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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만에 끝? 김정태 회장의 '뚝심'

  • 2014.07.18(금) 16:14

하나-외환은행 경영진·이사회 조기 통합 결의 이어 합추위 구성
김정태 회장 뚝심·치밀한 사전준비 주효…외환 노조 마지막 숙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작업이 일사천리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운을 띄운 지 불과 보름여 만에 두 은행 경영진은 물론 이사회의 동의 절차를 마치고, 조만간 합병추진위원회도 꾸린다. 

금융권에선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의 뚝심과 함께 치밀한 사전 정지작업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 통합을 위한 논리도 적절한 시점에 잘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젠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직원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1~12일 이틀간 그룹 전체 임원 1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 워크숍을 열고,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결의문을 채택했다. 오른쪽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조기 통합 화두 꺼낸 후 일사천리

김정태 회장이 지난 3일 갑작스레 잡힌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란 화두를 꺼낼 때만 해도 말 그대로 이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제안 정도로 들렸다. IT통합 논의에 이은 외환카드 분사 과정에서 이미 홍역을 치렀던 터라 통합이란 화두를 꺼낸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이 많았다.

김 회장은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돌아온 당일 곧바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자연스럽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이야기가 나왔다. 김 회장은 두 은행 현지법인의 통합 시너지에 무척이나 고무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기자의 질문을 빌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꺼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며, 두 은행 경영진 및 이사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하지만 김 회장이 화두를 던진 이후 조기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5일 후인 8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조기 통합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화답했고, 같은 주 주말인 12일엔 두 은행 임원들이, 그리고 다시 5일 후인 17일엔 이사회가 각각 조기 통합을 의결했다. 조만간 합병추진위원회도 꾸린다. 하나금융은 18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 사전 준비작업 상당기간 이뤄진듯

불과 보름여 만에 조기 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금융권에선 조기 통합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 상당기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두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가 조기 통합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외환은행장 교체와 함께 조기 통합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통합에 다소 미온적이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대신 김한조 행장을 앉히면서 조기 통합의 신호탄을 쐈다는 얘기다.

사실 정통 외환맨인 김한조 행장 선임 당시만 해도 강공카드냐, 온건카드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김 행장의 미션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실제로 김 행장은 김 회장의 발언 이후 조기 통합을 위한 총대를 멘 모양새다.

합병의 정당성을 부여한 법원의 판단은 조기 통합에 시동을 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6일 외환은행 노조원 등이 제기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식교환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 김 회장의 뚝심 계속 통할까 

 

조기 통합의 논리도 비교적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멀찌감치 앞서가면서 기존 4강 경쟁구도에 균열이 생긴 가운데, 은행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을 조기 통합의 논리로 적절히 잘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5년간의 독립경영 후 경영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통합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하나금융 측의 지적은 통합 후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외환은행 직원들에겐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2.17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조기 통합이란 의사 결정을 내리고 또 치밀하게 사전 준비작업을 하면서 기회를 엿본 김 회장의 뚝심이 이번에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 통합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외환 노조의 입지도 많이 좁아진 것 같다”면서 “다만 여전히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뚝심 리더십이 어디까지 통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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