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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 승계 뜯어보니…키워서 물려준다

  • 2022.12.07(수) 11:25

차남 홍정혁, BGF리테일 지분 전량 처분
홍석조 회장, 두 아들에 BGF 지분 블록딜
BGF, 2800억 투자 친환경 소재로 승계 '가르마'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그룹의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석조 회장이 지분 일부를 연년생인 두 아들에게 넘기는 동시에 승계될 사업부를 어떻게 '가르마' 탈지 윤곽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사업부와 함께 승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소재 사업부를 중심으로 BGF 승계 구도를 살펴봤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차남 홍정혁, CU와 지분 결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3거래일간 홍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는 보유 중인 BGF리테일 주식 1만3776주(0.08%)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BGF리테일은 CU를 운영 중인 국내 1위 편의점 업체로 지배구조는 홍석조 회장→BGF→BGF리테일로 이어진다.

이번 거래로 홍 대표는 주식 매각대금 28억원 가량을 손에 쥐게 됐다. 거래 규모는 작지만 홍 대표와 BGF리테일의 지분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부자간 블록딜 현금거래

홍 대표가 BGF리테일 주식을 판 날 그는 아버지에게 지주사인 BGF 주식을 샀다. 지난 1일 홍 회장은 보유 중인 BGF 5105만9215주(53.54%) 중 2005만190주(21.14%)를 블록딜 방식으로 두 아들에게 매각했다.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사장 1002만5095주(10.44%), 차남 홍정혁 대표 1005만812주(10.50%) 등이다.

이번 블록딜에 따라 BGF의 지배구조는 홍석조 회장 32.4%, 홍정국 사장 20.77%, 홍정혁 대표 10.47% 등으로 변하게 됐다. 아버지의 지분은 줄고 두 아들의 지분은 늘어나는 과정에서 장남의 지배력이 더 커진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블록딜을 통해 홍 회장은 74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장남과 차남은 각각 370억원의 주식매입대금을 현금으로 냈다. 빚 한 푼도 내지 않고 수백억원의 현금을 한 번에 마련한 것이다.

주력사업은 장남, 신사업은 차남

두 아들의 승계 구도는 현재 맡고 있는 회사를 보면 유추해볼 수 있다.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는 지난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BGF의 신사업개발실장(사장)도 맡고 있다. 그룹의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BGF에코머티리얼즈를 홍 대표가 이끌게 된 것이다. 홍 대표가 이번에 BGF리테일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은 BGF에코머티리얼즈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홍정국 사장은 BGF리테일에서 경영전략부문장 등을 맡은 뒤 BGF 대표이사와 BGF리테일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경력 대부분이 BGF리테일에 집중됐고, 지주사 대표를 맡고 있는 현재도 BGF리테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홍정혁, 신사업 짜고 자본금 대고

BGF그룹 승계의 핵심은 BGF에코머티리얼즈로 분석된다. 장남이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BGF를 이끄는 모양새가 굳어지면서 차남에게 물려줄 신사업을 키우는 것이 절실해진 것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의 모태는 BGF가 2019년 설립한 비지에프에코바이오다. 홍정혁 대표는 2018년 BGF 신사업개발실장으로 입사했는데, 신사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친환경 원료(화이트 바이오)를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비지에프에코바이오의 초기 자본금은 300억원으로 이중 250억원은 BGF가 투자했다. 나머지 50억원은 홍정혁 대표가 직접 투자했다. 출범 첫해 비지에프에코바이오는 PLA(Poly Lactic Acid) 발포 기술을 가진 케이비에프를 34억원가량에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BGF, 골프장 팔고 코프라 사고

BGF는 친환경 소재 사업에 더 큰 투자를 집행했다. 작년 11월 BGF가 총 2500억원을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코프라다. 

BGF는 기존 코프라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구주) 734만6174주(34.79%)를 1500억원 사들이는 동시에 코프라가 발행하는 △전환사채 256억원 △유상증자 신주 309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 435억원 등을 추가로 투자했다. 구주 인수대금 1500억원은 코프라 기존 주주에게로, 신주 인수대금 등 나머지 투자금 1000억원은 코프라 사내로 유입되는 구조를 짠 것이다.

BGF는 골프장을 매각해 투자재원 중 일부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3월 BGF는 경기 이천시의 사우스스프링스를 1503억원에 매각했는데, 이는 코프라 구주 인수대금을 댈 수 있는 수준이다.

BGF 투자금 1000억원이 투입된 코프라는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부지를 177억원에 사들였다. 기업부설연구센터를 짓기 위해서였다. 

홍정혁, 적자 주식을 흑자 주식으로 '교환' 

코프라는 지난 8월 비지에프에코바이오를 흡수합병했다. 흡수합병은 2단계 과정을 거쳤다.

우선 코프라가 BGF와 홍정혁 대표 상대로 추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증자 규모는 281억원. BGF와 홍정혁 대표는 현금 대신 보유중인 비지에프에코바이오 주식을 증자대금으로 냈다. 이른바 현물출자다.

이 현물출자를 통해 BGF가 보유 중인 코프라 지분은 44.34%에서 50.67%로 늘었다. 홍 대표는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코프라 지분 2.71%를 새롭게 받았다. 홍 대표의 비지에프에코바이오 주식(16.67%)이 코프라 주식(2.71%)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홍 대표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비지에프에코바이오는 2020년 25억원, 2021년 4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기업이다. 반면 코프라는 2020년 115억원, 2021년 223억원, 올해 1~9월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기업이다. 

이 거래를 통해 코프라는 비지에프에코바이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유상증자 대가로 비지에프에코바이오 주식이 납입되면서다. 이후 코프라는 비지에프에코바이오를 흡수합병했다. 코프라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BGF에코머티리얼즈로 변경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승계 작업은 홍 회장이 보유한 BGF 지분 32.4%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승계할지, 홍정혁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BGF 지분을 활용해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을 추가 확보할지 등이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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