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롯데쇼핑 마트 사업부)가 부산에 인공지능(AI) 자동화 물류센터를 가동하며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30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쌓은 신선식품 소싱 역량에 오카도(Ocado)의 로봇 기술을 결합해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신선도와 배송 정확도, 상품 구색을 앞세워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테크 기업과 맞손
롯데마트는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가 약 20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롯데마트는 이 센터를 짓기 위해 2022년 11월 영국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3년 12월 착공한 뒤 20개월간 공사를 거쳐 2025년 8월 준공했다. 이후 설비 구축과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연동, 약 1년간의 시운전을 거쳐 최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센터는 연면적 4만㎡ 규모로 최대 3만5000개 품목을 취급하며 부산·창원·김해를 시작으로 영남권 400만 세대 배송망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는다.
롯데마트와 손잡은 오카도는 2000년 영국에서 설립된 리테일테크 기업이다. 주문 접수, 수요 예측, 보관·포장·배송까지 온라인 식료품 유통 전 과정을 통합 제어하는 OSP를 세계 유통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롯데마트 외에도 미국 크로거, 일본 이온 등 11개국 14개 유통사가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롯데마트가 오카도와 손잡고 OSP를 도입한 것은 검증된 외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자 시스템을 구축하면 시행착오 또는 수년 이상의 시간 지연이 뒤따를 수 있어 외부 시스템을 빠르게 적용하는 쪽을 택했다.
롯데마트는 오카도의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물류 효율성과 정확성도 확보했다. 정재우 롯데마트 온라인사업단장은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소비 기간 보장 서비스를 통해 오배송과 상품 누락 없는 배송을 완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은 우리가
오카도가 로봇 설비와 운용 소프트웨어를 맡았다면 롯데마트는 상품 소싱과 품질 관리를 전담한다. 물류 기술은 외부에서 들여오되 상품 경쟁력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특히 롯데마트가 공을 들인 것은 신선식품 경쟁력이다. 롯데마트는 30여 년간 대형마트를 운영하면서 전국 산지 농가, 어가, 축산 공판장과 직접 거래하는 등 신선식품 경쟁력을 쌓아왔다.
충북 증평 신선품질혁신센터도 신선식품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다. 이곳에서 직접 가공해 포장까지 마친 육류·채소·과일이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으로 입고된다. 경남 로컬 농가와 직거래한 채소도 선보인다. 정 단장은 "산지 직매입부터 중앙 가공 전용 센터 출고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춘 곳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롯데마트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냉장·냉동 수요가 높은 온라인 주문 특성을 고려해 관련 상품 수도 집중적으로 늘렸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서는 기존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장 대비 1.4배 많은 1만여 개의 냉장·냉동 상품을 취급한다. 부산 유명 맛집 '사미헌'과 협업한 밀키트 등 가공식품 구색도 함께 늘렸다.
롯데마트가 소싱만큼 공들인 부분은 배송 전 구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콜드체인' 구축이다. 일반적인 물류센터는 상품을 이동하거나 포장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신선식품 품질이 저하되는 구간이 발생한다. 롯데마트는 입고부터 포장, 배송 차량 탑승까지 사람의 개입을 줄이고 전 구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는"기존 물류센터와 달리 입고부터 배송까지 단 1초도 노출되지 않는 완전한 콜드체인을 구현했다"며 "완벽한 품질의 신선식품을 제때 고객에게 배송해 롯데의 온라인 경쟁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신선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본격 가동 전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찾아 물류 설비와 신선식품 관리 체계를 직접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신선식품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선식품만큼은 확실하게 챙겨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패러다임 바꾼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통해 부산·창원·김해 지역부터 직접 배송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스포크(Spoke, 배송 거점)를 대구·울산까지 추가 확보해 영남권 400만 세대 전역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 롯데마트 고객들은 롯데마트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제타'를 통해 주문할 경우 24시간 배송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점포 배송은 하루 3회 수준이었으나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동 후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2시간 단위로 12개 배송 시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날 밤 11시 주문 시 다음날 아침 7시 전 도착하는 새벽배송을 포함해 배송 가능 시간대는 총 13개로 늘어났다.
배송 시간대 선택지가 촘촘해지면서 고객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별도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 기존 점포의 온라인 물량만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으로 이관했는데, 이달 주문량은 전월 대비 25~30%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동 5년 차에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그리고 이듬해인 6년 차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기대하고 있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하루 최대 처리 물량인 3만3000건을 연중 유지할 경우 연간 약 96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가 30년간 다져온 신선식품 소싱 노하우와 영국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온라인 물류 거점"이라며 "부산과 영남권 400만 세대 고객에게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