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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세정, 성장 정체 뚫을 비법은 '친근함'

  • 2024.07.04(목) 07:20

세정, 100년 기업 비전 선포
매출 회복 관건…3000억원대 정체
박이라 사장, SNS로 고객 소통 강화

/그래픽=비즈워치

창립 50주년을 맞은 세정이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전략도 짰다. 비즈니스 확장, AI 등 신기술 도입, 글로벌 브랜드 육성, 나눔 상생 경영 등이다. 박순호 세정 회장의 셋째 딸인 박이라 사장이 최근 적극적인 SNS 활동을 통해 소통에 나서고 있다. 관건은 지난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였던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50년 패션사

세정은 지난 1일 부산광역시 롯데호텔 부산에서 설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박순호 회장을 비롯해 박이라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 매장 점주 등이 참석했다. 세정은 이 자리에서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세정의 중장기 전략은 △역량 있는 외부 전문가와의 연대 △AI 및 디지털 신기술 선제 도입 △글로벌 브랜드 육성 △나눔 상생 경영의 계승 등이다. 

우선 전문가들과 연대해 컬래버레이션 브랜드 론칭부터 M&A, 해외 라이선스까지 다양한 방식의 비즈니스 확장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2월 론칭한 '다이닛'은 그 첫 사례다. 다이닛은 '마땡킴'을 만든 김다인 대표와 박이라 사장이 사적인 친분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해 론칭한 브랜드다. 

세정은 지난 1일 부산에서 50주년 기념식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사진=세정

디지털 기술 활용도 시작했다. 세정은 지난 2022년 제품 제작에 '3D 버추얼 기술'을 도입했다. 여성복은 제작 과정의 90%가 손 패턴으로 이뤄져 디지털화가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세정은 올리비아로렌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 국내 여성복 브랜드 중 처음으로 디자인실과 개발실 동시에 3D 기술을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제품 제작 소요시간은 3분의 1로 단축됐다. 가봉 단계에서 패턴 오차, 의상 밸런스 등 전체적인 사항을 체크한 이후 샘플을 제작해 제작 횟수를 최대 80%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세정 관계자는 "3D 버추얼 기술은 섬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친환경 생산 시스템"이라며 "기술 안정화를 거쳐 전 브랜드에 해당 시스템을 적용해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친환경 패션 산업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세대 토종 패션기업

세정은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끌어 온 1세대 토종 패션 기업이다. 경남 함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박순호 세정 회장은 도매상으로 시작해 브랜드를 론칭하며 패션 사업을 키워왔다. 지난 1974년 부산에서 동춘섬유공업사를 설립해 선보인 첫 브랜드는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이었다. 1988년엔 대리점 유통으로 전환했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전국적인 유통망 확장을 통해 국내 패션산업의 기반을 다졌다.

1991년엔 사명을 '세정'으로 바꿨다. 2005년엔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대형 유통 전용 '트레몰로'를 론칭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엔 주얼리로 발을 넓혀 '디디에 두보'를 론칭했다. 또 간판 브랜드인 인디안을 편집숍 브랜드 '웰메이드'로 전환했다. 신규 라인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디디에 두보 모델 배우 신민아 /사진=세정

2019년 세정은 40주년을 기념해 웰메이드를 통합 유통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해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선보이기로 했다. 현재 웰메이드는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 '브루노바피', '더레이블'와 여성복 브랜드 '데일리스트', 패션잡화 '두아니' 등을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전문점이다.

세정은 패션 외의 사업 영역도 넓히기도 했다. 건설업, 악기사업 등으로 사세를 키웠다. 현재는 키친용품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와 IT 솔루션 전문 기업 세정I&C, CS 전문 기업 원커넥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1조 클럽'이었는데

세정은 지난 2011년 연결기준 매출 6895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계열사까지 합치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패션업계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세정의 매출은 이듬해인 2012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엔 2600억원대로 떨어졌다. 수익성도 하락했다. 2011년 58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500억원대를 넘기지 못했다.

세정 연도별 실적 /그래픽=비즈워치

2016년엔 악기사업인 글로시스(옛 세정악기)와 중국 내 의류유통·무역업을 맡던 상해복식무역을 청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2017년 300억원대의 적자로 전환한 뒤 2018년엔 1085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2019년 51억원, 2020년 408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다.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22년 335억원에서 지난해 233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엔 매출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까지 매출액은 2년 연속 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세정은 2022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자회사 세정건설을 매각했다. 세정건설은 물류센터, 전용아울렛 등을 건설하기 위해 1989년 설립했던 법인이다. 지난해에는 캐주얼 브랜드 NII 브랜드를 운영하던 세정과미래를 청산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정비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SNS로 경영 전면 나섰다

박 회장에 이어 경영 전면에 나선 인물은 박 회장의 세 딸 중 막내인 박이라 사장이다. 박 사장은 1978년생으로, 2005년 세정에 입사해 2007년 세정과미래 대표 자리에 올랐다. 크리스크리스 론칭, NII 리뉴얼 등을 진두지휘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디디에 두보 론칭, 웰메이드를 이끄는 등 경영 중심에 섰다.

이후 박 사장은 2019년 5월 세정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현재 세정 사장을 비롯해 세정씨씨알·원커넥트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박이라 세정 사장의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박 사장은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브랜드 소개 영상부터 디디에 두보 매장에 깜짝 방문해 주얼리 세척을 받는 등 브랜드를 체험하는 모습, 대표가 된 배경, 연애스토리, 일상 등을 공개했다. 현재 채널 구독자 수는 3460여 명이다. 

박 사장의 이런 행보는 고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NS 활동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트렌디함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국내 대표 패션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유튜브 영상에서 "가격 대비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려운 브랜드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브랜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과거 영광 찾을까

세정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내 1세대 패션기업으로서 독보적인 정통성과 헤리티지를 가진 만큼 충성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가두점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해 온 덕분이다. 웰메이드의 작년 말 매장 수는 350여 개로, 올해는 36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리비아로렌 매장 수는 작년 말 340여 개에서 올해 350여 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올리비아로렌 유튜브, 인스타그램 숏폼 콘텐츠 영상 캡처 /사진=세정

일각에선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경기 불황으로 패션업계 상황은 좋지 않다. 이에 세정은 온라인 유통채널 확장도 노린다. 자사몰인 세정몰을 비롯해 쿠팡, 퀸잇, 29CM, W컨셉 등 외부 플랫폼에도 입점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맹점들이 네이버쇼핑에 입점해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숏폼 콘텐츠도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세정 관계자는 "세정이 전개하고 있는 각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은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내실을 다지며 성장 동력을 강화해 국내 대표 패션&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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