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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큐텐]③왕년 스타들 '역전 드라마' 쓸까

  • 2023.03.22(수) 06:50

티메프 연합, 돌풍 or 미풍 주목
미미했던 신세계·이베이 시너지
관건은 국내 사업에 대한 '진심'

큐텐이 한국 이커머스 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티몬을 품은 데 이어 현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 인수까지 노리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른바 '티메프' 연합군이 결성될 조짐이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큐텐이 어떤 기업이고, 그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향후 이커머스 업계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들여다본다.[편집자]

세간에서는 이들의 연합(가칭 티메프)을 찻잔 속 태풍으로 과소평가하는 시각도 많다. 기존 사례들에 비춰볼 때 1+1이 3은 커녕 2의 효과도 제대로 낼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관건은 국내 사업에 대한 구영배 대표의 '진심'으로 모아진다. 몸집 불리기에 성공해도 세 플랫폼들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기존 강자들과 해볼 만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찻잔 속 태풍?

플랫폼 간의 결합이 미풍에 그친 사례는 많다.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을 인수했던 신세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2021년 3조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시너지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세계 인수 전까지 흑자를 유지했던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적자로 전환했다. 물리적 결합이 곧 시너지는 아니었던 셈이다.

2020년 이커머스 점유율을 토대로 가정해본 '티메프파크' (티몬+위메프+인터파크)의 점유율 / 그래픽=비즈워치

큐텐 직구의 파급력이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11번가는 지난해 아마존과 합작 직구 서비스를 내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과 손잡았던 만큼 업계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소위 '블프'(블랙프라이데이)기간 반짝 인기를 끌고 그 이후부터는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고환율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이 때문에 큐텐의 행보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잖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직구는 보편화된 상황"이라며 "각 플랫폼마다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서 큐텐이 특색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어 큐텐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뭔가 다를 것 같은 '이유'

앞선 사례만으로 미래를 예단하긴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세계와 지마켓의 사례는 '이베이'라는 프리미엄 딱지가 떨어졌던 영향이 컸다. 셀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이베이 없는 이베이는 큰 메리트가 없었다. 11번가의 경우도 아마존과 손을 잡았지만 초반 상품 포지셔닝이 매력적이지 못했다. 미국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나 할인율이 큰 가전 제품 등은 거의 없었다. 

해외직구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구 대표도 이 점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업계에선 큐텐이 각 플랫폼을 물리적으로 통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특별한 메리트가 없어서다. 반대로 구 대표가 각 세 플랫폼마다 새로운 '롤'을 부여할 수 있다. 위메프, 인터파크는 버티컬(전문몰) 커머스 전략으로 국내시장을 정조준하고 큐텐 티몬은 직구 역직구 특화몰로 묶어가는 식이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통합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 도박과 같다"며 "큐텐은 이들 뒤에서 물류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갈 생각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이를 통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도 기대해볼 수 있는 만큼, 티몬 위메프가 큐텐과 손을 잡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쿠팡, 알리바바 등 경쟁사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 역시 직구 등 해외 영토를 본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쿠팡은 현재 미국, 중국, 홍콩 등에 풀필먼트 센터를 두고 '로켓직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대만에서도 이를 개시했다.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도 올해 한국 시장에만 약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1+1이 '3'되려면 

핵심은 국내 사업 확장에 대한 구 대표의 의지다.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메프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 특히 큐텐은 아직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도 낯선 플랫폼이다. 큐텐의 비전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큐텐 인수 협상을 앞두고 인터파크 커머스 상품기획자(MD)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MD는 커머스의 핵심 조직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 / 그래픽=비즈워치

이는 피인수 기업의 내부 동요를 야기할 수 있다. 주요 인력들이 빠져나가 결국 껍데기만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피인수 기업 내부에서는 큐텐과의 M&A 협상 소식에 최근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태로 전해진다. 내부 불안도도 높다. 매끄럽고 합리적인 딜의 성사가 필수적이다. 플랫폼의 가치가 엔데믹, 금융 한파로 곤두박질쳤지만 '줍줍' 식의 느낌은 곤란하다. 

큐텐이 세 플랫폼을 이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구 대표가 직접 나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수자인 동시에 투자자의 역할이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현재 셀러들은 큐텐이 오픈마켓의 새 물결이 되길 기대한다. 셀러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지마켓, 티몬, 위메프, 쿠팡 등 여러 몰이 경쟁에 놓이는 것을 선호한다. 플랫폼 독점이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은 최근 제트배송(로켓그로스)의 요금 체계를 손질했다. 쿠팡 로켓그로스는 입점 판매자 대상으로 상품 입고부터 판매, 배송, 고객서비스(CS) 통합 풀필먼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당초 상품 입고 보관, 판매, 배송 등을 모두 포함한 통합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에서 개별 요금제로 변경했다. 셀러들은 이를 두고 "부담이 더 커졌다"며 쿠팡의 독과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런 국내 분위기를 잘 이용하면 큐텐도 가능성을 노려볼 수 있다. 나스닥에 상장에 성공하면 실탄도 보급받을 수 있다. 이후 이를 통해 한국이든 동남아든 이커머스 시장 재편에 나설 수도 있다. 구 대표의 밑그림이 착착 그려지기 시작한 셈이다.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힘을 뭉쳐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큐텐의 광폭 행보에 이커머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메프와 티몬은 과거 온라인 판매자의 활용도가 컸던 플랫폼"이라며 "국내 오픈마켓의 허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큐텐이 이들을 규합해 포트폴리오를 잘 짠다면 의미 있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도 다수의 플랫폼이 유지되며 다양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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