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일본에 더마 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에스트라'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저가 브랜드에 국한됐던 품목을 기능성 화장품까지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은 프랑스를 꺾고 수입 화장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아모레퍼시픽의 일본 공략은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트라' 하반기 일본 진출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가 올 하반기 일본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에스트라는 △테라크네365 액티브 세럼 △장벽수분 이지워시 선크림 △테라크네 에센스 등을 파는 민감성 피부 맞춤 기능성 화장품으로, 지난 2021년 일본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이번에 오프라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이 브랜드는 오는 9월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 '아토코스메' 매장 10곳에 브랜드관을 론칭할 예정이다. 아토코스메는 돈키호테, 라쿠텐 등과 함께 일본 대표 뷰티 로드숍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선 에스트라 주력 상품인 아토베리어365 라인 등을 선보일 예정이며 일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도 준비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브랜드 신뢰감과 피부과학적 전문성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아직 '더마 코스메틱'이란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일본 시장의 개척자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장 공략할 적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6년 자사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을 시작으로 일본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그 후 2011년부터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라네즈 △에스쁘아 등 '중저가브랜드'를 중심으로 일본사업을 강화해왔다. 한류 문화를 통해 국내 화장품에 접근하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한국 화장품은 저가브랜드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화장품 산업이 발달한 일본 시장은 자국 중저가 브랜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업계에선 국내 뷰티브랜드의 높은 기술력과 고품질 제품들을 통해 고객층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구매력이 높은 일본 중장년층 세대까지 포괄할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 진출 목소리도 나왔다.
이달 말 아모레퍼시픽이 일본 현지에서 자사 브랜드를 소개하는 '아모파시페스'를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에 선보인 브랜드를 넘어 럭셔리부터 특화 브랜드까지 일본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에는 △헤라 △설화수 △비 레디 △아이오페 △롱테이크 등 아모레퍼시픽 11개 브랜드가 참가한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K팝이나 드라마에 익숙한 소비자가 국내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으로 형성되다 보니 트렌드를 신속히 반영할 수 있는 브랜드가 유리하다"며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뷰티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진 만큼 일본 시장에서도 카테고리를 늘려나갈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유통채널 강화하는 이유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말부터 일본 현지 오프라인 채널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현지 원브랜드숍을 운영해오다가 엔데믹을 기점으로 로프트(Loft) 등 드러그스토어와 멀티 브랜드숍(MBS)까지 유통망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소비시장은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일본화장품공업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소매 시장 중 약 60% 이상은 점포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드러그스토어(30.9%) 판매 비중이 가장 높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후쿠오카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화장품 전자상거래 비중은 2021년 기준 7.25%에 불과했다.
국내 뷰티업계도 일본 현지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뚫고 있다. 2020년 일본시장에 진출한 LG생활건강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도 로프트·도큐핸즈 등 드러그스토어 1만4000여개 매장에 입점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지 유통사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현지 특화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일본 뷰티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며 "1분기 기준 일본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제친 K-뷰티
국내 브랜드의 일본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일본 내 국내 K-뷰티 인기가 화장품 최강국 프랑스를 앞지를 정도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의 화장품수입액 중 한국제품은 21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면서 작년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수입액(856억엔) 중 25.4%에 해당하는 수치다. 2위 프랑스와 점유율(22.1%) 차이는 2022년 말보다 2.9%포인트(p) 더 벌어졌다.
한국 화장품은 베이스 메이크업 라인에서 특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올 1분기 베이스 메이크업 부문 한국 화장품 점유율은 68.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색조 부문도 2위 중국화장품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 뷰티시장은 혁신성과 새로움에 대한 니즈가 부상하고 있다"며 "K뷰티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트렌드 리더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일본 뷰티시장 내의 키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