. 밑반찬을 굳이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 보는 사람은 적을 테니까요.

게다가 스팸 사이드 제품군 중에는 국내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 많습니다. 베이컨 스팸을 예로 들어볼까요. 베이컨은 삼겹살로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은 구이용 또는 햄버거·샌드위치의 재료로 소비되죠.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또 국내 소비자들에게 스팸은 '돼지고기 햄'입니다. 따라서 때문에 칠면조처럼 다른 재료를 쓴 사이드 제품은 스팸으로 취급받지 못할 겁니다. 데리야키·블랙페퍼·할라피뇨 등은 아직 대중적인 맛이 아니고요.

CJ제일제당은 스팸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CJ제일제당

이를 고려하면 CJ제일제당이 굳이 새로운 스팸을 들여올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잘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제조·유통 비용만 더 들게 됩니다. 팔리지 않은 제품은 악성 재고가 될 거고요. 자칫 특이한 제품을 내놨다가는 스팸의 브랜드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CJ제일제당은 '팔던 것만 잘 팔면 된다'고 결론냈을 겁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스팸의 사이드 제품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이유입니다.

물론 스팸의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CJ제일제당은 '스팸=밥반찬' 공식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임을 어필하고 있죠. 최근 들어서는 국내 식품시장의 트렌드도 따라갑니다. 2019년 리치치즈·마라·핫앤스파이시 등의 제품이 출시됐죠. 나아가 맥스봉과 콜라보해 간식 카테고리로도 진출했습니다. 스팸을 브랜드로 활용해 반찬에서 일상 식품으로 포지셔닝하려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물론 스팸의 이미지가 바뀌기까지는 아직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겁니다. 수십 년 동안 익숙했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최근 스팸의 변화가 흥미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언젠가는 스팸을 핫바처럼 즐기는 날이 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그저 이런 변화를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아직 날이 춥습니다. 따끈한 부대찌개 한 그릇으로 추위를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흰 쌀밥에 스팸 한 두 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 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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