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등장한 패션매장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주거지가 맞닿은 곳에 패션 복합 매장이 들어섰다. 지난 6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이 문을 연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이다. '더한섬하우스'는 한섬이 지난 2019년 처음 선보인 콘셉트 스토어다. 이번 서울점은 부산, 광주, 제주에 이은 더한섬하우스의 네 번째 매장이다.
9일 직접 찾은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은 단순히 의류 매장이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 공간에 가까웠다. 매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까지 총 1927㎡(약 582평) 규모로 이뤄졌다. 한섬이 운영하는 1300여 개 매장 가운데 가장 큰 매장이다. 백화점 매장이 단일 브랜드 판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곳은 쇼핑·휴식·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1층에는 오브제와 패션 잡화가 배치돼 있었다. 1층 팝업존에는 한섬의 온라인몰 EQL의 스포츠 브랜드가 들어섰다. 학생 유동이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볼 수 있는 콘텐츠로 꾸몄다. 앞으로도 문구류나 스트리트 브랜드 등 학생층을 겨냥한 팝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지하 1층과 지상 2~3층에는 타임·시스템·랑방컬렉션 등 한섬 주요 브랜드 10곳의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2층에서는 시스템의 글로벌 라인 '시스템 파리'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이 모노톤 중심이었다면 시스템 파리는 색감과 소재, 패턴을 보다 과감하게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의 구성과 전반적인 분위기도 기존 브랜드 매장과 달랐다. 제품을 빽빽하게 진열하는 대신 공간에 여유를 뒀다. 층마다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됐다. 판매 효율보다 체류 경험을 우선한 구성이다.
한섬의 더한섬하우스 담당자는 "백화점은 주어진 면적 안에서 운영해야 해 매장 간 연결성을 갖기 어렵다"며 "그러나 더한섬하우스는 한 건물을 통째로 한섬 브랜드와 서비스로 채우다 보니 공간을 보다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브랜드 경험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매장보다 물량을 충분히 갖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인식도 심어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커피 파는 옷가게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의 가장 큰 특징은 영업면적의 약 47%를 체험형 공간으로 채웠다는 점이다. 패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식음료(F&B)나 서비스 공간을 운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통상 20~30% 수준에 그친다. 절반 가까이를 비패션 콘텐츠로 구성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매장에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의 뷰티 스파와 VIP 라운지 등 백화점급 서비스 요소들이 대거 들어섰다.
핵심 공간은 4층에 자리한 한섬 자체 F&B 브랜드 '카페 타임(Café TIME)'이다. 카페 타임은 지난해 청담동 명품거리에 문을 연 타임 플래그십 스토어 '타임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브랜드다. 한섬은 카페 공간을 통해 타임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일상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텐꼬르소꼬모 카페, 메종키츠네 카페처럼 패션 브랜드가 식음료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구찌와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페 타임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운영하는 유러피안 캐주얼 다이닝이다. 커피뿐 아니라 브런치, 디저트, 와인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평일 오전과 오후에는 학부모 고객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브런치 고객이 주를 이룬다. 한섬은 이런 상권 특성을 반영해 디저트와 브런치 메뉴를 강화했다. 케이크 등 디저트는 총 17종으로 구성됐다. 기존 카페 타임 1호점(2종)보다 메뉴 수를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인테리어 역시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요소다. 독특한 천장 구조는 오픈 직후부터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평일 오후에도 좌석이 대부분 찼다. 카페 타임 담당 직원은 주말에도 오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평일 점심시간에도 수십 명의 대기자가 발생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더한섬하우스 담당자는 "주거 밀집 지역이다 보니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카페에 웨이팅을 걸어두고 아래층에서 쇼핑을 즐기는 고객도 많아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VIP 팬덤을 잡아라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의 공간 구성은 한섬이 보유한 두터운 VIP 고객층을 겨냥했다.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은 이들을 단순한 '구매 고객'을 넘어 '브랜드 팬'으로 묶어두기 위한 전용 거점으로 설계됐다.
매장 상층부는 사실상 VIP 전용 공간이다. 5층 '에이치룸(H Room)'에서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스타일링 클래스와 문화 강좌 등이 운영된다. 6층 오에라 뷰티 스파는 VIP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7~8층은 커피와 다과를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VIP 라운지로 구성됐다. 쇼핑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체류하도록 동선을 짠 구조다.
한섬은 더한섬하우스를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매출에만 집중하기보다 고객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에 무게를 뒀다. VIP 고객이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브랜드와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한섬이 연이어 선보인 대형 플래그십 매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2023년 '이큐엘 그로브(EQL Grove)', 2024년 '키스 서울(Kith Seoul)', 지난해 문을 연 '타임 서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매장은 한섬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이나 외국인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신규 고객 유입 창구로 기능하는 동시에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섬 관계자는 "패션 중심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을 강화한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있다"며 "체험 콘텐츠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공감대를 쌓아 두터운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