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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섭 금감원장의 선긋기…종합검사도 폐지

  • 2015.02.10(화) 12:00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이어 금융감독·검사 쇄신안 내놔
"믿고 맡길테니 알아서 잘 해라" 금융회사 자율성 강조
"자율•창의 살리려면 끝까지 맡길 수 있는 인내심 필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정책의 대대적인 쇄신을 천명했다.

진웅섭 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대거 물갈이한 데 이어 감독정책에서도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선을 그으면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진 원장은 특히 신뢰와 역동성, 자율과 창의를 최대 화두로 꼽았다. 더 이상 담임교사 노릇을 하지 않고, 믿고 맡길 테니 알아서 잘하라는 얘기다. 최 전 원장이 도입한 불량 금융회사에 대한 빨간 딱지제도나 기획검사국 폐지가 이 같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2~3년마다 한번씩 실시하던 금융회사 정기 종합검사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7년쯤 완전히 없앤다.


반면 진 원장이 이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처럼 금융권이 시끄러워지면 금감원이 적극적인 개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역대 금감원장들도 하나같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내세우곤 했다.

 


◇ 개입 최소화로 자율성 살린다

진 원장은 10일 금감원 기자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엔 신뢰와 역동성, 자율과 창의 등 3대 기조 하에 5대 부문 25개 역점 추진 과제가 담겼다.

우선 금융감독은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만 간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특히 배당과 이자율, 수수료, 증자 등에 대해선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기로 했다. 법규나 사업•신상품 등에 대한 유권해석도 구체화한다.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 금융회사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진 원장은 "기본적으로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는 대원칙은 지켜야 한다"면서 "은행 배당은 국제기준이나 위기상황에 대비한 스트레스테스트에 맞으면 개입하지 않겠다는 등의 객관적인 기준도 더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료 개입은 소비자 부담이 합리적이지 않게 과도하게 상승하는 걸 막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업권별 또 회사별 특성과 수준을 고려해 감독도 차별화한다. 우량 금융회사엔 자율성을 더 주고, 부실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거나 중•소형사에 대해선 규제를 더 풀어주는 식이다. 금융투자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처럼 과도한 수준의 건전성 감독 기준도 개선한다.

부수•겸영업무 신고절차를 간소화하고, 법규에 명백히 어긋나지 않는 영업행위에 대한 개입도 자제하기로 했다. 민원실태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은 금융회사에 붙이는 빨간 딱지도 없앤다. 금융업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도마에 오른 P2P(Peer to Peer) 대출 규제에 대해선 "핀테크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자 보호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검사와 제재 관행도 확 바꾼다

검사와 제재 관행도 쇄신한다. 우선 정기 종합검사를 단계적으로 줄여 2017년 이후엔 완전히 없앤다. 현장검사도 대폭 줄이고, 대신 선진국형 경영실태 평가와 함께 상시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투망식 검사를 지양하고, 선별검사 위주로 가겠다는 얘기다. 진 원장은 "종합검사는 경영실태 평가와 상시감시 체제가 정비되면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대한 잘못이 다수 발견되거나 반복되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영업정지나 정직, 해임권고 등으로 엄중히 제재키로 했다. 또 검사시스템을 개선해 금융회사의 수검 부담을 줄이고, 제재 양정기준을 구체화해 제재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진 원장은 이 밖에 가계부채 관리를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도 강조했다. 특히 주식 불공정 거래와 분식회계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엔 엄정 대응키로 했다. 금감원 회계감리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상장법인 감리주기를 단축하고, 테마감리에도 나선다.

아울러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 등 보신적 대출행태 개선과 함께 대포통장 근절 의지도 피력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와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 등은 5대 민생침해 불법 금융행위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키로 했다.

◇ 최수현 전 원장과 선 긋기

금감원의 인사 개혁도 강조했다. 출신과 학연, 지연 등 비합리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업무능력과 평판, 도덕성을 갖춘 사람은 누구라도 중용해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재 금감원장은 물론 부원장 이상 임원들은 모두 지방대 출신이다.

진 원장의 금융감독 쇄신안은 최 전 원장과의 확실한 선 긋기로 풀이된다. 만기친람식 감독과 개입, 망신주기보다는 금융회사를 믿고,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스스로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진 원장은 이미 금감원 임원 인사를 통해 최 전 원장과 차별화를 꾀한 바 있다. 

 

진 원장은 “과거의 관행과 방식에 안주해선 급변하는 이 시대에 생존이 어렵다”면서 “자율과 창의는 그동안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 당국과 금융회사에 모두 힘들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 원장의 이런 금융감독 방향은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최 전 원장은 물론 권혁세 전 원장 당시에도 비슷한 취지의 검사관행 혁신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 사건•사고가 빈발하면서 이런 구상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살리려면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금감원이 나서게 되면 이번 금융감독 쇄신안 역시 발표용 대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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