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파격은 없었지만, 방향성은 뚜렷했다. 거창한 변화보다는 실무 능력 위주로 누가 봐도 무난한 인사들을 부원장으로 낙점했다. 그가 내세운 조용하고 열린 금융감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진 원장이 취임 후 구체적으로 내놓은 정책이 없고, 그동안 특별한 이슈도 없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검증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서태종
금융위원회는 30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어 금감원 임원 선임안을 의결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엔 서태종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이 임명됐다. 금감원 박세춘 부원장보와 이동엽 부원장보는 각각 은행과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으로 승진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29회로 옛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은행과 비은행, 증권 등 금융권역을 두루 거친 몇 안 되는 금융위 인사로 꼽힌다.
박세춘 부원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금감원 제재심의실장과 특수은행검사국장, 일반은행검사국장 등을 지낸 검사통으로 꼽힌다. ‘KB금융 사태’ 당시 검사라인을 진두지휘했다.
이동엽 부원장은 증권감독원 출신으로 금감원 증권감독국 팀장과 기업공시국장, 제재심의실장 등을 역임했다. 공시와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 부문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 실무 위주의 무난한 임원 인사
이번 인사는 예상 수준에서 이뤄졌다. 진 원장은 첫 임원 인사에서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내외부적으로 누가 봐도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얘기다.
이번에 부원장에 오른 세 사람 모두 화려하진 않지만, 해당 분야에서 강점을 인정받고 있는 실무형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은 외부 영입설이 꾸준히 나돌았지만 결국 내부 출신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인사로 금감원 부원장 자리가 모두 지방대 출신들로 꾸려지게 됐다. 서 수석부원장은 전남대 경제학과, 박 부원장은 영남대 경영학과, 이 부원장은 충남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공교롭게도 지역 안배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검정고시를 거쳐 건국대를 나온 진웅섭 금감원장 역시 학벌 파괴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금감원 수뇌부에 이른바 SKY대학 출신이 한 사람도 없는 건 금감원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 조용하고 열린 금융감독 강조
이번 인사는 진 원장의 금융감독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진 원장은 취임 후 대외 접촉을 가급적 줄이면서 조용하고 열린 금융감독을 강조해왔다. 첫 임원회의에서 ‘호수 위 백조’가 될 것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 원장은 지난 29일 출입기자단과 송년간담회에서도 향후 금융감독 방향 키워드로 신뢰와 역동성, 자율과 창의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서로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회사가 자유롭게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다.
진 원장은 “그동안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경영활동에 세세하게 개입해 왔고, 금융회사 또한 타율적 문제 해결 방식에 안주해 온 경향이 있다”면서 “보다 긴 안목으로, 꼭 필요한 분야에, 필요한 수준만큼 적절히 개입하겠다”고 강조했다.
◇ 시끄러운 금융권 약발 먹힐까
일부에선 진 원장의 진면목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후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데다 아직 구체적인 금융감독 정책을 내놓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선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과연 조용하고 열린 감독만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진 원장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고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선택적 인내’를 통해 균형과 조화를 갖추는 감독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