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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딜]①동업자 설득 못해 체면 구긴 보고펀드

  • 2013.08.04(일) 20:04

ING, 우선협상권 박탈 후 MBK에 우선협상자 지위 부여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이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인수 우선협상 자격을 박탈당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새로 기회를 잡았다.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과 신병 치료로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인 한화생명은 돌파구가 없어 경쟁자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보험업계 판도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이번 M&A가 펀드로의 매각과 재매각을 거칠 가능성 때문에 당국의 의중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그룹은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 줬던 우선협상권을 철회하고 차순위 가격을 제시했던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시 선정했다. ING 측은 애초에 제시했던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 방식도 폐기해 다음 차순위인 한화생명은 바뀐 조건에서도 어떠한 지위도 확보하지 못했다.

MBK가 우선협상권이 아닌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한화생명은 배제되면서 사실상 ING생명 한국법인은 MBK 차지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MBK는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분 90% 인수에 1조 6500억 원대를 제시했던 조건도 수정해 지분 전부 인수 조건으로 1조 8500억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애초부터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수 구조 짠 보고펀드

동양•보고펀드의 인수 전략은 사실상 보고펀드가 짰다. M&A에서 인수 가격은 사실상 절대적인 지위를 가진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 파는 물건이 아까울 수는 있어도 이후에 그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ING는 그동안 KB금융지주와의 협상 과정에서 1년여를 허비했다. 세계 경제가 급반전하지 않는 한 조바심이 날 만한 상황이다.

보고펀드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제시했었다. 지분 100% 인수에 대략 2조 1000억 원대를 썼다. KB금융은 2조 2500억 원을 쓰고 이사회는 이를 1조 5000억 원대로 낮추라는 반대에 부딪혔었다. KB금융과 거의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식에서 발생했다. 표면적으로 부족한 자금은 1700억 원 정도다. 동양•보고 컨소시엄은 인수금액 2조 1000억 원 중 동양생명 5000억 원, 보고펀드 6000억 원, 은행 차입 1조 원을 보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동양생명의 5000억 원은 그룹(대기업 집단)에서 계열 분리하는 조건으로 사모펀드 출자 한도를 높여 맞춘다는 계획이었다. 이것이 틀어져 동양생명의 투입금액이 3300억 원으로 줄었다.

언뜻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2조 원이 넘는 M&A를 하면서 1700억 원이 모자라 우선협상권을 잃었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보고펀드는 애초부터 1조 원을 외부 차입금을 메우려 했었다. 여기에 1700억 원을 추가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보고펀드의 인수 전략을 역으로 다시 보자. 펀드의 속성상 인수 회사를 장기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인수자금 중 절반가량은 차입금이다. 어떤 식으로든 엑시트(Exit) 확약이 없이는 차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보고펀드는 그것을 동양그룹에서 동양생명을 떼어내는 것(계열 분리)으로 해결하려 했다.

이젠 동양그룹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동양그룹은 동양생명을 버리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지난해 말 그룹의 경영개선 및 사업재편 로드맵에서도 금융과 발전•시멘트 사업 외의 계열사 매각을 선언했다. 계열 분리 자체가 동양생명을 곧바로 버리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현재보다 높아진다. 그룹 입장에서도 금융 계열사들을 언젠가는 계열 분리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다만, 이는 그룹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현재현 회장은 1949년생으로 아직 정정하다. 자식은 장남 현승담(33) 동양네트웍스 및 동양온라인 대표와 딸 현정담(36) ㈜동양 상무가 있다. 모두 아직은 경영수업 중이라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동양그룹 입장에선 현재 시점에서 급하게 계열 분리를 해야 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보고펀드의 전략에 의구심만 키웠던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펀드는 자신의 독자적인 행보가 어렵다는 증거로 동양증권에 보고펀드에 투입한 1500억 원과 동양생명의 경영권 행사 관련해 2015년 1월까지 지분 30%를 먼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들었다.

그러나 결국 그룹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동업자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서 자금조달 전체의 구조가 어그러지면서 야심 차게 준비한 보고펀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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