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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티몬, 다시 부상할 수 있을까

  • 2022.09.10(토) 10:05

[주간유통]큐텐, 지분교환 방식으로 티몬 인수
트렌드 대응 실패로 오랜기간 경쟁력 저하
큐텐 인수로 경쟁력 회복 여부에 관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새 주인 맞는 티몬

지난 7월 이 코너에서 티몬 매각설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기사가 출고되고 며칠 후 티몬 고위 관계자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다소 격앙된 어조였습니다. 기사 내용에 대한 항변은 아니었습니다. 티몬이 처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쏟아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이었던 티몬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이 너무도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티몬이 결국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큐텐입니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동남이 시장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업체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졌을 만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기업입니다. 티몬 매각설이 불거졌을 당시 티몬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사실이 됐네요.

장윤석 티몬 대표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큐텐은 티몬 매각설이 나왔을 때부터 유력 인수자로 거론됐던 곳입니다. 당시 여러 경로로 알아 본 결과 큐텐이 티몬과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려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을 알 수가 없어 기사화하지는 못했습니다. 큐텐은 티몬 지분 81.74%와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합니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롯데가 티몬을 인수하려했을 때 롯데가 제시한 가격이 1조25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6분의 1토막이 난 셈입니다. 이는 그만큼 티몬이 과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게 전화를 걸었던 티몬 고위 관계자도 이 부분을 무척 뼈아파했습니다.

부진한 실적

티몬의 가치가 예전에 비해 확 떨어진 것은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티몬은 수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지도 오랩니다. 그 탓에 한때 IPO를 추진했다가 접기도 했습니다. 실적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매각 밖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경쟁력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제값을 받기란 무리였을 겁니다.

티몬의 추락은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강자로 자리 잡은 것은 티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비자들의 니즈와 업계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탓에 업계에서 티몬의 존재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불과 10여 년 만에 대표가 6명이나 바뀌었습니다. 대표가 바뀔 때마다 전략도 수정해야 했습니다. 남들은 저만치 치고 나갈 때 티몬은 내부 단속에 급급했습니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티몬은 늘 업계를 리드하는 것이 아닌, 쫓아가기에 바빴습니다. 그 사이 내부 조직원들의 피로도는 더욱 커져갔습니다. 패배의식도 팽배했고요.

티몬만의 뚜렷한 경쟁 아이템이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물론 티몬도 그동안 야심찬 아이템들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슈퍼마트', '큐레이션 딜', '타임 커머스' 등이 그동안 티몬이 선보였던 아이템들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템들은 모두 대표 교체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티몬 내부에서는 최대주주였던 사모펀드가 회사에 대한 투자보다는 투자금 회수에만 관심을 가진 탓에 실패만 반복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큐텐, 티몬을 살릴 수 있을까

티몬을 인수한 큐텐은 해외 직구몰입니다.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입니다. 큐텐을 이끌고 있는 구영배 대표는 1세대 이커머스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구스닥'을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으로 키워낸 바 있습니다. 이후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10년간 한국에서 이커머스업을 하지 않기로 계약했습니다.

이에 구 대표는 큐텐을 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베이와 맺었던 '경업(競業·영업상 경쟁)금지' 조항이 최근 효력을 다하자 바로 티몬을 인수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한국 이커머스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티몬의 경쟁력 키우기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파크 쇼핑 사업부 인수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 / 사진제공=큐텐

그동안 경쟁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티몬의 입장에서는 큐텐과 구 대표의 투자에 기대를 걸어볼만할 겁니다. 구 대표는 기존 큐텐과 티몬에 이어 인터파크 쇼핑 사업부까지 인수하게 되면 국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질 겁니다. 각 사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티몬은 최근 엔데믹 본격화로 조금씩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큐텐의 경쟁력이 더해지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습니다. 쿠팡 등이 이미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티몬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소비자들을 다시 티몬으로 불러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아이템과 서비스가 절실합니다. 한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큐텐을 새 주인으로 맞은 티몬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요? 결과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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