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토홀딩스(구 휠라홀딩스) 창업주 윤윤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기업가 정신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체계적인 리더십 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이번 결정은 윤 회장의 단순한 직함 변경이 아닌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장남 윤근창 대표로의 '2세 경영 공식화'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신화' 남긴 윤윤수
미스토홀딩스는 윤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윤 명예회장은 미스토그룹의 연간 매출을 4조원 이상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경영인으로 꼽힌다. 목표를 향한 타협 없는 결단력과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JC페니, 화승 등에서 유통·수출 실무를 익히며 쌓아온 글로벌 감각은 윤 명예회장이 '샐러리맨 신화'를 쓰는 결정적인 자산이 됐다.
특히 윤 명예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로도 꼽힌다. 윤 명예회장은 1991년 휠라코리아를 설립,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국내에 유통하면서 브랜드 경영에 눈을 떴다. 이후 2005년에는 MBO(경영자 인수) 방식을 통해 이탈리아 휠라 본사로부터 한국 법인을 독립시켰고, 2007년에는 인수 금융을 활용한 LBO(차입 매수)를 통해 휠라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했다.
이뿐만 아니다. 윤 명예회장은 휠라코리아가 상장된 다음 해인 2011년에는 세계 1위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품에 안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한민국 패션 업계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글로벌 크로스보더 M&A를 성사시킨 상징적 거래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후 윤 명예회장은 아쿠쉬네트 이사회 의장으로 재임하며 공과 클럽 위주의 아쿠쉬네트 비즈니스 모델에 휠라의 강점인 의류 사업을 접목하는 '카테고리 확장 전략'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했다.
무엇보다 2013년에는 한국 시장에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을 최초로 론칭해 보수적인 골프 시장에서 퍼포먼스 골프웨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는 브랜드 존재 가치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다각화한 윤 명예회장의 대표적인 경영 업적 중 하나로 남았다.단독 체제 출범
이번 명예회장 추대는 '윤근창 단독 체제'로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2007년 미스토USA에 입사해 글로벌 주요 법인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그룹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실무 역량을 쌓아왔다. 북미법인 최고재무관리자(CFO) 재임 당시에는 강도 높은 재무 구조 개선과 브랜드 운영 전략 변화를 통해 미국 사업의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진두지휘했다.
2015년에는 미스토코리아에 합류해 전략기획본부장과 풋웨어본부장을 거쳤다. 당시 윤 대표는 시장 트렌드의 빠른 대응과 원가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 직접 거주하며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품 샘플을 자체적으로 제작, 외주 공장과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제품 개발 속도를 단축하는 등 미스토 그룹이 글로벌 수준의 제품 경쟁력과 원가 효율성을 동시에 갖추는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부친인 윤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헤리티지 전략부터 뉴트로 기반 리뉴얼, '코트디럭스'와 '디스럽터2' 등 메가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휠라 브랜드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2018년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미스토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국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현재 윤 대표는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사업 구조 다각화와 선진화된 지배구조 확립 등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스토'로의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넥스트 미스토
업계는 이번 결정을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윤 명예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실상 가족회사인 '피에몬테'를 통해 미스토홀딩스 지분을 35.81%까지 늘리며 윤 대표로의 승계 발판을 만들어 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피에몬테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윤 명예회장이 75.18%, 나머지 지분은 윤 대표(4.05%)과 윤 대표가 최대주주인 케어라인(20.77%)이 각각 보유 중이다.
특히 미스토홀딩스는 지주회사 위에 또 다른 지주사가 존재하는 '옥상옥'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윤 회장과 윤 사장은 미스토홀딩스 지분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피에몬테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룹 내에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이 때문에 윤 명예회장이 향후 가지고 있는 피에몬테 지분을 케어라인에 넘기는 방식을 활용해 세금을 최소화, 승계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단독 체제 전환으로 윤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아쿠쉬네트에 편중된 사업 구조 해소다. 미스토홀딩스는 사명 변경 당시 사업 다각화 추진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 전체 매출의 80%가 아쿠쉬네트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구조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본업인 휠라 브랜드를 살리는 것도 시급하다. 휠라는 최근 '에샤페', '페이토', '판테라' 등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지만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시장 침체와 '저가 브랜드'로 각인되며 시장 내 입지가 줄어든 탓이다. 이에 휠라 브랜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9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 감소했다.
미스토홀딩스 관계자는 "윤 명예회장이 창출한 혁신과 도전 정신은 앞으로도 회사의 근간으로 계승될 것"이라며 "윤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번 체제 이양은 향후 미스토홀딩스를 글로벌 100년 기업으로 이끌어갈 견고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