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이 정성을 다해 길어 올린 이 물로 오랜 인간의 꿈인 무병장수가 실현되기를 염원합니다."
중국 백산수 신공장에 방문하면 만날 수 있는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선대회장의 말이다. 신 선대회장은 좋은 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철학으로 백산수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신 선대회장은 신공장에 "백두산의 좋은 물을 온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곳 이도백하(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안도현 이도진)에 세계 최고 설비의 물 공장을 지었다"는 말도 남겼다. 그만큼 신 선대회장이 백산수의 품질과 이를 생산하는 신공장에 강한 자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6일 중국 이도백하에 위치한 백산수 수원지와 신공장을 방문해 신 선대회장이 자부심을 가졌던 백산수 생산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중국 연길 공항에서 차로 2시간을 달리면 백두산 기슭의 해발 670m께에 자리한 내두천이 나온다. 이 내두천이 바로 백산수의 수원지다. 이 곳은 중국 원시림 보호구역에 속해 있어 인근에 농장, 공장, 축사 등 없이 자연 환경 그대로 깨끗하게 유지된다. 일반인의 출입도 통제된다.
내두천은 백두산 천지 일대에서 땅으로 흘러내린 지하수가 자연 용출하는 일종의 '샘'이다. 백두산 지하의 부석층·현무암층·화강암층 등 여러 겹의 암반층을 지나면서 미네랄을 품고 정수까지 된 물이 이 내두천에서 하루 2만4000톤씩 솟구친다.

농심은 이 내두천에 약 300평 규모의 설비를 마련하고 물이 자연적으로 솟구치는 곳에 파이프를 꽂아 펌프장으로 흘려보낸다. 펌프장은 내두천과 약 15m 가량 높이 차이가 난다. 이 낙차를 이용해 물을 펌프장까지 바로 흘려보낼 수 있다. 물이 지하에서 나오자마자 파이프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외부 공기 접촉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안명식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연변농심) 대표는 "백두산은 독일 프레지우스 연구소가 유럽의 알프스, 러시아의 코카서스와 함께 세계 3대 수원지로 꼽은 곳"이라며 "내두천의 물은 인근 주민들도 그대로 떠다 먹고 사용할 정도로 깨끗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한겨울 평균 온도가 영하 35℃에 달하지만 지하에서 솟구치는 물은 항상 7℃를 유지한다. 안 대표는 "사시사철 7℃를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저온 용천수"라면서 "한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데다 여름에도 저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물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과정을 더 '깨끗하게'
이렇게 파이프를 통해 펌프장으로 내려온 물은 펌프장 내 버퍼탱크에 저장됐다가 1차로 여과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원지에서 흘러운 물을 여과하는 설비는 독일 펜테어(Pentair)사 제품이다. 펜테어의 설비를 전체 패키지로 보유한 곳은 아시아에서 농심이 유일하다. 안 대표는 "펜테어 여과 설비가 송수관 양쪽으로 하나씩 설치돼 있다"며 "한쪽에서 물을 보내다가 약간의 이물이라도 튀면 자동으로 다른 쪽 설비로 교체된다"고 밝혔다.
이후 물은 지하에 묻힌 송수배관을 통해 이곳에서 3.3㎞ 가량 떨어진 농심 신공장의 버퍼탱크까지 이동한다. 물이 펌프장에서 신공장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에 불과하다. 모든 송수관은 스텐트, 임플란트 등 의료 기구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SUS316L)로 만들어졌다. SUS 316L은 SUS316보다 탄소 함량을 더 낮춘 소재로 부식 저항성과 높은 내구성을 갖춘 소재다.

지하에 묻힌 3.3㎞ 길이의 송수관 역시 깨끗하게 유지된다. 이를 위해 농심은 전 세계에서 유럽 5곳에서만 사용하는 배관 청소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관 지름보다 큰 CIP(Cleaning In Place) 공을 세척액과 함께 펌프장 송수관에 집어넣으면 이 공이 신공장까지 약 2시간30분에 걸쳐 천천히 이동하며 배관을 청소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배관이 땅 속 2m 깊이 밑으로 묻혀 있고 굽이굽이 이어져 있어 로봇을 넣어 청소하기 어렵다"면서 "세계에서 농심을 포함해 6곳만 갖춘 배관 청소 시스템을 통해 항상 깨끗하게 배관을 유지하기 때문에 소독 없이 생수 제품을 바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공장 역시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깨끗한 생수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공장 버퍼탱크에 도착한 물은 고성능(UF) 필터를 거치게 된다. UF필터는 미세한 구멍을 통해 미생물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미네랄 등의 유익한 성분은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다음에는 자외선 살균기를 이용해 다시 한번 미생물을 제거한다. 그리고 두번째 필터인 제균 필터를 거치면 물 속의 균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특히 농심은 분석장비를 갖추고 물에 대해 매일 100여 가지 항목의 품질 검사를 한다. 안 대표는 "법적으로 한국에서는 52개 항목에 대해, 중국에서는 48개 항목에 대해 품질 검사를 해야한다"며 "농심은 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100가지 항목의 품질을 검사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정 받은 품질
이렇게 취수와 살균을 마친 물은 '보틀링' 단계에 진입한다. 보틀링은 공병을 만들고 물을 충전하고 뚜껑을 닫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농심은 백산수에 사용되는 공병과 뚜껑을 모두 직접 생산한다. 이 플라스틱 사출에 사용되는 설비는 캐나다 허스키(Husky)사의 제품이다. 허스키는 생수용기 사출 설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생수 공병은 용기 원형인 '프리폼'을 예열한 후 공기를 불어 넣어 만들어진다. 농심은 프리폼의 이미와 이취를 분석할 수 있는 기구를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병은 신공장 3층에서 하루 동안 불순물과 이취가 날아가도록 한 후 물 충전 단계에 사용된다.

공병에 라벨을 붙인 후에는 무균실에서 물 충전과 뚜껑 결합이 이뤄진다. 농심은 물과 공기 접촉을 막기 위해 무균실에서 용기에 물을 충전한 후 세척, 소독된 뚜껑을 용기와 결합한다. 이 포장 과정에도 세계적인 포장 기업인 독일 크로네스(Krones)사의 설비가 사용된다. 이런 자동화 방식으로 농심은 현재 1분에 약 900병의 생수를 생산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신춘호 선대회장이 이 곳의 물이 정말 좋다며 이 물을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면서 "많은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설비, 가장 안전한 재질을 사용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된 백산수는 바로 근처에 위치한 철도를 통해 중국 주요 항구로 이동한 후 한국과 중국 등 세계 곳곳의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농심은 신공장에서 인근 철도역까지의 철도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해외 기업이 중국의 국가 기간망에 대한 권한을 취득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안 대표는 "백산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물맛인증기관인 ITQI와 몽드셀렉션 모두로부터 3년 연속 최고 등급을 수상한 고품질의 생수"라며 "중국 헝다 등 여러 현지 기업들도 이도백하 지역에서 백두산 물로 생수를 생산하고 있지만 백산수의 품질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