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야구하자, 빨리 와!"
지난 17일 오후 찾은 인천시 이마트 연수점.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신이 나서 아빠를 연신 부른다. 아이들이 뛰노는 곳은 이마트 본 매장 앞의 '랜더스 광장'. 이곳은 인천 랜더스필드 야구장 로커룸을 재현한 곳이다. 야구 그라운드가 광장 바닥에 그려져 있다. 아이들은 1, 2, 3루를 내달리면서 흥에 겨워한다. 아빠는 "카트 가지고 올게~" 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마트 연수점이 지난달 30일 리뉴얼 오픈했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장기 리뉴얼이었다. 이마트 연수점은 지난 2020년에 리뉴얼한 이마트타운 월계점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미래형 리뉴얼 대형마트다. 기존의 '장보기'보다 '고객 체험'에 중점을 두고 과감한 변화를 추진했다. 대형마트라기보다 편히 놀다가 겸사겸사 장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 큰 특징이다.
마트야, 쇼핑몰이야
이마트 연수점의 첫 인상은 마치 '스타필드'를 보는 것 같았다. 1층에 들어서니 주요 맛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돈가츠 집인 '탐광', 쌀국수 전문점 'HOA DAO'는 물론 유럽식 브런치 레스토랑 '씨장'도 입점해 있었다. '스타벅스', '밀탑', '브랑제리' 등 디저트와 베이커리 브랜드도 들어섰다. 이 외식거리의 이름은 '연수미식가'로 1층과 2층에 구성돼 있다. 매장은 외식을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이처럼 이마트는 식당가 조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인천지역 최초 F&B(food and beverage)가 10개에 달할 정도다. 이마트는 기존 식품매장을 줄이고 테넌트(tenant, 독립 임대매장)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기존 1만2561㎡(약 3800평) 규모이던 이마트 본매장을 5289㎡(1600평)으로 줄이고 1만1570㎡(3500평) 규모의 임대 매장 몰을 조성했다. 마트보다는 '문화 공간'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었다.
좀 더 들어가면 플라워샵 '플라워 마르쉐', 아로마샵 '초마루' 등 고객이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매장들이 나온다. 리빙용품 브랜드샵 '리빙크리에이터'와 미니멀리즘 가구 브랜드 '포더홈'도 눈에 들어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근 지역이 30~40대 가족 구성비가 높은 점을 반영해 F&B, 엔터테인먼트,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총 82개에 달하는 임대 매장을 유치했다"고 했다.
연수미식가에서 가족과 식당을 찾고 있던 소비자 이모(39·남) 씨는 "사실 장을 보러 왔다기보다 퇴근 후 저녁 때에 맞춰 외식을 하러 온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온 김에 장도 보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히 리뉴얼 이후 방문 횟수가 잦아진 편"이라고 했다.
로봇 치킨, 스마트팜
연수미식가를 지나면 백미인 이마트 본 매장이 나온다. 색다른 식품매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스마트팜이 위치해 있다. 연수점은 스마트팜 기업 '엔씽'과 연계해 매장 내 공간에서 직접 채소 4종을 재배하고 판매까지 한다. 고객이 재배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갓 수확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오른쪽에는 주류 매장이 들어서 있다. 84평 규모의 주류 특화존 'Wine&Liquor'(와인 앤 리큐르)다. 이처럼 연수점은 일반 대형마트와 사뭇 다르다. 일반 대형마트는 곡물이나 과일류를 매장 전면에 배치한다. 전통적으로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핑의 형태가 바뀌었다. 이젠 온라인에서 보기 힘든 제품을 찾는다. 가족끼리 장을 보러오는 경우도 많다.
곳곳에서 오프라인 특화 전략이 느껴졌다. 수산 매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오더 메이드 공간인 '참치 정육점'이 있다.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참치를 손질해 내놓는다. 수제초밥, 후토마끼, 참치물회 등 메뉴를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델리매장에는 로봇이 직접 튀겨내는 '로봇 후라이드 치킨'도 등장했다. 장을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쏠쏠한 재미로 느껴졌다.
2층은 '3050' 고객과 유아동 가족 고객을 위한 '탑텐', 'ABC마트', '모이몰른', '아가방 갤러리' 등 22개 패션 브랜드를 구성했다. 특히 2층은 트램폴린 테마파크인 '바운스칠드런스파크'가 자리했다. 흔히 '방방이'으로 알려진 아동 놀이 공간이다. 아이를 맡기고 편하게 쇼핑을 즐기려는 가족 고객들이 많았다. 이밖에 포토부스와 솜사탕, 랜덤박스 등 시설도 발길이 잦았다.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라
이마트가 리뉴얼에 '진심'인 이유는 극한까지 올라간 온라인 쇼핑의 영향 때문이다. 엔데믹으로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강력하다. 한번 온라인 쇼핑을 경험해본 주부는 더 이상 마트를 찾지 않는다. 그때의 습관이 여전하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1조1877억원(7.5%) 증가한 16조936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쿠팡의 흑자 전환으로 위기감은 더 올라간 상황이다.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전통적 유통 강자인 이마트는 이 말이 불편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커머스가 대형마트를 위협할 것이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신에 나섰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연수점과 같은 지역 1번점을 확대하고, 적자 점포는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비단 이마트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홈플러스도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7곳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총 10개 점을 리뉴얼했다. 와인숍 '보틀벙커' 등 전문 매장을 입점시키는 차별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같다. 장보기 그 자체를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은 "이마트 연수점을 찾은 고객들이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상품과 공간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면서 "이를 통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자 하는 '신세계 유니버스'(온오프라인 생태계) 철학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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