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리뉴얼하며 16도 저도수 소주 시장 경쟁에 불을 붙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제품 소주 '처음처럼 새로'가 기존 소주들보다 0.5도 낮은 16도를 내세워 인기를 얻자 견제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새로, 한 판 붙자"
하이트진로는 지난 27일 '진로이즈백'으로 알려진 소주 '진로'를 리뉴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16.5도였던 알코올 도수는 16도로 낮추고 당류를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과당의 빈 자리는 기존에도 첨가했던 에리스리톨과 스테비아, 토마틴의 함량을 조정해 기존과 비슷한 맛을 구현했다.
이는 지난 9월 롯데칠성음료가 출시한 소주 '처음처럼 새로'와 거의 비슷한 컨셉트다. 처음처럼 새로는 출시 당시 참이슬이나 진로이즈백, 처음처럼보다 낮은 16도의 저도수와 당류를 모두 제거하고 대체당 '에리스리톨'을 넣어 '제로 슈거' 컨셉트를 내세웠다.
처음처럼 새로는 출시 후 3개월 만에 2700만병을 팔아치우며 시장에 안착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출시 70여일이 지나서야 1000만병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수치다. '더 낮은 도수'를 찾던 2030 소비자들이 깔끔한 처음처럼 새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하이트진로가 참이슬보다 상대적으로 2030에게 인기가 많은 진로이즈백을 저도수 소주로 리뉴얼해 '새로' 잡기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독특한 병 디자인에 제로슈거·저도수 컨셉트의 새로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자 진로이즈백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 제품을 의식한 건 아니다"라면서 "이전부터 저도수·제로 슈거 제품을 준비해 왔고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나올 16도
사실 하이트진로의 16도 소주 제품 출시는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8월 16.9도였던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진로이즈백과 동일한 16.5도로 낮췄다. 20.1도의 참이슬 오리지널, 16.9도의 참이슬 후레쉬, 16.5도의 진로이즈백의 3종으로 운영되던 소주 포트폴리오가 겹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출시 때부터 '부드럽고 순한 맛'을 강조했던 진로이즈백이 도수를 낮출 것으로 예상해 왔다. 다만 진로이즈백이 출시 3년 만에 10억병을 팔아치우며 참이슬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섣불리 도수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공존했다. 하지만 처음처럼 새로가 출시 초 예상보다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출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들어 외식·유흥시장이 완전히 살아난 것도 리뉴얼 출시의 이유다. 코로나19로 침체했던 유흥시장이 부활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제품을 내놔야 했다는 것이다. 처음처럼 새로의 선전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에 금세 질리는 MZ세대가 독특한 병 모양과 깔끔한 저도수의 처음처럼 새로에 호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저도수를 요구하고 있어 하이트진로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꺼비 잡으러 온 구미호
양 사가 밀고 있는 캐릭터 대결도 볼 만하다.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진로이즈백의 캐릭터 '두꺼비'는 주류업계 캐릭터 마케팅을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 8월부터 전국을 돌고 있는 문방구 컨셉트의 팝업스토어 '두껍상회', 와디즈에서 수억원대 펀딩에 성공한 '진로 디스펜서'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도 캐릭터 마케팅에 도전했다. 동양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새로에 맞춰 구미호 '새로구미'를 메인 캐릭터로 선보였다. 새로구미의 목소리는 '술꾼도시여자들'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정은지가 맡아 싱크로율을 높였다. 롯데칠성의 5분짜리 새로구미 영상은 유튜브에서 2달 만에 조회수 840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새로구미의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은 빙그레의 히트작 '빙그레우스'를 만든 스튜디오좋이 담당했다. 특유의 순정만화풍 캐릭터 디자인에 전통 판소리 형식의 이야기를 입혀 2030 젊은 층에서 호평이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은 앞으로 새로구미를 이용해 다양한 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제품에 들어가는 캐릭터를 일회성으로 소모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굿즈로 장기 흥행을 노리는 것이 트렌드"라며 "두꺼비는 이미 하이트진로를 넘어 식품업계 대표 캐릭터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