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K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이에 K뷰티 흥행 주역들을 직접 만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을 생생히 들어본다. [편집자]
최근 글로벌 뷰티 시장의 관심이 '피부'에서 '헤어'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두피도 피부처럼 관리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두피 케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헤어케어 시장이 스킨케어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다.
이런 흐름을 타고 'K뷰티' 열풍이 'K헤어케어'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내 두피케어 1세대 브랜드 '닥터포헤어'가 있다. 닥터포헤어는 지난 12년간 축적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샴푸·토닉·세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탈모샴푸=닥터포헤어'라는 인식을 만들어왔다. 양혜지 닥터포헤어 글로벌 BM팀 팀장을 만나 브랜드의 전략과 비전을 들어봤다.
데이터로 쌓은 두피 과학
닥터포헤어의 핵심 경쟁력은 '현장 중심의 R&D'다. 2012년 브랜드 출범 이래 전국 14개의 두피센터를 운영하며 20만명 이상의 실제 고객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탈모, 지성·건성 두피, 손상모 등 다양한 고민을 분석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양혜지 팀장은 "두피 연구의 현장이 곧 연구소"라며 "센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두피 상태 변화를 직접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제품 개선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닥터포헤어는 트리콜로지스트(두피 전문가)를 직접 양성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자격 취득 지원을 비롯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인력은 전국 '케어랩'과 이동형 진단 서비스 '찾아가는 두피 진단(찾두)'에서 활동한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진단–솔루션–제품'으로 이어지는 맞춤형 두피 관리 체계가 닥터포헤어만의 차별화된 구조다. 양 팀장은 "우리 제품의 재구매율은 50%를 넘는다. 이유는 단 하나, 제품력"이라면서 "실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세분화된 니즈에 맞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 제품인 '폴리젠 샴푸'는 국내 탈모샴푸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탈모샴푸는 한방샴푸 위주로 향이 강하고 머릿결이 푸석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 이미지를 바꾼 게 폴리젠 샴푸였다. 기능성과 향, 사용감까지 모두 잡은 게임체인저였다"고 회상했다.
센터 고객의 요청으로 개발된 '씨솔트 스케일러' 역시 히트 제품으로 꼽힌다. 양 팀장은 "소금 알갱이를 두피에 바른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사해소금을 활용한 쿨링 케어 효과가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올리브영이 정상들에게 제공한 선물에 포함되며 브랜드의 글로벌 위상을 증명했다.
'K헤어케어'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닥터포헤어가 올해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브랜드 BI(브랜드 아이덴티티), 포트폴리오, 패키지 디자인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전면 개편하고 각국의 규제 기준을 고려해 제품별 성분과 표기 방식을 조정했다.
양 팀장은 "글로벌 고객 누구나 쉽게 제품의 기능과 효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패키지·성분·표기 기준을 조정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국가별 규제가 달라 성분을 바꾸거나 제외해야 하는 일이 많지만 더 좋은 대체 성분을 찾아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성공 공식도 구축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더마(derma) 트렌드'가 강세인데, 단순 광고보다 임상 결과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닥터포헤어의 R&D 기반 브랜드 특성이 현지 시장과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물의 석회질 때문에 두피 문제를 겪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실제로 아마존에서도 닥터포헤어의 두피 스케일러 제품이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K헤어케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는 "동남아는 고온다습한 기후 특성상 개운하고 피지를 씻어내는 제품에 대한 니즈가 크다"며 "이런 점에서 두피케어 라인이 현지 수요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효능과 사용감에 대한 신뢰가 K뷰티의 강점인데 그 DNA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닥터포헤어는 최근 대만 코스트코에 입점했다. 12월에는 말레이시아 왓슨스에 입점한다. 온라인에서는 아마존을 중심으로 두바이와 사우디, 영국, 독일, 호주 등에도 진출한다. 내년에는 총 27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벌 넘버원' 도전
닥터포헤어는 현재 미국,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 13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폴리젠 샴푸는 미국 코스트코 입점 3주 만에 18만세트를 판매했다. 높은 판매고를 올린 덕분에 미국 코스트코 론칭 2년 만에 입점 매장이 250개로 늘었다. 기능성 헤어케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글로벌 트렌드에 힘입은 결과다.
양 팀장은 "두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헤어케어가 스킨케어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성분 안정성과 임상 기반의 효능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가 닥터포헤어의 강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닥터포헤어는 고기능성 두피 토닉·앰플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지난 10월 출시된 신제품 세럼은 한 달 만에 목표 판매량을 초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양 팀장은 "닥터포헤어는 주요 국가에서 이미 현지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며 "우리의 성장은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는 두피케어 브랜드'라는 본질적 가치가 세계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비전은 넘버원 K헤어케어를 넘어 글로벌 톱티어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라면서 "전 세계 고객이 '단 하나의 헤어케어 브랜드'를 떠올릴 때 닥터포헤어가 그 이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