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앤쇼핑이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시끄럽다. 홈앤쇼핑 내부가 아닌 외부의 입김에 따라 경영진의 거취가 좌지우지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다보니 회사가 중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실적 부진의 유탄이 직원들을 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수 신임 대표 선임
홈앤쇼핑은 지난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문재수 방송본부장(전무)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홈앤쇼핑은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를 선임한다. 정기주총에 앞서 구성된 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가 이미 문 전무를 신임 대표로 추천한 만큼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문 전무가 홈앤쇼핑의 새 수장이 될 전망이다.
문 전무는 홈앤쇼핑이 사업 승인을 받기 전인 2011년 2월부터 합류한 '창립 멤버'다. 홈앤쇼핑 이전에는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을 거쳤다. 문 전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홈앤쇼핑은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홈앤쇼핑은 2022년 6월부터 이원섭 경영부문 각자대표와 이일용 영업부문 각자대표 등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원섭 대표는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퇴진 수순을 밟게 됐다. 이일용 대표의 경우 아직 임기가 오는 6월까지 남아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재선임 역시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홈앤쇼핑 정관에 따르면 대추위는 홈앤쇼핑의 이사회 내에 9인 이하로 구성된다. 현재 홈앤쇼핑 이사회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기타비상무이사)을 비롯해 안진형 농협유통 감사실장(사외이사), 정재섭 전 IBK자산운용 부사장(사외이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 전무는 지난 2020년 중기중앙회의 KBIZ AMP(중소기업 최고경영자과정, 옛 SB-CEO스쿨) 14기에 참여했다. KBIZ AMP는 김 회장의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08년 출범한 교육 과정이다. 2021년에는 중기중앙회의 상위 기관인 중소기업벤처부가 주관한 대한민국중소기업인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외부 입김 논란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달라는 중소기업인들의 요구로 설립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사다. 2011년 사업권을 받았고 2012년부터 방송을 송출했다. 중기중앙회와 김기문 회장이 홈앤쇼핑의 설립을 주도했다.
2023년 9월 30일 기준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는 중기중앙회로, 32.83%(658만6000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다. 이어 농협경제지주(19.94%), 중소기업유통센터(14.96%), IBK기업은행(9.97%) 등 기관 지분율이 높아 공적인 성격을 띤다. 그렇다 보니 정부와 관계기관의 입김이 작용하기 쉽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실제로 그동안 홈앤쇼핑의 대표이사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효림 전 대표, 최종삼 전 대표, 김옥찬 전 대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김옥찬 전 대표의 경우 이전까지 공모로 진행됐던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주주사 추천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이미 내정돼있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KB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인물로, 중기중앙회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이원섭 대표 역시 중기중앙회 출신이다. 그는 중기중앙회에서 공제사업단장, 회원지원본부장 등을 맡았다. 2020년 홈앤쇼핑에 상무로 합류한 후 반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당 발령으로 몸살
이런 잡음 탓일까. 홈앤쇼핑의 성장도 지지부진하다. 2022년 이원섭 대표가 취임할 당시에도 일부 소액주주들이 홈앤쇼핑에 중장기 전략이 부재하고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홈앤쇼핑의 매출액은 2018년 이래 4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홈앤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은 4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크게 줄었다. 2018년 44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현재 200억원대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소폭 증가한 27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년보다 판관비를 3.7%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이 컸다. 홈앤쇼핑이 판관비를 줄인 것은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성장 둔화의 불똥은 직원들에게 튀었다. 최근 홈앤쇼핑은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문제는 동시에 갑작스럽게 사업부를 폐지하고 일부 직원들을 전혀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냈다는 점이다. 홈앤쇼핑은 지난달 말 조직개편 후 직원 수십명을 IT전략본부에 배치했다. 이들은 IT 경력이 없고, 일부는 연차가 어린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만 51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회사가 희망퇴직 대상자를 IT전략본부로 부당 발령낸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갑작스럽게 종료한 것도 논란이다. 홈앤쇼핑은 2020년 말부터 라이브커머스 '팡LIVE'를 시작했고 2022년 말에는 라이브커머스팀을 라이브커머스실로 승격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사업을 철수했다. 라이브커머스 담당 직원 중 일부도 IT전략본부로 이동됐다.
홈앤쇼핑은 "중장기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회사의 권리이고 직원들에게 사전 통보를 할 의무가 없다"며 "비슷한 규모의 홈쇼핑 타사에 비해 IT인력이 현저히 부족해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해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앤쇼핑은 직원들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IT 관련 경력이 전무한 직원을 IT전략본부에 배치한 것이 '경쟁력 강화'라는 설명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을 받는다해도, 단기간에 IT 전문가가 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문제가 장기화 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회사가 부당 발령 문제를 재검토 해주기로 약속했다"면서도 "대표이사가 바뀌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