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개된 대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가중 처벌에 따른 것이다. 중징계는 문책경고부터 시작한다. 문책경고는 앞으로 일정 기간 금융회사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사퇴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연임할 수 없는 CEO가 제대로 조직을 장악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 있었던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의 경우도 문책경고 징계를 받고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 KB와는 처지가 조금 다르다.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건재하다. 뱅커 출신인 김 회장이 은행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 내년 2월 말까지인 김 행장이 물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심각한 경영 부재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국민은행은 회장과 은행장 모두 ‘사퇴 권고’라는 징계는 사정이 다르다. 이번 사단의 출발점으로 추정하는 감사는 물론 이사회도 불신을 받은 상황이다. 감사와 이사회 멤버가 금감원의 제재 대상이 된 것도 초유의 일이다. KB금융그룹의 직제상 경영 최후 보루까지 미친 충격은 곧 그룹 경영진의 완전한 붕괴를 의미한다.
◊ 소명 그리고 불길한 예감
금감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중처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국내 최대 은행 중 하나인 KB금융과 은행의 경영진을 몰살하는 징계 안을 마련했다면 산업적 충격도 고려해야 할 듯하다. 현재로선 이 부담을 제재심이 떠안는 구조가 됐다. 잘잘못을 가려 징계하는 데 있어 차별을 둘 이유는 없다. 법적 잣대는 선명할수록 좋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미 하나은행 사례에서도 확인했듯 문책경고는 ‘사퇴 권고’의 성격이지만,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분명하게는 문책경고보다 높은 해임권고가 나와야 강제적인 퇴임이 가능하다. 그 아래인 직무정지도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조금 부족하다.
금감원은 이번 사단의 출발점인 IBM 메인프레임 변경과 관련한 판단을 사실상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의 비리 내용도 찾지 못했다. 결국 ‘회사가 시끄러웠다’는 것만으로 징계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중처벌해도 문책경고 이상으로 수위를 높이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이런 상황은 다시 문책경고의 징계안을 임영록 회장이나 이건호 행장이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문책경고 징계안을 제재심에서 원안대로 확정하더라도 최고 경영자들이 자신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이유다. 이 경우 KB금융의 경영 상태는 최악이다.
금감원이 개입하고서도 KB의 사실상 경영 공백 상황이 지속한다면, 그 피해는 KB의 선량한 직원과 고객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지주에 빼앗긴 데 이어 LIG손해보험 인수 경쟁에서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어깨 무거워지는 제재심
그래서 이번 제재심의 결정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형식적으론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하지만, 여기에서 결정을 금감원장이 수용하지 않은 적도 없다. 당연히 제재 대상자들은 제재심 위원들을 상대로 필사적인 소명에 나설 것은 자명하다. 이번 제재로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물불을 가리겠나?
제재심 위원들의 한 점 부끄럼 없는 판단을 기대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한가지는 꼭 주문하고 싶다. 좀 더 빠른 판단과 과감함이 그나마 KB금융그룹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마하경영이라는 시대에 경영진의 판단 미스와 자중지란은 이미 KB의 경쟁력을 상당히 훼손했다. 지체하면 할수록 혼란은 더욱 걷잡을 수 없다.
제재심 위원들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하자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법리적으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잘잘못의 경중(輕重)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KB금융 사태는 결국 또 다른 형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행정 심판까지 이어지며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이런 상황은 지금 분위기라면 불가피하다. 현재 제재 대상인 경영진과 감사, 사외이사 등 누구 하나도 승복할 분위기가 아니다. 어차피 가야 할 정식 재판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이 무게가 힘들다고 판단과 결정을 미루면 한때나마 우리나라 리딩금융회사였던 KB를 역사 속으로 묻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금융•경제산업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지금 KB의 골든 타임은 제재심이 쥐고 있다. 이 혼란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할 임무를 제재심 위원들이 가볍게 보지 않아야 한다.
금감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중처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국내 최대 은행 중 하나인 KB금융과 은행의 경영진을 몰살하는 징계 안을 마련했다면 산업적 충격도 고려해야 할 듯하다. 현재로선 이 부담을 제재심이 떠안는 구조가 됐다. 잘잘못을 가려 징계하는 데 있어 차별을 둘 이유는 없다. 법적 잣대는 선명할수록 좋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미 하나은행 사례에서도 확인했듯 문책경고는 ‘사퇴 권고’의 성격이지만,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분명하게는 문책경고보다 높은 해임권고가 나와야 강제적인 퇴임이 가능하다. 그 아래인 직무정지도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조금 부족하다.
금감원은 이번 사단의 출발점인 IBM 메인프레임 변경과 관련한 판단을 사실상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의 비리 내용도 찾지 못했다. 결국 ‘회사가 시끄러웠다’는 것만으로 징계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중처벌해도 문책경고 이상으로 수위를 높이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이런 상황은 다시 문책경고의 징계안을 임영록 회장이나 이건호 행장이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문책경고 징계안을 제재심에서 원안대로 확정하더라도 최고 경영자들이 자신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이유다. 이 경우 KB금융의 경영 상태는 최악이다.
금감원이 개입하고서도 KB의 사실상 경영 공백 상황이 지속한다면, 그 피해는 KB의 선량한 직원과 고객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지주에 빼앗긴 데 이어 LIG손해보험 인수 경쟁에서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어깨 무거워지는 제재심
그래서 이번 제재심의 결정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형식적으론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하지만, 여기에서 결정을 금감원장이 수용하지 않은 적도 없다. 당연히 제재 대상자들은 제재심 위원들을 상대로 필사적인 소명에 나설 것은 자명하다. 이번 제재로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물불을 가리겠나?
제재심 위원들의 한 점 부끄럼 없는 판단을 기대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한가지는 꼭 주문하고 싶다. 좀 더 빠른 판단과 과감함이 그나마 KB금융그룹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마하경영이라는 시대에 경영진의 판단 미스와 자중지란은 이미 KB의 경쟁력을 상당히 훼손했다. 지체하면 할수록 혼란은 더욱 걷잡을 수 없다.
제재심 위원들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하자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법리적으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잘잘못의 경중(輕重)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KB금융 사태는 결국 또 다른 형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행정 심판까지 이어지며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이런 상황은 지금 분위기라면 불가피하다. 현재 제재 대상인 경영진과 감사, 사외이사 등 누구 하나도 승복할 분위기가 아니다. 어차피 가야 할 정식 재판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이 무게가 힘들다고 판단과 결정을 미루면 한때나마 우리나라 리딩금융회사였던 KB를 역사 속으로 묻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금융•경제산업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지금 KB의 골든 타임은 제재심이 쥐고 있다. 이 혼란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할 임무를 제재심 위원들이 가볍게 보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