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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큐텐]①그들은 어떻게 '다크호스'가 됐나 

  • 2023.03.20(월) 07:10

'G마켓 창업' 오픈마켓 대부 구영배 
싱가포르에서 한국 상품으로 '성공'
아시아 아우르는 오픈마켓 꿈꿔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 / 그래픽=비즈워치

큐텐이 한국 이커머스 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티몬을 품은 데 이어 현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 인수까지 노리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른바 '티메프' 연합군이 결성될 조짐이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큐텐이 어떤 기업이고, 그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향후 이커머스 업계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들여다본다.[편집자]

큐텐의 중심은 구영배 대표다. 이른바 G마켓 신화로 한국 오픈마켓의 대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를 아우르는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전해진다. 현재 큐텐은 서비스 지역만 24개 국이다. 앞으로 한국 셀러를 대거 확보해 아시아 선두주자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한때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주름잡던 그의 복귀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구영배가 쌓은 '미지의 성'

사실 해외 직구 이용자가 아니라면 큐텐은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플랫폼이다.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다. 다만 창업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바로 구 대표다. 그는 국내 1세대 이커머스인 인터파크 창립 멤버이자 G마켓의 창업자다. 그의 G마켓 성공 신화는 유명하다. 그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시작했던 경매사이트 구스닥을 오픈마켓 형태의 G마켓으로 키워냈다. 

구영배 큐텐 대표 약력-/ 그래픽=비즈워치

성공의 키는 오픈마켓이었다. 오픈마켓은 쇼핑몰 방식이 아니라 판매자가 자유롭게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한 상거래다. 당시 국내에선 최초 시도였다. 이에 힘입어 G마켓은 2004년 매월 매출 성장률 200%를 기록할 정도로 폭풍 성장을 이어갔다. G마켓은 2005년 거래액 1조원을 돌파, 국내 최대 온라인 오픈마켓 강자로 거듭났다. 2006년에는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구 대표는 이후 2009년 이베이에 인터파크 자회사인 G마켓을 매각했다. 이듬해 그는 싱가포르로 향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싱가포르가 한국과 지리적 산업적 특성이 비슷한 것에 주목했다. 서울 면적과 비슷한 도시국가인데다 물류 인프라가 뛰어났다. 그는 2010년 이베이와 합작해 큐텐의 전신이던 지오시스를 설립했다. 구 대표와 이베이 각각 51대 49의 지분율이었다. 

큐텐이 그렇게 잘나가?

구 대표는 한국의 성공 경험을 싱가포르에 그대로 이식했다. 당시 싱가포르는 이커머스의 태동기였다. 현지 온라인몰 등 경쟁자가 많았지만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싱가포르 소비자들은 저품질의 중국산 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다. 품질 기준이 높은 해외 상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커졌다. 직구 등 오픈마켓 시장도 덩달아 성장했다. 

구 대표는 이점에 착안했다. 그는 높은 품질 기준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산을 팔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오픈마켓을 운영했던 경험과 견고했던 인적 네트워크가 힘이 됐다. 고품질의 한국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때마침 불어온 K팝, K푸드 등 동남아시아의 한류 열풍도 호재였다. 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으며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의 또 다른 핵심 역량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였다. 큐익스프레스는 17개국에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직구의 장벽인 배송 기간을 1주일 이내로 줄이고 있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셀러들이 큐텐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국내에서도 김포, 영종도에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큐텐은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 나갔다. 현재 큐텐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에서 6개국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총 11개 언어로 24개국에 제품 판매·배송을 제공한다. 현재 큐텐의 정확한 재무 구조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2016년 1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 매년 30~40%의 성장률을 보이는 정도로만 추정된다. 

'컴백홈'이 시작됐다

큐텐은 그동안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큐텐 성공의 일등 공신은 한국 상품이었다. 한국에 직접 진출하면 더 많은 한국 셀러를 유치할 수 있다. 최근 쇼피 등 큐텐의 경쟁 플랫폼도 동남아시아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더욱 공격적으로 셀러를 유치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거리도 가깝다. 

구영배 큐텐 대표 /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큐텐의 한국 진출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미국 이베이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합작법인 큐텐을 만들면서 한국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0년 효력이 끝났다. 큐텐의 한국 진출 족쇄가 풀린 것이다. 최근 큐텐이 본격적으로 국내 진출을 시도하는 배경이다. 

큐텐은 지난해 티몬을 인수하면서 국내 진출 신호탄을 쐈다. 앞서 2021년에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본 입찰에서 빠졌다. 현재는 위메프와 인터파크 커머스 부분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단독]위메프도 큐텐에 팔린다…티몬과 한솥밥? 실현된다면 큐텐은 국내에서도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아우르는 거대 플랫폼이 된다. 마침내 그의 컴백홈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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