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생보 따라 하다 가랑이 찢어지게 생긴 손보(下)

  • 2013.11.22(금) 14:12

중소형사 위험손해율 5년째 100% 이상 고공행진
車 보험료 올리려는 ‘건수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단기적으로 손해율을 개선하는 방안은 보험료 인상밖에 없다.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실손의료보험 2차 종합개선대책은 손해율 하락에 조금은 긍정적이다. 3년, 5년인 실손 보험료 갱신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함에 따라 보험료 인상분이 손해율에 좀 더 빠르게 반영할 기반이 만들어졌다.

다만, 갱신 과정에서 보험료를 너무 많이 올리면 고객을 잃을 가능성도 높아져 중소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은 제한적이다. 갱신형 담보 보험시장에서 감독 당국의 보험료 인상 억제 정책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물가상승 억제, 보험계약자의 부담 완화 등의 정책 목표를 내세워 보험료 인상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 실손•車 보험료 인상 필요하긴 한데…

지난 20일 보험개발원이 금감원의 용역을 받아 제출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기준 개선안’을 보면 어떻게든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보겠다는 의지가 다분하다. 사고의 경중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점수제를 경중에 관계없이 사고를 많이 낼수록 보험료를 더 내는 건수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24년간 자동차보험료 산정 기준을 점수제로 운영해왔다.

이렇게 제도가 바뀌면 사고를 내도 벌점이 0.5점에 불과한 수리비 약 200만 원 이하의 접촉사고 대상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접촉사고 때도 보험료를 올리면 운전자들이 방어운전을 해 교통사고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도개선안은 오는 28일 공청회를 열어봐야 제도 시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작은 사고에서 보험료를 더 걷겠다는 발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운전자 대부분이 한두 번의 접촉사고를 경험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운전자 전체에게 부담을 주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보험료 인상이 가능은 하겠지만 풍족하지 않다면 투자영업이익이라도 많이 내야 한다. 장기보험이 늘면서 책임준비금도 쌓여 손보사의 운용자산 규모도 증가했다. 장기보험에서도 자산운용을 통한 이차이익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도 생•손보 모두 보험영업에선 이익이 많이 줄었지만, 투자영업에선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다.

◇ 운용자산수익률도 기대 어려워

그러나 저금리 시대라는 점이 문제다. 손보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은 2010회계연도 5.1% 이후 계속 떨어져 2013회계연도 1분기에는 4.3%를 기록했다. 조정삼 수석애널리스트는 “손보의 장기 저축성보험은 생보사처럼 이차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장기보험의 확대는 수익성에 부담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장기보험을 비롯해 손보사의 총자산이 늘어나면 지급여력(RBC) 기준금액도 따라서 증가한다. 보험사로서는 당연히 자기자본을 늘려야 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RBC 비율을 맞출 수 있다. 현재 RBC 제도는 100%에 미달할 때 보험사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만큼 위험한 손보사는 없다. 14개 원수보험사 기준으로도 평균 200%를 넘는다. 다만, 전 분기 대비 하락세가 가속도를 낸 보험사들은 눈에 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말 현재 한화손보(133.1%)와 롯데손보(150.4%)는 10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 분기 대비로도 14%포인트, 13.5%포인트 하락해 속도감을 느낄 만하다.

농협손보가 30.7%포인트 하락해 속도가 제일 가파르기는 하지만, 아직은 250%를 나타내고 있다. 악사손해(190.6%), 더케이손보(193.3%)는 아직 여유는 있어 보이지만, 하락 속도는 경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RBC 비율이 조금 올랐지만, 흥국화재(165.1%), LIG손보(176.8%), 현대하이카(177.2%), 현대해상(193.5%)도 신경이 쓰인다.


또한, 장기보험의 확대로 손보사의 리스크 구조가 생보사와 비슷하게 바뀌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올해 3월 말 전체 위험액(단순 합산 기준) 중 금리 위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9%였다. 6월 말에는 17.3%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아직 생보사 39.6%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보유 계약 중 장기보험 비중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금리 민감도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조정삼 수석애널리스트는 “손보사는 앞으로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감독 당국도 갱신 시점의 보험료 인상을 일률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손해율 추이 등을 자세히 검토해 규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보험사 잇따라 구조조정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자 선두주자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마저 인력 구조조정의 깃발을 들었다. 말이야 임직원 전직(轉職) 지원 프로그램이지만, 퇴직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업계 구조조정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인사 적체를 해결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오는 25일까지 ‘창업지원 휴직제’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임직원이 창업과 동시에 자신이 정한 기간(1년이나 2년) 동안 휴직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3명이 휴직 중이다. 한화손보는 다음 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금까지 7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