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이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티몬을 인수한 큐텐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해외직구 시장의 강자다. 특히 싱가포르에선 업계 1위 사업자다. 큐텐의 해외직구 파워를 이용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과 해외직구 시장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커머스에 해외직구 더한다
지난해 여름, 티몬은 7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바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해외직구 전문몰 큐텐이다. 가입 회원 수만 2000만명이 넘는다. 큐텐은 티몬 인수에 앞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인터파크 쇼핑 부문을 인수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도 준비 중이다. '충분한 실탄'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도 티몬과 큐텐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본다. 해외직구와 이커머스는 직관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유사 사업이다. 양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직구 상품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일본·중국·홍콩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로스보더 플랫폼인 큐텐의 상품력과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인프라를 활용해 직구 서비스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티몬은 지난해 10월부터 직구 전문관 '티몬무역상사'를 오픈하고 큐텐의 인기 판매 상품들을 큐레이션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차이슨 헤어드라이어는 하루 만에 3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오쏘몰 영양제, 레노버 태블릿도 억 단위 매출을 기록했다.
17개국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큐익스프레스의 풀필먼트 역량으로 해외직구의 장벽인 국내 배송기간을 1주일 이내로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주효했다. 최근 티몬은 큐텐과의 직구 상품 시너지를 더하기 위해 '티몬월드'를 개설했다. 큐텐의 상품과 서비스를 연동해 티몬에서 판매하는 서비스다.
떠났던 손님이 돌아온다
최근 몇 년간 티몬은 명백히 '지는 해'였다. 눈에 띄는 차별화 서비스를 선보이지도, 가격 경쟁에서 앞서지도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호황이었다지만 이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2019년 1722억원이었던 티몬의 매출은 2020년 1512억원, 2021년 1291억원으로 주저앉았다. 3년 동안의 누적 손실액은 20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인수 이후 거래액 등 실적 추이도 우상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1일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린 데 이어 한 달 만인 12월 1일 또 다시 역대 최고 구매건수를 경신했다. 티몬의 일매출 기록이 경신된 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말 이후 3년여 만이다.
해외직구에 따른 매출 상승 외 기존 이커머스 상품의 경쟁력 개선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제조사와 직접 원데이 마케팅을 펼치는 등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는 제조사들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화두인 '빠른 배송' 역시 '큐텐 패밀리'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보유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와의 협력을 통해 티몬 셀러에게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티몬은 이달부터 큐익스프레스의 국내 풀필먼트 시스템과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재고관리와 상품등록, 주문, 포장,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당일 퀵배송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고를 이용하지 않는 셀러에게도 큐익스프레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운임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CEO 잔혹사 끝낸다
4년간 5명이 거쳐간 대표이사 자리 역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개국공신'이 왔기 때문이다. 티몬은 지난해 10월 새 대표이사로 류광진 큐텐 부사장을 선임했다. 류 대표는 2000년대 초 구영배 큐텐 대표와 함께 G마켓을 설립한 인물이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거쳐 큐텐 홍콩 대표, 큐텐 부사장을 역임했다.
티몬은 그간 잦은 대표 교체로 인해 제대로 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 창립자인 신현성 대표가 2017년 물러난 후 유한익 대표(1년 3개월), 이재후 대표(8개월), 이진원 대표(1년 11개월), 전인천 대표(1개월), 장윤석 대표(1년 4개월) 등 5명의 대표가 티몬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지만 2년을 버틴 사람이 없었다.
쉴 새 없이 대표가 바뀌며 생필품 강화·큐레이션·C2C라이브·타임딜 등 온갖 서비스가 시도됐다가 사라졌다. 회사를 소유한 곳이 언젠가는 매각하고 떠날 사모펀드라는 점도 이를 부추겼다. 눈 앞의 생존에 급급해 중장기 전략을 세울 겨를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큐텐의 티몬 인수는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구영배 대표는 2009년 G마켓을 매각하면서 10년간 국내 동종 업종에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섰다가 물러난 뒤 티몬과 인터파크 쇼핑 부문을 연달아 인수했다. 국내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류 대표 역시 20년 이상 구 대표와 함께 발을 맞춰 온, 구 대표의 최측근이다. 눈 앞의 실적을 내기 위한 인사가 아닌, 큐텐과 티몬에 대한 구 대표의 복안을 공유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부임한 인사라는 평가다. 이커머스와 해외직구를 결합하겠다는 티몬의 '중장기 전략'에 다시 한 번 믿음을 보내 볼 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