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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칠순 노모도 반색...컬리 '오지'서 대박난 사연

  • 2023.11.22(수) 07:10

'도서산간' 배송 힘주는 컬리
강원도, 전북·전남도 배송 '껑충'
몸집 불리기 전략...IPO '빌드업'

전라남도 장흥군 외동리 천관산 밑에 거주하는 장모(70)씨는 요즘 컬리를 애용 중이다. 살아생전 온라인 쇼핑은 한 번도 할 것 같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최근 손녀가 장보기앱의 편리함을 알려주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장 씨는 "집 앞에 바로 와서 몸이 편하기도 하고 여러 신선식품은 물론 신기한 밀키트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컬리가 도서산간 지역에서 뜻밖의 호재를 맞고 있다. 땅끝마을로 유명한 전라남도 해남과 신안 섬, 강원도 비무장지대 인근의 철원·화천 등 이른바 오지마을로 불리는 곳들이다. 이들 지역은 마트 등 대형 유통 시설이 없는 데다, 주민 대다수가 거동이 힘든 노년층이다. 말 그대로 집 앞까지 신선식품을 가져다주니 신세계가 열린 셈이다. 

일등공신은 컬리의 낮 배송 서비스인 '하루배송'이다. 이는 컬리 협력 택배사가 컬리 물류센터를 들러 낮 시간대 배송하는 형식이다. 고객이 밤 1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밤 11시 전까지 제품을 배송한다. 컬리는 현재 수도권과 충청, 대구, 부산·울산·양산, 김해·창원 외 지역은 주로 새벽배송인 '샛별배송' 대신 '하루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홍도에서도 '컬리'

22일 컬리에 따르면 지난 10월 강원도와 전북·전남도의 하루배송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5% 가량 늘었다. 최근 샛별배송만큼 하루배송의 이용량이 늘고 있다는 게 컬리의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최근 도서산간 등 샛별배송 외 지역의 주문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며 "현재 전체 주문량의 10%가 하루배송"이라고 풀이했다.

컬리 도서산간 소도시 배송 물량 /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국내 대표 도서산간 지역으로 꼽히는 소도시 5곳에서 주문이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 군부대가 밀집해있는 철원군의 컬리 박수 출고수(주문 1건당 약 박스 1.85개)는 1882개로 집계됐다. 이어 △해남군 1215개 △화천군 1145개 △장흥군 678개 △신안군 148개 순으로 나타났다. 도합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했다는 게 컬리의 설명이다. 도서산간이라고 배송료가 더 붙지는 않는다. 4만원 이상이면 무료배송이 진행된다.

관건은 배송에 따르는 비용 절감이다. 도서산간은 기존 지역대비 물류비가 배로 든다. 컬리 관계자는 "하루배송은 컬리와 제휴를 맺은 택배사들을 통해 배송하기 때문에 컬리의 배송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면서 "컬리를 이용할 경우 편리하다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하루배송에 대한 수요도 증가세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냥 컬리 시키면 되제~

컬리가 호재를 맞은 배경은 최근 도서산간의 고령화와 연관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지역 고령 인구 비율은 22.8%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 이상이 65세 노인인구인 셈이다. 특히 노인으로만 이뤄진 고령 가구가 많다. 거동이 불편해 식료품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 도서산간 지역은 마트를 가려고 해도 1시간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컬리는 식료품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도서산간 하루배송 지역에서도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신선식품 배송을 부각 중이다. 직접 큐레이션하는 식료품의 종류도 많다. 쿠팡 등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도서산간 지역의 온라인 식료품 소비를 늘리게 했던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이커머스 사용을 경험했던 이들이 엔데믹에서도 온라인 쇼핑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라남도 섬마을 홍도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 씨는 "육지서 2시간 넘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인 만큼 식자재 주문을 위해 컬리를 자주 이용하곤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컬리를 처음 사용해 봤는데 다음날이면 도착해 편리했다"고 했다. 이어 "살 것도 많고 특이한 것도 많아, 마트를 가는 것보다 더 이용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컬리 '전국권' 노리는 이유

현재 컬리는 전국권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과거 컬리는 강남앱으로 불리며 수도권에서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점은 컬리의 확장성을 막는 걸림돌과 같았다. 컬리가 올해 상반기 동남권물류센터, 평택물류센터를 가동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하루배송은 밤 11시 새벽배송 주문이 집중되는 '주문 공백' 시간대를 메워줄 수 있는 비책이다. 

컬리 실적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도서산간 지역은 주문을 한 번에 많이 하는 경향이 짙다. 미리미리 살 것을 챙겨두는 지방 소도시의 특성이 반영된 탓이다. 군대 등 시설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도 크다. 실제로 컬리의 도서산간 소도시의 충성고객(월 4회 이상 주문) 수는 증가세다. 컬리 관계자는 "전라북도 장수군의 지난 10월 충성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고, 같은 기간 전라남도 완도에서도 컬리 충성고객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컬리가 이처럼 도서산간 지역까지 힘을 주는 이유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지난해 한차례 IPO를 추진하다가 중도 하차했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았던 데다 기반을 더 닦겠다는 이유였다. 앞으로 컬리의 관건은 소비자 접점 확대와 충성고객 확보다. 매출을 더욱 증대시켜 쿠팡에 비견될 만큼 몸집을 크게 키워야 한다. 

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컬리가 동남권물류센터와 평택물류센터를 가동하며 하루배송 서비스에도 힘을 주고 있는 분위기"라며 "기존 새벽배송은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주문이 몰리는 단점이 있었다"며 분석했다. 그러면서 "컬리는 도서산간 지역 등에 하루배송 서비스를 늘리며 이를 상쇄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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