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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외환은행…하나금융의 설득 카드는

  • 2014.07.08(화) 14:51

김한조 외환은행장 "조기통합 논의 시작"…하나·외환 통합 시동
외환銀 노조 반발 가장 큰 숙제…하나금융의 통합 청사진 '주목'

하나금융그룹 내 한 지붕 두 은행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조기 통합을 공론화한 데 이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은행의 통합 논의는 말 그대로 이제 시작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발이 가장 큰 숙제다. 결국, 조기 통합의 성패는 불안해하는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는 통합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 김한조 외환은행장 “하나은행과 통합 논의 시작”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8일 대직원 메시지를 통해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조기 통합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회장이 지난 3일 던진 조기 통합 카드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김 행장은 조기 통합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위기 극복을 꼽았다. 그는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는 시점에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조기 통합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 역시 지난 3일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수익성을 조기 통합의 배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외환은행 인수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신한금융 등과의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김 회장을 자극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두 은행이 통합하면 규모의 효과는 물론 IT부문을 비롯해서 연간 3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두 은행의 장단점을 살려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정비하면 추락하는 수익성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외환은행 노조 강력 반발 “전국적으로 총력 투쟁”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5년간의 독립경영 약속을 깼다면서 전국적으로 총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일반 직원들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통합 후 조직 개편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전국적으로 중복 점포만 40개가 넘는다. 여기에다 두 은행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본점 조직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은행간 연봉 격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현재 하나은행의 평균 연봉은 6800만 원인 반면 외환은행은 8900만 원에 달해 2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평균 근속연수가 5년 이상 차이가 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연봉이 깎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은 “외환은행은 규모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지출되는 구조”라면서 비용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외환은행 한 직원은 “지난 3일 김정태 회장의 기자간담회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면서 “통합을 하면 아무래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 하나금융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다…직무 재배치”

반면, 하나금융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직이나 점포 통합 과정에서 남는 인력은 직무 재배치를 통해 흡수하고, 중복 점포 역시 무조건 없애기보단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면 살리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고 설명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두 은행을 통합하더라도 고용 보장은 당연하다”면서 “우선 직무 재배치로 흡수하고 이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생기더라도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하겠다는 데 금융지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 역시 조기 통합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금융산업의 수익성 자체가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정쩡한 한 지붕 두 은행 체제를 유지하기보단 하루라도 빨리 합쳐서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이 이미 외환은행 인수를 끝낸 만큼 5년간의 독립경영도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또 외환카드를 떼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낸 소송이 모두 기각되면서 외환은행 노조의 명분도 이젠 독립경영 합의서만 남게 됐다.

◇ 외환은행 설득할 수 있는 통합 청사진이 관건

다만, 외환은행 직원들의 의사에 반한 무리한 통합 시도는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하루빨리 통합 청사진을 제시해 불필요한 오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명한 통합의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한 후에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한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 다른 관계자는 “독립경영을 고집하다가 경영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외환은행 직원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면서 “특히 10년 차 이하 직원들은 독립경영이란 명분에 매달리지 말고 잘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 역시 “조직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다 해온 직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은행장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원 그룹(One group)이라는 현실과 통합 논의에 대해 판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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